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1:30 (토)
비교서평 : 『동아시아 건국신화의 역사와 논리』(조현설 지음), 『일본의 신화』(김화경 지음)
비교서평 : 『동아시아 건국신화의 역사와 논리』(조현설 지음), 『일본의 신화』(김화경 지음)
  • 김헌선 경기대
  • 승인 2003.06.12 00: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넓고 깊게 동아시아 신화 천착한 노작

신화 연구는 참으로 많은 짐을 지고 있다. 신화 설명서는 많아도 신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전작 저서는 찾기 힘든 형편이다. 신화를 빙자한 통속적 읽을 거리에 맞서서 진정한 신화의 가치와 진리를 규명한 둔중한 연구 업적을 내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갇힌 연구의 시야를 교정해 세계를 향한 트인 시야의 신화 연구가 필요한데, 그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일이다.

넓고 깊게 동아시아 신화 천착한 노작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신화 연구의 두 저작은 국문학자로서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맡아낸 노작이라는 점에서 거듭 기려 마땅하다. 김화경의 책은 일본 신화의 중요한 신화 전달 경로를 문제삼아 일본 학자의 견해를 집약적으로 요약하고, 우리의 관점에서 일본 신화를 휘어잡은 보기 드문 저서다. 오랫동안 일본 신화에 천착해서 다카마노하라계(高天原系) 신화와 이즈모계(出雲系) 신화의 갈등과 공존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고 있다. 시각이 독특하고 일본 신화학계에서도 쉽사리 언급하지 않는 과제를 자료와 방법 양 측면에서 새롭게 논의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현설의 책은 동아시아 건국신화를 대상으로 삼아서 건국신화의 구조적 원리를 구명하려 했다. 저자가 제안하고 힘써 논증한 건국신화의 원리는 3기능체계론이다. 신화 연구의 방법으로 제안된 바 없는 독창적 관점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판견자-중개자-실현자의 신격 기능 체계다. 이와 유사한 이론으로 뒤메질의 3기능체계론이 있으나, 저자의 방법이나 이론과 자못 다르다. 종래의 연구사에서 막연하게 제안하던 3대기 구조를 넘어서는 의의를 갖는다. 특히 이런 각도에서 동아시아라고 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티베트, 몽골, 만주, 한국 등의 건국신화를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자료의 발견과 확충이라는 점에서 이 저작은 연구사에서 긴요한 위치를 차지하리라 예견된다.

김화경은 깊이 있게 천착했다면, 조현설은 넓게 바라봤다. 이것은 두 사람의 출발점이 어디인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신화 연구 풍토에서 출발한 전자는 비교적 자유롭지 못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래서 고증이 치밀하고 샅샅이 문헌을 검증한 흔적이 역력하다. 기름을 짜듯이 농축된 맛이 있다. 이에 견줘 중국 신화 자료의 섭렵으로부터 연구를 시작한 후자는 대상을 일목요연하게 다루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깊게 천착하고, 넓게 바라보는 두 가지의 연구 시각이 합쳐져야 바람직한 연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자료선정 및 범주구성에서 납득하기 어려워

그런데 두 연구자의 자료 선정과 연구의 도달점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해서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동아시아 신화 자료는 어떤 형태로 남아있는가에 따라서 구전신화, 문헌신화, 구전과 문헌의 공존신화로 다양하다. 김화경은 신화의 전달·정착 경로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다가 보니 실제로 현존하는 구전신화에 대해서 소홀한 면이 있다. 또한 일본이라는 외연적 범위의 설정이 일본의 다층적 구성 요소를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 문헌신화의 선정 결과여서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의 사각 지대에 놓인 오키나와나 북해도 지역의 신화를 총괄해야 고대 일본신화의 문헌신화적 허구성을 낱낱이 비판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게다가 일본 본토의 신사에 현지 전승되는 구전신화의 문헌정착 자료에 대해서도 다시금 살폈어야 한다.

조현설의 동아시아라는 용어 선정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동아시아의 대상 선정에 정작 중요한 중국과 일본 및 월남 등은 왜 소거됐는지 진정 요해되지 않는다. 신격 기능 체계에 부합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동아시아의 건국신화로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납득되지 않은 점이 너무 많다. 건국신화가 신화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대상이 되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건국신화의 신이 신격 체계를 이룬다고 하면서 파견자가 지고신이고, 중개자가 시조신 또는 자연신이며, 실현자가 국조신이라는 해명 역시 문자옥에 갇힌 해석이다. 건국신화가 이렇다면 모든 신화의 종합편인데, 신화가 과연 그런 것인지 의문이다. 건국신화와 다른 신화의 균등한 비교에 의한 일정한 통찰을 얻어야만 이 문제는 해명되리라고 생각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격이라는 속담이 있다. 위의 두 연구자는 국문학을 전공한 신화 연구자다. 그런데도 한국 신화에 국한되지 않고 외국어를 익히고 직접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고 자료를 수집해서 연구했으니 단단히 목이 마른 연구자들이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고 현지 조사를 해서 알찬 자료집과 연구서를 내는 일이 필요한데, 이것까지 요청하면 너무나 가혹한 주문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성민 2003-06-18 16:18:14
실수해서 죄송합니다

오자 2003-06-18 14:19:53
<동아시아 건국신화의 역사와 논리>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