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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의 나비효과
5만원의 나비효과
  • 허진 고려대 박사수료·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8.06.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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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들의 一聲 ⑨

나는 고려대 국문과의 BK21플러스 한국어문학 미래인재육성사업단(이하 사업단)의 참여대학원생이었다. 2017년 2학기와 2018년 1학기에 국제 학술대회 참가 경비를 지원 받았다. 이 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돈이다.

사업단은 2017년 2학기 일본 메이지대 국제학술대회에 갈 때, 대학원생들에게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택시비를 ‘N분의 1’씩 분담하라고 종용했다. L연구교수가 이메일을 보내 지급한 출장비 중 5만원 상당의 비용을 도로 회수해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한 왕복 택시비는 J교수가 고려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출장 후 C연구교수로부터 들었다. 현지에서 J교수가 카드로 결제하는 장면을 목격한 나는 일본의 호텔방에서 택시비를 쓰지 않았으므로, 내가 낸 교통비를 돌려달라고 말했으나 L연구교수는 거절했다. 그 자리에는 다른 대학원생들도 있었다. 

나는 2018년 1학기에는 중국 항주 국제학술대회의 발표자로 선발됐다. 사업단의 Y연구교수와 C연구교수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식비로 약 5만원의 비용을 낼 것을 요구했다. Y연구교수 개인명의 통장으로 52$을 당일 환율로 환산해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이번에 나는 학술대회 후 영수증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Y연구교수는 ‘일이 많아 바쁘다’, ‘학생이 왜 학교 일을 다 알려고 하나’, ‘예의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C연구교수는 ‘기분이 나쁘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업단은 한국연구재단이 대학원생에게 지급한 연구비를 다시 회수했다. 그 연구비의 사용 내역을 공개해달라는 대학원생의 요청에 사업단은 지금까지도 답변하지 않고 있다. 고려대 대학원총학생회가 보낸 공문에 사업단은 ‘원총에 답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나는 이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내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렸다가, 사업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참여대학원생에서 배제됐다. 사업단장은 항주 항공권과 비자 발급이 끝난 상태에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나에게 통보했다.

이와 비슷한 연구비 오남용이나 유용의 사례는 대학원에 셀 수 없이 많다. 서울대 사회학과 H교수는 갑질, 성추행, 연구비 유용이 적발돼 서울대 징계위로부터 재심 끝에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생 10명은 이 처분에 불복해 집단 자퇴서를 서울대에 제출했다. 중앙대 <대학원신문>은 일어일문학과 “K교수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HK(인문한국) 사업비를 유용하고, 연구조교를 비롯한 학생들의 장학금을 연구실 운영비로 상납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대학원생의 증언을 보도했다. 

나는 사업단이 국제 학술대회에 갈 때, 약 5만원씩 걷은 것이 본질적으로 위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나의 물음은 대학원생의 연구비 주권 실현과 관련이 있으며, 알 권리에 해당한다. 도대체 왜 사업단은 참여교수가 법인카드로 결제할 거면서 학생들에게 교통비 명목의 돈을 걷은 것일까. 내 5만원은 어디에 쓰인 것일까. 왜 사업단은 굳이 식대를 공동으로 걷어 비용을 내려 한 것일까. 게다가 사업단은 SNS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나를 참여대학원생에서 배제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헌법 제2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를 위반한 것이다.

속설에 따르면 이 세상에 세 가지가 없다고 한다. 그것은 비밀, 정답, 공짜이다.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배후와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당일에 한 일은 결국 세상에 그 전모와 진실이 드러났다. 전두환과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려 했기 때문에 더 큰 화를 입었다. 이 사건은 현재 한국연구재단이 조사 중이다. 사업단이 대학원생의 연구비를 유용했다면, 그 진실도 언젠가 세상에 밝혀질 것이다. 나는 내가 사업단에 냈다가 돌려받지 못한 ‘5만원’이 나비효과처럼 큰 변화를 가져오기를 소망한다. 그 변화는 연구비 사용 내역의 공개와 투명성 확보 및 알 권리 실현이다. 사업단장과 연구교수들은 내가 낸 ‘5만원’의 사용 내역을 밝히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합당한 책임을 지길 바란다. 

 

허진 고려대 박사과정·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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