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이 썩은 국토에서 살아야 하나?
후손이 썩은 국토에서 살아야 하나?
  • 강병화 고려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6.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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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강병화 고려대 명예교수·자원식물학

올해 초부터 중국이 폐자재 수입을 중단했다. 이에 재활용 업체들은 지난 4월부터 돈이 되지 않는 폐비닐 수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의 폐자재 수입 중단은 지난해 7월 이미 예고됐던 정책이었다. 환경부가 9개월간 손을 놓고 있어서 시민들만 불편함을 겪었다. 한때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까지 불렸던 일대 혼란은 비닐의 유해성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점차 비닐의 사용을 줄이는 정책까지 시행됨으로써 다행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돼 가고 있는 듯하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버린 쓰레기는 우리가 해결하는 것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환경 보호보다는 제 몸이 편한 방식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소각하고, 화력발전을 하고, 자동차를 타면서 미세먼지가 증가했다. 폐수 배출은 날로 증가하고 물과 토양은 오염됐다. 어느 날 환경의 보복으로 인류가 망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와 폐수로 오늘도 국토는 오염되는데 일반 시민과 학자와 정치인은 모두 무관심으로 看過하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자원식물을 찾아 34년간 5천일 가까운 시간 동안 산과 들을 누비며 조사하는 생활을 해 왔다. 그때마다 도시 근교는 물론 산과 들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를 목격하고 학회와 언론에 꾸준히 제보했지만 관심두는 이는 없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산과 들에서는 냉장고, 사무용 기기 등 대형 쓰레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는 버려진 쓰레기가 무성하게 자라는 식물에 의해 가려졌다. 보이지 않게 된 쓰레기는 수거되지도 못하고 토양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폐어망과 폐스티로폼으로 오염된 바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수채통’이 됐다”고 표현할 만큼 환경오염이 심각해 잠정 폐쇄 조치까지 내려진 보라카이처럼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된다.

농학자인 필자는 농업과 어업이 현대화·과학화될수록 쌓여가는 廢資材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목격해 왔다. 게다가 농업과 어업이 사양산업화된 문제도 심각하다. 젊은 노동력이 유입되지 않는데 廢農家와 廢魚家, 폐비닐하우스는 누가 치운단 말인가. 축산업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축산폐수뿐만 아니라 전염병인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으로 매몰된 家畜死體로 인해 지하수까지 오염됐다.

관할 영역을 따지는 관료와 지역구 경제 활성화를 통한 득표에만 신경 쓰는 정치인에게는 쓰레기로 오염된 국토가 보이지 않는다. 환경 관련 담당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환경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가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다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답은 교육이다. 쓰레기와 오염 물질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도록 교육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

우리의 후손은 깨끗한 국토에서 살 권리가 있다. 깨끗한 국토를 물려주고, 또한 미래세대 역시 깨끗한 국토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아기부터 주변 식물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도록 교육해야 한다. 쓰레기를 주워본 어린이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환경 보호를 통해 의외의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자연환경이 보장돼 살고 싶은 나라가 된다면 저출산 문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얼마나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건강 걱정을 내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 생각해 보라. 필자가 유학했던 독일은 두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었다.

신록의 계절이 되니 쓰레기 문제가 절로 떠올랐다. 생명이 무성한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는 쓰레기가 가득하다.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는 쓰레기를 제자리에 버리고, 오염물질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폐비닐 사태의 교훈처럼 환경 보호에 대한 교육과 환경을 오염시킨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우리의 후손이 깨끗한 국토에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강병화 고려대 명예교수·자원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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