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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홀로 사는 수줍은 '홀딱벗고 새'
숲에서 홀로 사는 수줍은 '홀딱벗고 새'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6.25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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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03. 검은등뻐꾸기
검은등뻐꾸기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검은등뻐꾸기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뻐꾸기 울면 봄 온 줄 알고 하모니카 불거든 임 온 줄 알라했다. ‘뻐꾹 뻐꾹’. 봄의 전령사인 수놈뻐꾸기 노래는 오래전부터 여기저기서 시끌벅적 들려왔는데, 오늘따라 춘천시내 안마산 자락에서 검은등뻐꾸기가 ‘홀딱벗고 홀딱벗고’를 외쳐댄다. 봄여름산행을 하다보면 산중턱에나 올라야 듣는 소리인데 말이지.

검은등뻐꾸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뻐꾸기·벙어리뻐꾸기 등이 속하는 뻐꾸기무리의 공통 특징을 먼저 간단히 보자. 무엇보다 이들은 몸매가 날씬하고, 꼬리가 길쭉한 것이 천생 매(falcon)를 빼닮았다. 성질이 사납고 육식하는 맹금류를 짓시늉(擬態, mimicry)하여 보신하려고 그런다.   

게다가 녀석들은 알을 품지 못 하고 딴 새둥지에 몰래 집어넣어(마껴) 새끼치기를 하니 이를 탁란(托卵, brood parasitism)이라한다. 말해서 기생 새(parasite bird)이다. 탁란조는 모두가 두견이과로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뻐꾸기·검은등뻐꾸기·두견이·매사촌·벙어리뻐꾸기들이 있다. 그리고 뱁새·멧새·노랑할미새·알락할미새·종달새·개개비·검은딱새·때까치 등의 숙주 새(host bird)도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있다. 

5월 상순에서 8월 상순까지 1개의 숙주둥지에 1개의 알을 맡긴다. 등치가 큰 탁란조의 알은 몸집이 작은 숙주새의 알보다 크지만 색깔과 무늬가 꼭 닮았다. 이렇게 이 둥지 저 둥지를 배회하면서 10개 넘는 알을 낳는 요사한 암놈뻐꾸기다. 

그리고 일례로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 알이 까이는데 14일이 걸리는데 뻐꾸기 알은 9일이면 부화한다. 그래서 사특하고 간사한 뻐꾸기새끼가 별난 행패를 부린다. 알에서 깨인 뒤 10시간이 지날 무렵이면 이윽고 망나니본성이 발동하니 잔등에 딱딱한 것이 닿기만 하면 날갯죽지를 뒤틀어서 집 바깥으로 밀어내버린다. 이렇게 뱁새 알이나 새끼를 죄 몰아내버리고는 어미를 독차지 하고, 어미 맘을 사기 위해 뱁새새끼 흉내를 내며 갖은 아양을 다 부린다.

영문도 모르는 뱁새어미다. 아니, 알고도 속아주는 것일까? 제 몸을 삼킬 듯이 커버린 남의 새끼를 금이야 옥이야 보살펴 거뿐히 키우는 어미 뱁새 아닌가. 첫새벽부터 먹이 찾아 숲속을 힘들게 쏘다니느라 곯아빠져 몰골이 말이 아니다. 배로 낳은 어미와 가슴으로 기른 두 어미를 가진 뻐꾸기! 어찌하여 이런 엉뚱한 진화를 했단 말인가.

“뻐꾸기가 둥지를 틀었다”고 하면 턱도 없고 얼토당토않은 일을 비꼰 말이다. 우리 인간사회에도 ‘무임승차’하는 볼품없는 뻐꾸기가 득실거리고 있으니 자식 없는 집 앞에 버려진 아이를 업둥이라 한다지. 그리고 뻐꾸기를 어리석은 사람이거나 얼간이에 비기니 제 스스로 새끼를 키우지 못함을 빗댄 말이다. 또 서양에서는 뻐꾸기를 ‘바람피우는 부정한 남편’에 빗대 쓰인다고 한다.
이제 본론으로 검은등뻐꾸기(Cuculus micropterus) 이야기다. 숲에서 홀로 사는 수줍은 새라서 산중턱허리에서 오직 소리로만 만날 수 있어서 그들의 생태나 생리, 산란행위 등이 아주 적게 알려졌다. 검은등뻐꾸기(Indian cuckoo)는 뻐꾸기목 두견과의 여름새로 몸길이 32~33cm에 119g 정도로 소리 빼고는 크기나 색깔, 맵시 따위가 보통 뻐꾸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머리와 멱은 어두운 잿빛이고, 윗면은 회갈색이이며. 위 가슴은 잿빛이고, 아래 가슴과 배는 황백색으로 검은색의 가로띠가 있다. 이렇게 보면 등이 특별히 검어서 검은등뻐꾸기라고 이름 붙인 것이 아닌 듯하다. 꼬리는 회갈색으로 끝 가까이에 현저한 검은색 띠가 있고, 끝은 희다. 꽁지깃에 흰색의 얼룩무늬가 있고, 가로띠를 형성하며, 날개깃과 날개덮깃은 모두 갈색이고, 날개 가장자리에도 가로띠가 현저하다. 다리는 자주색 또는 주황색이고, 눈 테는 납빛(푸르스름한 회색빛)을 띤 녹색이며, 홍채는 암갈색 또는 적갈색이고, 눈의 테두리가 다른 뻐꾸기 무리에 비해 뚜렷하지 않다.

큰 활엽낙엽수림에 살고, 주로 나방이의 애벌레인 털이 부숭부숭 난 송충이(毛蟲, hairy caterpillar)와 곤충벌레를 먹지만 가끔은 과일도 먹는다. 보통 날벌레곤충을 먹지만 땅바닥에 내려와 잡아먹기도 한다. 인도·스리랑카·중국 동남부·한국·인도네시아·미얀마 등지에 분포한다. 소리가 뻐꾸기소리와는 영판 다르게 ‘카카카코, 카카카코’하고 우는데 앞의 3음절은 높이가 같고, 마지막은 그보다 낮게 뚝 떨어진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사성두견(四聲杜鵑, four-note cuckoo)라 부르고, 음계로 치면 미미미도쯤이다. 또 ‘뻐꾹 뻐꾹’하는 뻐꾸기 소리보다 조금 낮지만 울림이 더 있다. 

검은등뻐꾸기 울음엔  ‘뻐꾹 뻐꾹/cuckoo cuckoo’와 같은 소리시늉말(擬聲語)이 따로 없어서 사람마다 다르게 들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다. ‘첫차 타고 막차 타고’,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작작 먹어 그만 먹어’ ‘머리 깎고 빡빡 깎고’로 들린다는 우스개도 있다. 

가장 흔한 이 새의 별명은 ‘홀딱벗고 새’로 울음소리가 ‘홀딱벗고 홀딱벗고’로 들린다는 것인데 등산객들의 짓궂은 장난기가 거기에 배어 있다하겠다. 그리고 검은등뻐꾸기 울면 봄보리가 여물 때라 옛 민초들에겐 지긋지긋한 보릿고개(麥嶺)를 겨우 넘었다는 기쁨의 노래로 들려서‘보리새’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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