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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풍향계 : 당신은 아는가, P세대 혹은 아나디지족
문화풍향계 : 당신은 아는가, P세대 혹은 아나디지족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6.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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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를 초상하는 힘...상술에 멍든 트렌드 분석

 

"한달 용돈 25만원. 먹고 입는 데 가장 많이 지출.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인터넷 사용. 사회면에서 문화면 순으로 신문을 읽고 정치에는 관심 없음."

우리 사회의 잠재적 주류로 뜨고 있는 P세대의 특징이다. 얼마 전 광고기획사 제일기획이 전국의 17∼39세 남녀 1천6백명의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발표한 것인데, P세대란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ion), 힘(Power)을 바탕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킨다(Paradigm shift)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2030세대'와 큰 차이는 없지만 "소비를 삶의 철학으로 삼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본다는 점은 새롭다. 그리고 N세대, W세대, X세대, R세대 등 신세대론과는 달리 연령층이 폭넓다는 것도 이채롭다. 이제 저항과 인터넷과 개인가치관 추구는 신구세대 문제로 갈릴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주는 것일까. "이들에겐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제시하고, 맞춤상품이나 재미와 감성으로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하는 제일기획 측의 입장을 보면 시장을 넓히려는 속셈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상품을 하나의 코드로 인식해 집단을 형성한다", "젊은 세대가 휴대전화, 운동화, 액세서리 등의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정체성 형성'의 방식"이라는 등의 분석을 내놓으며 P세대의 존재감을 더욱 부추긴다.

하지만 시즌도 없이 계속되는 세대의 문화마케팅은 별로 신선하지도 않고 달갑지도 않다. 언론에서는 P세대의 하루일과표를 써가면서까지 신인류의 삶을 학습시키고 있지만 '소비'라는 것을 삶의 철학으로 삼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한편에선 族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아나디지족', '프리터족' 등 특정한 삶을 실험하는 소수집단을 가리키는 표현들은 훨씬 구체적인 감각에 호소한다. 아나디지족은 인터넷과 정보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아날로그를 디지털 속에 도입함으로써 삶의 균형을 찾는다는 의미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합성어다. 프리터족은 일본에서 특히 널리 퍼진 직업현상인데 2∼3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장과 버금가는 수입을 올리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프리'와 '아르바이트'의 합친 것이다. 이것 말고도 보헤미안과 부르주아를 합성해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를 표현한 '보보스족', 경제력을 가진 10대를 지칭하는 '프로틴족' 등 무수히 많은 '족'들이 변형 복제되고 있다.

하지만 많아진 만큼 그 생명력이 짧아진 것도 요즘 세대와 족들의 특징이다. 그것은 지나친 상업성 때문이기도 하고, 삶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보화시대의 인류들을 질서 지우는 이런 설명어들이 또 다시 정보의 홍수를 이뤄 사람들에게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등 스트레스를 주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소위 트렌드 분석이라는 글쓰기들이 기존의 나열된 정보들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는 데 불과한 '뒷북'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과 씁쓸함도 함께 안겨준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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