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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 어떻게 결정하나
인세, 어떻게 결정하나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6.12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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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선이 관행...2-3백부 구입조건 출판도

출판사를 잘 만나는 것이 저자에겐 큰복이다. 책의 상업성보다는 학문적 가치를 먼저 알아주는 에디터, 책이 팔리는 대로 미루지 않고 꼬박꼬박 인세를 지급하는 출판사와는 보통 대여섯 권을 연달아 계약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학술서 시장이 갈수록 슈퍼마켓이 돼 가면서 저자와 출판사 사이는 예전만큼 알콩달콩하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변칙적인 계약관행이 생겨나기도 한다. 물론 출판도 이제 근대화돼서 못살던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인세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

예전엔 10%의 인세가 관행이었지만, 요즘은 7∼8% 선에서 타협 보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물론 2천부 이상이 소화될 경우 10%대로 올려주겠다는 단서조항이 붙지만 말이다. 그렇게 계산하면 1만원 짜리 책 1천부가 팔릴 경우 저자에게 돌아오는 돈은 80만원 정도다. 이건 책을 집필할 때 저자가 들이는 공이나 아니면 기타 사진자료들을 직접 구하는 값에도 훨씬 못미치는 금액이다.

요즘은 저자가 2∼3백부를 구입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한 출판계약도 많이 맺어진다. 저자라고 디스카운트를 많이 해주지는 않고, 서점 마진율 15% 정도를 깎아주는 게 관행이라, 만약 1만원 짜리 책 3백부를 사려면 2백50만원 정도의 돈을 들여야 한다. 그러니 웬만한 원고는 책으로 화하지 못하고 서랍에 묵혀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장성이 불투명한 책은 저자에게 전량을 구입하게 하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교수임용평가 때문에 급조되는 책들이 보통 이 쪽이다.

최악의 경우는 이런 것이다. 최근 교수신문에 들어온 某 교수의 제보에 따르면 한 철학 관련 출판사가 재판을 찍고 저자에게 인세를 지불하지 않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 같다. 학술서의 성격상 당장 책이 안 팔리더라도 그 분야에서 경쟁력만 있으면 꾸준히 팔려 언젠가는 재판을 찍게 마련인데, 몇몇 출판사의 경우 저자와 연락이 안된다는 이유로, 아니면 슬그머니 재쇄(판)를 발행하는 경우가 있는 걸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의 뜨거운 부분은 책이 예상외로 잘 팔릴 경우다. 번역서나 일부 교양서 집필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5∼8%로 낮게 인세계약을 했는데 책이 너무 잘 팔릴 경우 저자가 인세율 인상을 요구한다. 이럴 때는 출판사가 마케팅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순전히 책의 경쟁력인지를 서로 잘 분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절은 출판사가 저자의 원고를 현금을 주고 사는 경우다. 예전에 인기 교수의 원고를 매절하는 사례들이 있었지만, 학술서 불황의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일부 번역서에서는 아직 남아있지만, 번역서도 요즘은 인세로 바뀌는 추세다. 하지만 매절이 전근대 방식이고, 인세가 근대적 방식이라는 도식이 꼭 맞는 얘기는 아닌 것이, 어려운 해외학술서의 경우 10년 고생을 해서 번역을 했는데, 책이 1천부도 안 팔리면 번역자로서는 너무 억울한 일이다. 이럴 경우 매절의 방식을 고려해볼 수도 있는 일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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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2003-06-14 10:40:57
강성민 기자님에게:

우리나라의 학술전문 출판사들중 상당수는 형식적인 계약과 적은 계약금으로 책을 쉽게 가져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인세에 관한한 대부분 투명성이 없습니다. 저자가 문의 할 때 조차도 잘 모른다고 할 정도입니다. 저자들이 1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쓰는 노력을 생각한다면, 정말로 파렴치한 행각으로 비쳐집니다. 대부분의 선량하고 순수한 저자들을 생각한다면 그 노력에 대한 공정한 댓가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기회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세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님께서 이번 문제를 좀 투명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공론화하고, 인세제도를 개혁시키는데 앞장서 주시기를 부탁하는바입니다.

독자 2003-06-14 10:17:07
독자 여러분들에게 인세에 대한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형식적인 10% 계약을 하고 아주적은 계약금만 주고 책을 거저가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이 잘 팔려 재판이 들어가도, 저자에겐 연락조차 안하고 슬그머니 지나치게 마련이죠. 특히 일방적으로 인지를 찍지 않는 경우는 일반화 되었지요. 도대체 책이 어느정도 팔리는지 알수는 없는 것인지요? 어떤 H출판사는 사장이라는자가 저자에게 인세를 못주니 법적으로 해보라고 전화로 협박까지 했습니다.
저자와 우수한 책의 출판을 위한 확실한 조치가 너무나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