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의 교육적 책임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대학원의 교육적 책임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 이우창 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
  • 승인 2018.06.11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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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들의 一聲 ⑧

대학원생 기본권 실태 및 교육연구환경 개선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언제고 한번쯤은 다음의 물음을 마주하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교육자와 교육기관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도록 할 수 있는가? 권한과 자원이 교육자와 기관 측에 집중돼 있는 한국의 대학원 환경에서, 대학원생이 학생·연구자로서 또 인격으로서 지닌 기본적인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전자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바꿔 말하면 지금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대학원생 문제’ 상당수는 일부 교수,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고 감독할 의무를 지닌 교육기관이 자신의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또는 그럴 수 없는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 대한 대응방향이 제도적으로 교원과 교육기관의 책임을 명시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 또한 권한과 자원이 특정 행위자에게 집중된 대학원의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난점은 특히 대학원에서 교육적 책임을 강화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고 생산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전문가의 자율성을 요구하며, 이 사실은 대학원의 교육·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을 설정할 수는 있으나 전문화된 지식과 역량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모든 세세한 부분까지 사전에 지침을 제시하고 감독하기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분명 관료기구에 의한 일괄적인 통제는 최저기준을 강제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등재지 위주의 연구자 실적평가시스템에 대해 제기된 비판에서 참고할 수 있듯, 관료적 통제의 대상이 자율적으로 최고의 성취를 낼 수 있도록 촉진하기란 쉽지 않다는 약점 또한 분명하다. 더불어 교육부 및 유관기관의 중앙집권적 통제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축적돼 온 역사적 조건 또한 고려한다면 중앙기구에서 상명하달 식으로 각 교육기관·교원의 교육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분명 한계가 있다.

최근 대학원생 기본권 및 교육연구환경에 관해 열린 몇몇 논의자리에서 점차 상기한 난점을 우회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이 공유되기 시작했음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중에서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된 개선책은 대학원 학과·전공·연구실별 교육·기본권 관련 지표를 설정하고 공개하자는 것이다. 가령 몇 가지 고려해볼만한 물음들을 떠올려보면 다음과 같다. 특정한 학과·전공에서 중간에 학업을 그만두는 사례는 얼마나 되며, 중도이탈의 주된 사유는 무엇인가? 학위취득까지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며, 학위취득자는 졸업 후에 어떤 직장을 선택하고, 학과·교수는 이에 대해 어떤 교육과 노력을 제공하는가? 조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임금 또는 장학금이 지급되며, 주당 근무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단과대학·학교 내에서 권력형 인권침해 혹은 성폭력이 발생할 때 해당 기구는 그러한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가?

학과·전공·연구실·교수 별로 기본권 및 교육환경 정보를 공개하는 접근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명백한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접근법은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사적인 인맥을 제외하면 거의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대학원을 선택하는 현재의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진학희망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주어질 때 기본권 침해가 자행되거나 제대로 된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대학원은 자연스럽게 기피될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학과·연구실에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입학하면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안을 줄일 뿐더러, 각 학교·학과에서 입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 기본권 보장 및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할 실질적인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중앙기구에 의한 감독·통제가 아닌 학생들의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 교육적 책임을 제고시키는 방식은 감독자와 피감독자 모두가 느끼는 규제의 부담을 상당 부분 줄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며, 여기서 제안한 접근법 또한 실제 적용까지는 상당한 논의와 수정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좋은 환경의 구축은 본래 어느 한 가지 제도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며 복수의 제도·정책·문화의 정교한 결합을 통해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 단지 교육자와 교육기관을 압박하는 대신 (예비)대학원생에게 더 많은 역량을 부여함으로써 교육적 책임을 끌어올리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진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우창 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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