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이 교양교육에 주목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이 교양교육에 주목하는 이유는?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6.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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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 기업과 대학 산·학 토론회 개최
▲지난달 31일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대학교육」 토론회가 개최됐다.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가 주최하고 주관한 이 토론회에는 홍성기 한국교양교육학회 회장 등 학계와 산업계의 인사들이 모였다. 사진제공=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
▲지난달 31일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대학교육」 토론회가 개최됐다.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가 주최하고 주관한 이 토론회에는 홍성기 한국교양교육학회 회장 등
학계와 산업계의 인사들이 모였다. 사진제공=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

“역량은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 “역량은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

같은 자리에서 두 토론자가 정의한 역량의 개념은 이처럼 확연히 달랐다.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대학교육」 산·학 토론회는 기업과 대학이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박경하 회장(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분과 학문 경계를 넘어서는 교양교육에 대한 기대와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며 “산업계와 학계가 서로 간에 의견을 나누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회장 박경하)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 한국교양교육학회(회장 홍성기), 한국교양기초교육원(원장 윤우섭)이 후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유연하고 감성적인 지식이 중요

교양교육 학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교양교육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첫 발표에서 홍성기 한국교양교육학회 회장(아주대 기초교육대학)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해외 대학 교양교육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한국 대학 교양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다. Goldin과 Kats는 20세기 중후반 미국의 소득격차가 줄어든 원인으로 자유학예에 기반한 보편교육을 강조한다. 기술이 급격히 변하는 시대에는 교육 수준의 격차가 그대로 소득격차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홍 회장은 “미래 직업세계에서는 대학의 졸업생이 여러 직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학습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육부의 대학교육 정책에 교양교육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잇는 거시적이고 통합적인 시야를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종성 인하대 프런티어교양대학 학장도 다양한 분야에 응용가능한 유연한 지식을 가르치는 교양교육이 앞으로 기업으로부터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학장은 “2016년 WEF(World Economy Forum·다보스포럼)가 분석한 미래 직업 환경이 변하는 요인 중 하나가 업무환경 변화와 유연성”이라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보다 교양교육 같은 유연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기호 연구소혜인 대표는 “인성이 곧 실력이 되는 사회가 됐다”는 화두를 던지며 발표에 나서 “기업에서 어떤 지식과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명확하게 표현해야 교양교육의 퀄리티도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산업계 “디지털 리터러시, 인성 교육 필요”

토론이 시작되자 기업가 패널들은 교양교육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이상헌 한글과컴퓨터 부회장은 “요새 모든 기업들은 IT화돼 있다”며 “정부에서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을 선정하고 소프트웨어교육을 하는데 그것도 교양교육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해결 능력과 코딩 능력이라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IT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긍정적 성격, 적극성 등 인성도 기업이 대학과 교양교육에 바라는 것 중 하나다.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교육을 담당했던 김성준 삼성디스플레이 부장은 “기업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공통된 암묵지가 있다”며 “첫째는 긍정, 두 번째는 적극성, 세 번째는 오픈마인드”라고 설명했다. 20년 동안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한 청중은 “기업인으로서 답답하다. 일할 사람 찾기가 힘들다”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대학의 교양교육에 아쉬움을 표했다.

대학교육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한편, 기업의 요구에 맞추기에 앞서 대학의 교양교육 방향을 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홍준 성균관대 학부대학 학장은 “교양교육의 목표가 특정 계층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몇 년 간 불었던 인문학 열풍과 도구화된 교양교육 세태에 대한 경고의 의미였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도 대학의 자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요즘 대학들은 정부에서 중시하는 지표들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교양교육이 기업에 순응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 영문과)은 “인성이라는 것이 꼭 긍정적이고 조직에 잘 순응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촛불시민을 교양 없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시민의식을 갖춘 사람이 교양인이고 그런 의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잘못된 사회구조를 비판할 수도 있어야 한다. 기업도 그런 인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대학과 기업 간의 교양교육에 대한 시각 차이를 확인하고 그 간극을 좁혀가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의 의견처럼 교양 있는 시민을 길러낸다는 중세 자유학예교육의 전통에 자본주의적 인재상을 편입시키려는 것은 무리한 시도일지 모른다. 교양교육이 그 외연을 확장할 수 있으려면 이러한 토론회가 단발적인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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