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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대 접어든 한반도 … 아시아 평화연대국가들의 ‘신시대’는 도래할 것인가
평화시대 접어든 한반도 … 아시아 평화연대국가들의 ‘신시대’는 도래할 것인가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7.02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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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문화' 100호 발간 기념 국제심포지엄 개최

1993년, 서울중심주의에 대항하는 동시에 인천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시작된 종합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새얼문화재단)가 통권 100호 발간을 앞두고 지난달 29, 30일 양일간 인하대에서 ‘통일과 평화사이, ‘황해’에서 말한다’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3부로 구성됐는데, 1부 세션은 ‘통일과 평화 ‘사이’의 사상들을 잇다’, 2부 세션은 ‘분단 경계에서 통일과 평화를 잇다’, 3부 세션은 ‘섬, 갈등적 변경에서 평화 교류의 관문으로’를 주제로 진행됐다. ‘통일을 꿈꾸되 평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동서독 통일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65년의 분단 고착 상태를 넘어 평화의 기운이 감도는 한반도 위에서 양국과 주변 각국의 평화를 모색하는 여러 발표들이 시선을 끌었다.

김명인 <황해문화> 편집주간(인하대·국어교육과)의 사회로 진행된 1부 세션에서 강연자로 나선 왕후이 칭화대 교수(인문학부)는 「‘황해’라는 분단경계지역에서 전쟁/평화를 트랜스로컬한 시야에서 보기」를 통해 한·중·미·일 등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황해는 지역에서 전쟁과 평화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란 시야와 더불어 글로벌한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요구했다. 

이어 마크 셀던 코넬대 교수는 「전쟁에서 평화로: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례를 국가, 지역, 그리고 지구적 시각으로 보다」에서 이전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오바마 해정부와 비교해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인 대북 강경자세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은 한반도 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깨달음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함께 G2 국가로 남북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중국이, 왜 남북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평화의 조건을 창출하지 못했는지, 또한 동아시아 국가 및 지역의 발전은 왜 경제중심적으로만 이뤄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청중들의 사고 전환을 유도했다. 

평화 시대로의 이행에 대한 기대감의 발로로 중립국 통일론의 역사를 살핀 발표도 눈길을 끌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18년에 바라보는 중ㄱ립국 통일론과 주한미군」 발표에서 이미 19세기 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과 동북아 국가 사이에서 경험한 각축을 예로 제시했다. 그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는 민족통일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에 남북은 물론 주변 열강의 합의가 절실하다는 입장에서 중립화통일론이 다시 한 번 주목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냉전학회 회장이자 <황해문화> 편집위원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는 「아시아가 만드는 세계: 38미터의 관계학에서 신시대 평화연대로」에서 급속도로 재편돼 가는 세계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향적 미래를 향한 단꿈의 이면에 G2가 무역전쟁에 돌입해 미국우선주의와 중국몽의 격돌이라는 세계지배구도의 재편 국면에서 한반도 평화에 이르는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또한 그는 북한이 중국식 경제발전모델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자본주의에 대응한 체제 경쟁이 본격 궤도에 진입했음을 지적하며, 전후 질서의 전격적 재편이 일어나는 아시아 평화연대국가들의 ‘신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춘 <황해문화> 편집자문위원(성공회대·사회과학부)의 사회로 진행된 2부에서는 한국전쟁의 유산이자 분단체제의 상징이 된 군사분계선과 DMZ는 물론 남북이 만나고 헤어졌던 모든 경계에 피어난 흔적들 아넹서 통일과 평화의 미래를 모색하는 발표들이 이어졌다. 

정근식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냉전·분단 경관과 평화: 철책과 전망대를 중심으로」에서 바로 지금이 탈분단시대에 폐허나 철책 그리고 전망대가 문화적 혹은 에술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분단체제에 길들여진 감각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냉전경관은 무의식적 일상이자 의도적인 망각이지만,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망성화된 심리적 억압을 깨우는 자극제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을 통해 새롭게 그려진 군사분계선 주변의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발표도 있었다. 한모니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는 「‘수복지구’와 ‘신해방지구’, 분단의 경계지역에서 통일·평화의 시험지역으로」 발표에서 남한에서 ‘수복지구’로 북한에서 ‘신해방지구’로 지칭된 양 지역에서 거주하게 된 주민들이 ‘강제된 선택’ 안에서 살아남는 동안 받은 갈등과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지고 변화시켜야할지 세심하고도 진지한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주원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망각되는 10여 년과 잃어버린 10여 년이 얽히고 ㅅㄹ킨, 또 하나의 국경-남북 교류의 중심축이자 거울인 중국 단둥」 발표에서 개성공단에 입주한 125개 한국 기업보다 많은 1천200여개 남북경협기업이 단둥이라는 남북 만남의 공간에서 단절 없이 교류하고 있다고 밝히며, 통일과 평화의 길을 잇는 방식이 휴전선에만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성현 <황해문화> 편집위원(성공회대)의 사회로 이어진 마지막 3부 세션은 한반도와 한중일 3국을 위주로 아시아를 사고하는 방식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을 함께 사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표적인 일본 연구자인 개번 매코맥 호주국립대 교수(태평양아시아학과)는 「속국 일본의 상태: 속국주의 2.0과 그 이후」 발표에서 현 일본과 아베 총리가 보편적 가치, 민주주의, 기본적인 인권과 법치 원칙에 충실한 국가임을 반복해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로 아베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日本會議라는 극우조직에 속해 있으며, 일본회의는 동시대의 다른 민주 국가 기준에서 극단주의 혹은 극우주의 단체로 분류될 수 있는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가와미츠 신이치 <신오키나와문학> 전 편집장은 「대리전쟁의 위기회피를-<황해문화> 100호 기념을 맞아, 오키나와에서」 발표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평화구상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제안했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란 한국은 제주도를, 일본은 류큐, 오키나와를, 중국은 대만, 해남도를 잠재 주권의 경계로 양도하고, 서로 이어져 있는 이들 섬은 월경 헌법을 창건해 영세중립의 비무장 체제를 취해 아시아 각국의 외교 테이블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시하라 슌 메이지가쿠인대 교수(사회학부)는 「태평양세계·일본·미국과 오가사와라 제도-제국·총력전·냉전을 살아남은 도민들」에서 전쟁 중은 물론 전쟁 후에도 아시아-태평양 냉전체제 아래 미국의 군사적 이용대상이 됐고, 선주민들의 귀한이 거부당하는 등 계속적인 피해를 겪었던 대다수의 오가사와라 제도의 주민들에 대해 증언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장보웨이 대만사범대 교수(동아시아학과)는 「평화와 화해: 진먼과 마쭈의 전쟁지역 역사 및 문화경관 보존이 지니는 핵심 가치」에서 1992년에 이르러서야 전쟁지역에서 해제된 진먼, 마쭈 지역의 탈군사화가 초래한 지역경제의 쇠퇴, 사회질서 개편 등의 문제를 해겨하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주체가 돼 역사를 반성하고 역사현장들을 연결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5년부터 1975년까지 동아시아는 전쟁의 중심이자, 지구적 전투가 벌어지는 냉전과 열전의 주요 전장이었다. 한반도의 위기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평화를 위협할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를 위협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지상과제로 여겼던 통일은 방법론적인 측면에 있어서 때때로 매우 폭력적인 양상을 띠기도 했다. <황해문화> 100호 발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은, 궁극적으로 통일을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위에서 양국 사이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필요하고, 그동안 소외됐던 선주민, 경계인, 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유의미한 학술토론 자리였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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