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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변수' 둘러싼 논쟁의 지형
'중국변수' 둘러싼 논쟁의 지형
  • 교수신문
  • 승인 2000.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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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변수’둘러싼 논쟁의 지형

취약한 내부역량
외부 견제
‘覇者중국’ 걸림돌

홍콩·마카오 병합을 계기로 중국의 세력이 확장일로에 있다.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점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중국위협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패권약화를 예견하는 견해도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 국제정치학계에서는 ‘미국패권 지속론’이 우세하다.
국내학계에서도 논의의 중심은 미국패권의 향방과 관련되어 있다. ‘중국위협론’이 강력하게 대두되면서 국내 학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슘페터식 세력확장 본능, 사회주의국가라는 중국체제의 이질성, ‘중화사상’으로 대표되는 중국인 특유의 자기중심성, 대만이라는 변수, ‘대중화경제권’의 가시화 등을 근거로 중국이 패권을 장악하게되리라는 견해를 개진한다. 그러나 사회적 불안정,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인구문제, 식량문제, 국유기업문제 등 중국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들과 중국경제의 지나친 대외의존도, 군사력의 열세, 그리고 열강들의 중국에 대한 견제 움직임 등의 변수를 고려한다면, ‘중국의 내적 역량이 너무 취약’하다는 견해가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한편, 동아시아 체제를 구축하여 서구패권세력에 대항해야 한다는 주장이 긍정적인 면만을 갖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한·중·일 3국에게 ‘21세기 동아시아시대’라는 단어는 어딘가 낙관적인 비전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패권주의가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주장만큼이나 공허한 것일 수 있다. 중국이 과연 동북아시아적 정체성을 받아들일지여전히 의문인데다, 설사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의 이해를 내세워 미국패권에 저항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오리엔탈리즘의 굴레를 뒤집어씀으로써 기존의 패권질서를 강화하게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비교적 최근의 것이지만, ‘소외되어 왔던 동남아시아지역과의 새로운 연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에도 힘이 실려가고 있다. 그러나 제3세계적 경제이념과 발전전략이 실패하고 제3세계의 정치이념인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근거가 사라진 90년대 이후, 제3세계가 집합적 행위자로서 국제질서와 세계체제에 도전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다만 21세기 국제질서와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대항하는 새로운 행위주체가 등장할 것이며, 그들은 제3세계의 저항적 유산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여전히 가능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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