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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평가·전자저널 구독료 압박 등 難題 여전해
교육부 평가·전자저널 구독료 압박 등 難題 여전해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6.2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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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전국대학도서관대회 성료

“대학도서관의 발전은 국가발전과 직결된다. 우수한 대학 뒤에는 우수한 도서관이 있으며, 학술자원의 유통과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 노력한다. 고등교육이 위기에 처할수록 대학도서관의 역할은 중요할 것이며, 전통적인 도서관 기능을 넘어서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평생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일 부산에서 제18회 전국도서관대회(이하 도서관대회)를 주최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한석수 원장(이하 KERIS)은 개회사에서 대학도서관의 의미와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RISS 20주년을 축하하는 현대무용 퍼포먼스로 그 막을 올린 도서관대회는 KERIS가 주최했고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회장 우찬제, 서강대)와 부산대(총장 전호환)의 주관했으며, 국공립대도서관협의회(회장 양명환, 이하 국대도협), 사립대도서관협의회(회장 최재정, 이하 사대도협), 전문대도서관협의회(회장 정진한, 이하 전대도협) 등에서 후원했다. 

도서관대회 본 세션에 앞서 교육부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대학도서관들과 개인 공로자들에 대한 시상식도 거행됐다. 2017년 대학도서관 시범 평가 결과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6개 대학도서관은 서울대, 덕성여대, 수원가톨릭대, 안산대, 서울예대, 전남도립대 도서관이었다. 개인공로자 부문 교육부장관상은 경상대, 목포해양대 등에 재직하는 12명이 수상했다. 대학도서관 학술정보 공유 및 유통에 기여함을 인정받은 대학도서관에 수상하는 KERIS 원장상은 12개 대학도서관에 수여됐는데, 2018년 학술정보 공동활용체제 종합평가 최우수기관으로 부산대, 한예종, 명지전문대가, 2018 외국어학술지지원센터 최우수상에는 고려대가 선정됐다. 사업별로는 고려대, 서울교대, 대덕대, 연세대, 합동신학대학원대, 서일대, 이화여대, 대구교대 등 8개 대학도서관이 정보공유 활성화 및 학술정보 공동활용체제 구축사업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했다. 

이번 도서관대회의 주제는 ‘지능정보 시대, 대학도서관의 역할’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대학도서관들이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할 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새로운 도서관 정책과 방향」으로 기조강연에 나선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은 “2만2천여 개의 전국 도서관들은 과거 전통적인 형태의 도서관을 벗어나는 진화과정을 겪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범부처를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단에 선 장수명 국가교육회의 고등교육전문위원회 위원장(한국교원대) 역시 「기술혁신시대의 대학 역할」 발표에서 “대학도서관은 지식저장소로서의 전통 도서관을 넘어 학생들의 융합적 활동 공간이자 사회적, 과학적 정보의 허브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창경 한양대 교수(과학정책과)는 「지능정보시대, 대학도서관의 문제 해결 방안」 발표에서 대학도서관이 학생들의 다양한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는 공간으로 변모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번 도서관대회에는 많은 대학도서관들이 참여해 규모도 컸고, 수상대학과 수상자들이 기쁨도 함께 나눴지만, 대학도서관들이 직면한 가장 큰 두 난제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미결상태였다. 교육부의 대학도서관 평가와 해마다 상승하는 전자저널 구독료가 그것. 134개교가 회원교로 참가하고 있는 사대도협의 박춘화 사무국장(계명대)은 올해로 3년에 접어든 교육부의 대학도서관 시범평가를 이렇게 평가했다. “올해로 시범평가가 종료된다. 지금까지 시범평가 결과가 쓰인 건 수상 말고는 미미한 편이고 잘 못하는 대학도서관에 대한 패널티도 없다. 낮은 등급의 대학평가를 받으면 국가사업을 수주 못하게 한다는 패널티가 있지만, 대학도서관 평가에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평가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을 해봐야 한다.” 사대도협은 다음달 제주에서 실무자급 회의를 열어 이 문제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두 번째 문제인 전자저널 구독료 상승률 압박에 대해서 강권익 국대도협 사무국장(제주대)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가는 전자저널 구독비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예전엔 30%에 불과하던 전자저널 구독료가 지금은 70%를 상회하고 단행본 구매비는 더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감소의 타격은 대학도서관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데, 여기에 몇몇 대형 전자학술정보서비스 업체들이 매년 두 자리 수로 구독료를 인상한다. 게다가 대학도서관들이 그동안 RISS에서 구독하던 전자저널들을 지난 4월부터 KISTI로 일원화하라는 지침도 내려왔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가야 할지 막막하다.”

정부가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하면서 많은 곳에서 도서 관련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전국 대학도서관 관계자들이 모인 이날 대회는 그런 일련의 행사와는 별개인 독립적이자 정기적인 논의의 장이었지만, 생산된 논의들이 정책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독자들에게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여러 행사들 뒤에 대학도서관의 현실이 가려지고, 정부로부터 ‘급한’ 예산 대우를 받지 못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양성하는 搖籃으로서의 대학도서관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다.

·사진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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