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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자리는 미래에 사라질까 … 융합인재로 키워라
내 일자리는 미래에 사라질까 … 융합인재로 키워라
  • 김재호
  • 승인 2018.07.02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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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서평_ 『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최연구 지음, 살림프렌즈, 2018.06)

‘전문분야, 개방적 태도, 협업하는 능력’ 융합인재가 과연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질문에 최연구 박사는 이같이 대답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살림프렌즈)를 집필·출간한 최연구 박사(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국제관계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융합 전문가이다. 지난달 27일 최연구 박사를 만났다. 

최 박사는 “융합인재가 만물박사를 의미하는 건 아니고 오히려 전문분야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관심과 관점을 수용하는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수용하는 오픈 마인드와 다른 전문가와 협업하는 능력 등이 융합인재의 전제”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된 『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는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커뮤니케이션, 사회학, 프랑스학, 세계사까지 아우르는 융합의 책이다. 청소년과 학부모, 더 나아가 대중이 4차 산업혁명을 ‘문화’라는 키워드로 이해하도록 도움을 준다. 그간 과학문화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그 답게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들며 서술하고 있다.   

융합인재상 그리는 4차 산업혁명 융합의 책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혼란스럽다. 교육정책 일반에 대전환이 예고되는 가운데, 변화를 체감하긴 쉽지 않다. 책에선 미래에 사라질 10가지 중에 하나가 바로 획일화된 ‘교육과정’를 꼽았다. 그런데 현실의 교육(입시)은 맞춤형 교육이라는 이상과 괴리가 있는 듯하다. 학생 개개인을 위한 미래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좋은 인재상이란 과연 무엇일까.

최연구 박사는 “학생 개개인은 각자 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있고 관심이 다 달라 획일적 교육과정, 표준화된 교수학습평가로는 개인의 잠재력을 계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초연결·초지능사회가 되면 재택학습, 온라인학습이 가능해 단순한 지식습득은 학교오지 않아도 혼자서 할 수 있고 학교는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토론하고 자신이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에듀테크의 발전으로 개별학습이 가능할 것이므로 미래교육에선 학생 개개인별 학습과 학습이력관리를 통한 역량개발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래 일자리 전망 관련 보고서들을 보면, ‘다양성’, ‘맞춤형’, ‘최적화’, ‘설계와 분석’, ‘가상화 및 보안’, ‘음성 인식과 시각화’, ‘시스템 운영’, ‘데이터 수집’, ‘큐레이팅(정보의 가치 발견)’, ‘예술과 창조’ 등이 주 키워드들이다. 책에선 다양한 일자리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관심을 끌었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사라지는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일자리보다 많다. 즉, “제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약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0만 개”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사라지는 일자리 VS 새로 생기는 일자리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의 연구에선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과 발전으로 인해서 지금 일자리 중 47%가 20년 내에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미래연구소인 다빈치연구소 토머스 프레이 소장은 2030년까지 사라질 직업이 20억 개나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를 들면, 음식이나 피자 배달원, 토지측량사, 긴급구조요원, 소방관, 경비원, 물류창고 직원, 기자, 소설가, 암호학자(군대), 영양사, 법률사무소 직원, 약사, 수의사, 환경미화원 등이다.  

미래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로봇세’를 거둬 기본 수당, 재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써야 한다는 움직임이 유럽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산업혁명이 촉발된 영국에선 19세기에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다. 직물공업에서 기계가 도입돼 실업자가 증가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여겨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을 벌인다. 『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지도자 ‘러드’라는 인물이 주도해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불린다. 

책은 ‘제1장 우주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부터 ‘제6장 제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까지 과학기술의 역사를 관통하며 사회와 문화의 변동을 서술하고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기술은 사회를 변화시키지만 기술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며, 과학기술을 비롯한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 돼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결국, 과학기술의 역사는 인간의 미래이며, 제4차 산업혁명이 지향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역사는 개별 인간의 역사가 아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 공동체의 역사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는 사회변동의 주요한 원인으로 △발명 △발견 △문화전파를 제시한다. 이 원인들을 이끄는 원동력이 바로 ‘과학기술’인 것이다. 역사학자 허버트 버터필드에 따르면, 서양의 근대사회를 형성한 세 가지 주요사건이 있었다. 바로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이다. 그런데 과학혁명은 바로 천문학에서 비롯됐다. 

아리스타르코스(기원전 310무렵~230,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는 태양 중심설(지동설)을 주창한다. 이후 지동설은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시된다. 성직자였던 코페르니쿠스는 그가 죽던 해인 1543년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를 출간해 지동설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이어서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1546~1601)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지상계와 천상계)을 비판했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는 행성은 태양을 초점으로 타원 궤도를 돈다고 주장했다. 케플러는 『새로운 천문학』(1609)를 발표했다. 1610년, 갈릴레이 갈릴레이는 지동설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앞으로 일자리가 많이 변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허나 국내 실정은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 같다. 미래 일자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재택근무’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과연 새로운 디지털 혁명시대에 일자리의 형태(일의 조건이나 결과)뿐만 아니라 속성(노동의 내용)도 정말 변하는 것인지, 변화의 원동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계속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간의 미래』는 인간과 문화의 측면에서 고민의 맥락을 살펴보고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진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을 정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기술과 사회문화의 역사,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인간을 살펴보는 건 모든 질문과 해답의 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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