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정의는 특권 없는 세상의 필수 조건”
“토지정의는 특권 없는 세상의 필수 조건”
  •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6.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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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김윤상 외 지음, 경북대출판부, 2018)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은 2002년 말에 출판된 『헨리 조지: 100년 만에 다시 보다』의 속편이다. 전편에 해당되는 책은 1994년에 시작한 ‘헨리조지연구회’의 참여자를 중심으로 한 11명의 글 13편을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가 편집한 것인데, 출판 후 16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상당히 쌓였고 헨리 조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으므로 속편을 내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래서 공저자였던 필자와 이정우 교수,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통상학부)와 새로운 헨리 조지 연구자 모두 9명이 마음을 합해서 새 책을 냈다.

이 책은 3부, 16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서는 헨리 조지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글 6편을 담았다. 제2부에 실린 5편의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특히 토지로 인한 불평등의 모습을 진단한다. 제3부에서는 지대개혁의 전략과 기본소득 등에 관한 5편의 글을 담았다. 전편과 비교해보면 헨리 조지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나날이 심해지는 빈부격차에 주목하면서 그 대책으로서 복지에 관심을 쏟는다는 특징이 있다.

책에 실린 글 중에서 필자 개인의 관점에서 감히 몇 편을 뽑아서 소개해본다. 새로운 시각으로 통계자료를 처리해 부동산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제8장이 눈에 띈다.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 문제를 세계적인 의제로 부상시킨 공이 있지만 토지문제에 둔감했음을 지적한 제10장과 제11장도 주목된다. 복지제도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보유세를 징수하여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13장도 눈길을 끈다. 북한의 지속가능한 경제체제 전환을 위해 공공토지임대제를 모색하는 제16장 역시 남북 간 해빙 분위가 조성되고 있는 이 시점에 의미 있게 다가온다.

헨리 조지 사상은 살아 있다

헨리 조지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만 14세가 되기도 전에 학교를 그만 두고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 언론인으로서 상당한 명성을 쌓았으며 노동 단체의 추대에 의해 뉴욕 시장에 출마하기도 했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헨리 조지가 만 40세 되는 해에 출간한 『진보와 빈곤』(1879)은 당시 유럽과 호주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아 성서 다음으로 많이 보급된 책이 되었다고 한다.

헨리 조지 사상은 19세기 후반 침체 상태에 빠졌던 유럽의 사회주의 운동을 부활시키는 동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헨리 조지 사상은 토지를 공유하되 경제 활동의 자유와 자본의 사유는 철저히 옹호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와 본질적으로 융화될 수 없었다. 사회주의 이론의 대척점에 있는 신고전학파 역시 헨리 조지 사상을 배척했다. 이들은 리카도 등 고전학파의 토지관을 버리고 지대의 성격이나 결정방식이 다른 생산요소와 다름없다고 봤다. 이처럼 토지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진 좌파와 신고전학파라는 양대 진영이 20세기 이후 경제학계의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헨리 조지 사상은 거의 빛을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 조지의 사상은 자본주의의 병폐가 여전한 가운데 사회주의라는 견제력마저 퇴조한 이 시점에 제3의 이념으로서 존재감이 돋보인다. 또 토지 불로소득을 보유세로 환수하는 방안이야말로 부동산 투기를 시장친화적으로 근절시킬 수 있는 근본 처방이라는 점에서 부동산투기 열풍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토지개혁에서 지대개혁으로

책 제목에 ‘지대개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토지개혁’이라고 하면 흔히 토지 자체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경제학계에서는 보편화된 ‘지대’라는 용어가 일반 독자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더러 사용할 정도가 되었으므로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용어는, 토지 자체의 균등 분배보다 지대를 환수하여 모두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자고 한 헨리 조지의 개혁안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대’는 토지 지대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토지 지대처럼 생산적 노력과는 무관한 특권이익 전체를 ‘경제 지대’ 또는 단순히 지대라고 부른다. 특권이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유리한 쪽을 차지한 사람의 지위를 말한다. 모든 인간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려면, 당연히 특권을 없애거나 부득이한 특권에 대해서는 지대를 환수해 공평하게 처리해야 한다. 또한 지대를 얻기 위한 행위 즉 ‘지대추구’(rent-seeking)도 학계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지대 소득은 사회의 생산 증가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부의 이전에 불과하며 따라서 지대 취득을 위한 경쟁에 투입되는 비용은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는 낭비라는 것이 학계의 일치된 견해다.

헨리 조지는 그 시대의 심각한 병폐였던 토지문제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그가 해결하려고 애썼던 문제를 일반화하면 특권의 문제가 된다. 토지소유권은 특권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의 사상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토지소유권 같은 특권을 허용할 경우에는 특권이익 즉 지대를 환수하여 폐해를 막아야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듯이, 이러한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면 부당한 불평등과 경제 비효율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게 된다.

전편과 속편 사이 16년간의 변화

199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소강상태를 보였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속단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헨리 조지 사상에 바탕을 둔 근본대책이 없는 한 부동산 투기는 재연한다고 염려하면서 전편인 『헨리 조지: 100년 만에 다시 보다』를 2002년에 출판했었다. 아니다 다를까, 얼마 후 서울 강남지역을 시작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고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대응했다. 그런데 부동산에 이해관계를 가진 쪽에서는 ‘세금 폭탄’이라고 맹렬하게 매도했다.

사실, 2007년 기준으로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대상 세대는 불과 2% 정도였다. 그 대부분이 다주택 소유자였으며 실효세율도 공시가격 10억 원 주택의 경우 0.52%에 불과하였다. 그런데도 여론에 큰 영향력을 가진 몇몇 언론과 야권이 비판에 앞장서면서 이 세금과 무관한 상당수 국민마저 오해를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2005년에 ‘토지정의시민연대’를 결성하고 2007년에는 ‘토지+자유연구소’를 출범시켰으며 최근에는 ‘헨리조지포럼’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헨리 조지 사상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이론을 우리 현실에 접목시켜 근본 대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후 부동산 문제는 잠잠해졌다.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정부 대응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무력화시켰다. 부동산과 금융이 합작해 야기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경험하고도 오히려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정책을 폈다. 그 여파로 최근 부동산이 다시 불붙는 조짐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전향적으로 대응하고는 있지만, 노무현 정부 때의 ‘세금 폭탄’ 트라우마 때문인지 근본대책인 보유세 강화 카드는 그저 만지작거리고만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희망적인 모습도 보인다. 집권 여당의 추미애 대표가 2017년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대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대선에 도전했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대 환수와 기본소득의 연계를 내세웠다. 또한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되기도 했다. 이 책이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멋진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사회정의/토지정책

미 펜실베니아대에서 도시계획학으로 박사를 했다. 주요 저서로 『특권 없는 세상: 헨리 조지 사상의 새로운 해석』, 『이상사회를 찾아서: 좌도우기의 길』이, 역서로는 『진보와 빈곤』,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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