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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축산물이 ‘항생제 범벅’이라고?
국내산 축산물이 ‘항생제 범벅’이라고?
  • 김유용 서울대·식품동물생명공학부
  • 승인 2018.06.11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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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공산품들을 해외로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해 한-EU FTA, 한-미 FTA가 체결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 농산업, 특히 축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축산업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한-미 FTA에 따른 수입 축산물 관세율 하락이, 2020년부터는 무관세로 조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현재 수입산 쇠고기나 돼지고기의 원산지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은 수출에 더욱 더 유리해지겠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계속 불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쇠고기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가 전체 수입량 중 약 50%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갈비인, 2008년 광우병사태를 온 국민들이 벌써 망각을 하고 있는지, “LA갈비”가 이제는 고유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미국산 돼지고기가 전체 수입량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삼겹살은 대부분 EU에서 수입되고 있다. 닭고기는 전체 수입량의 약 90%가 닭다리(다리육)로, 전체 수입량 중 약 88%가 브라질산이고 미국산이 약 10%다. 

이처럼 해외에서 수입되는 축산물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원인에는 ‘낮은 가격’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한다. 하지만 축산물을 소비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산 축산물을 불신한다는 사실을 빼놓을 순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축산물의 자급률은 약 70% 정도 수준이며, 축종별로는 쇠고기의 경우, 이미 자급률이 38%까지 하락해 우리나라 한우산업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축산을 전공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아직도 우리나라 축산물 소비자들이, 국내산 축산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불신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가축사료 내 미량의 AGP(animal growth promoter)가 첨가되면서 가축의 성장촉진은 물론 질병예방효과도 있었지만, 1986년 스웨덴에서 가축사료 내 성장촉진용 항생제(AGP)가 금지된 이래 덴마크는 2000년, EU에서는 2006년부터 첨가가 금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7월 1일부터 EU와 같이 가축사료 내 첨가됐던 항생제의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참 답답할 따름이다. 

EU에서는 오랫동안 가축사료 내 항생제의 첨가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가축사료에 첨가된 항생제가 가축의 성장 및 질병예방효과도 있지만, 축산물에 잔류할 수 있다는 문제, 첨가된 항생제로 가축에서는 물론 인체에서도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미생물이 발견된다는 심각한 문제로 가축사료 내 항생제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나라도 가축사료 내 항생제 사용을 전격 금지했다. 미국이나 일본이 가축사료에 항생제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축산업계의 결정이 매우 혁신적이며 축산물과 축산물 소비자들의 안전을 고려한 바람직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축산물 소비자들은 국내 축산물보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축산물의 품질이 더 우수하고, 국내산 축산물은 ‘항생제 범벅’이란 근거 없는 정보에 현혹돼 국내산 축산물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는 가축들에게는 사료용 항생제를 급여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국내산 축산물이 외국산에 비해 안전하지 못하다는 근거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그릇된 정보가 언론이나 소비자단체들을 통해 일반소비자들에게 잘못 알려진 결과, 국내산 축산물이 외면받는 결과가 초래됐다. 지금부터라도 국내산 축산물에는 사육단계에서부터 항생제나 호르몬제를 가축사료에 첨가하지 못하므로, 외국에서 수입되는 축산물보다 품질이 우수하고, 안전수준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된 축산물은 수입산에 비해 생산에서 소비까지 유통기간도 짧아 위생상태도 뛰어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리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항생제나 호르몬제로부터 자유로운 국내산 축산물이 외국에서 수입되는 축산물에 비해 안전하고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지하시고 국내산 축산물을 소비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유용 서울대·식품동물생명공학부
미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동물영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에 재직 중이며, 농협중앙회 평가위원, 양돈수급조절협의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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