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은 공부로 진짜 의사 기른다
가성비 높은 공부로 진짜 의사 기른다
  • 이해나
  • 승인 2018.07.02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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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 下 첫 졸업생 배출한 연세대 의대
지난달 22일 연세대에서 열린 「의과대학 학생평가제도 혁신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이 ‘교육의 혁신: 평가의 틀을 깨야 한다’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세의대 사무팀 
지난달 22일 연세대에서 열린 「의과대학 학생평가제도 혁신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이 ‘교육의 혁신: 평가의 틀을 깨야 한다’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세의대 사무팀 

“연세대 오길 잘했다(다행이다).”
허성택 씨(연세대 의과대학 본과 4년)가 최근 학우를 대상으로 절대평가제의 의미를 물어본 결과 나온 답이다. 허 씨는 지난 2014년 연세대 의과대학(이하 연세의대)에 절대평가제가 도입된 후 첫 졸업생이 배출됨에 따라 학우들은 해당 평가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설문을 진행했다.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면 ‘경쟁이 아닌 협업의 의미를 알게 됐고, 발전과 성취의 기준을 나 자신에 맞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절대평가제 덕분에 학우의 질문에도 편하게 답하고 모르는 건 같이 찾아보게 됐기 때문이다.

허 씨에 따르면 ‘딴짓’을 하는 의대생도 늘어났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뮤지컬 공연에 나섰고, 피아노 독주회를 열거나 의대생 오케스트라를 조직한 학생도 있었다. 웹툰을 그리는 학생도 있었고, 논문도 속속 발표됐다.

절대평가제와 공부 이외의 활동이 암기가 중요한 의사국가고시 성과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까. 지난 1월 치러진 의사국가고시에서 연세의대 합격자의 평균점수는 301.2점(340점 만점)으로 전체 합격자 평균점수 286.3점보다 높았다. 합격률 역시 97.7%로 전국 평균 95%를 웃돌았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서울대 의대 역시 몇 년 전 절대평가제 도입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이 떨어질 걸 우려해 논의가 중단됐다”며 “현재 연세의대의 성공을 보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대의 학생평가제도 혁신의 중점은 절대평가제 전환이 아닌 성과중심교육과정으로의 개편이다. 단순히 P(Pass·통과), NP(Non Pass·통과 못함)로만 등급을 매기지 않고, 교수들이 ‘모든학생A급만들기위원회’를 꾸려 NP를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재학습에 나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연세의대 본과 1학년 과정 15과목의 재학습 대상자는 절대평가제 도입 첫해인 2014년 871명에서 2017년 264명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글로벌 리더 대신 마이크로 매니저만 키우는 상대평가제

안신기 연세대 교수(의학교육학교실)는 “연세의대의 절대평가제 도입은 痛察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洞察이 아닌 ‘아플 통’자를 써 뼈아픈 반성이 있었음을 드러낸 것. 안 교수는 “절대평가제 도입 이전 학생들은 시험 족보를 만들어야 하니 학교에 돈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족보 담당으로 할당된 한두 명을 제외하고 수업 시간에 자버리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절대평가제 도입 배경이 국내 최고 수준의 학생을 선발해 글로벌 리더가 아닌 마이크로 매니저로 만들고 있다는 반성에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김동석 연세대 의과대학 교육부학장 역시 “상대평가제는 최상위 집단에 상대적 서열을 매기면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만 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평가제 도입을 통해 학생은 가성비 높은 공부를 할 수 있고, 연세의대는 사회가 요구하는 전인적 국제적 인재 양성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연세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 홀에서는 연세의대가 지난 4년의 절대평가제 실험 경험을 공유하는 「의과대학 학생평가제도 혁신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전국 의대의 교수들이 참석해 서서 강연을 듣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종태 인제대 의과대학장 역시 참석했다. 인제의대는 연세의대와 더불어 전국 41개 의대 가운데 唯二하게 지난 2016년부터 절대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학장은 “상대평가 같은 징벌적 학점제로는 우리가 원하는 의사 양성이 어렵다”며 “유능한 의사는 최첨단 기계를 이용해 진단을 잘하는 의사가 아니라 최첨단 기계를 개발할 수도 있는 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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