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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책의 여론 민감성
교육 정책의 여론 민감성
  • 김영석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6.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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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일반사회교육과

얼마 전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평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넘었다. 그러나 교육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30%에 그쳐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조사결과라 할 수 있다. 교육감 시절 경기도 교육의 혁신을 이끌며 ‘눈부신 실력’을 보여주었던 김상곤 부총리이지만 아직 주목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혹시나 그 역시 관료들에게 포위돼 눈과 귀가 막힌 것은 아닌지 하는 볼멘 목소리마저 들려온다. 그러나 교육문제가 교육부 장관의 개인적 실력으로 해결되기에는 어려운 과제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교육은 개혁의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도 않지만, 교육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는 교육이 미래의 경제활동을 준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에 요구도 다양할뿐더러 교육정책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나 정책 당국은 국민 여론을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소신 있는 교육행정이 위축되기도 한다. 관련해 최근에 교육부가 보여준 일련의 정책 혼선이 실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적극적’ 의견제시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진위가 어떻든 정부 당국이 여론의 흐름에 민감해질수록 교육문제의 ‘교육적’ 해결은 어려워진다.

일부 야당 의원은 여론 눈치에 오락가락하는 정부 당국의 행태를 문제 삼아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11일 유성엽 의원(민주평화당)이 대학입시개편안 이송 등에서 보여준 교육부의 ‘직무유기’와 ‘정책혼선’을 문제 삼아 다른 야당의 협조를 얻어 대표 발의자로 나선 것이다. 물론 정권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계획을 세우고 교육개혁을 추진해보자는 차원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논의는 새로운 바가 없으며,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교육문제 해결에 대한 의사결정은 여론에서 한걸음 물러나서 차분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모색해야 한다는 데 여야를 초월해서 원론적인 동의가 성립됐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제도적 환경 하에서는 설사 여야 합의로 국가교육위원회가 구성된들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매년 기재부에 ‘구걸’하다시피 사업비성 예산을 배정받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교육부 폐지는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산도 법에 따라 안정적으로 지원받고, 교육내용과 방법도 온전히 교육 주체들의 교육적 고려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가교육위원회는 실패가 예고된 제도일 뿐이다.

필자는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개발됐던 제6차 교육과정이 가진 ‘혁신성’의 원인을 나름대로 추적하는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제6차 교육과정은 군사정권 후반기에 기획됐으면서도 교련의 실질적 폐지, 국사의 사회과 통합, 국민윤리의 성격변화, 가정과 기술의 통합 등 획기적인 조치를 통해 ‘국민’에서 ‘시민’으로의 전환, 양성평등과 같은 진보적이면서도 교육적인 가치를 추구했다. 당시 이해관계자들의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음에도개혁의 추진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에 대해 당시 교육과정 개발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내놓은 설명은 놀랍게도 ‘정권의 무관심’이었다. 교육에 무관심했던 정권에 눈치 볼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학교 교육의 기본 목표에 충실하게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대학입시 개편과 유치원 방과 후 영어 특별활동 금지 문제 역시 논란의 거품을 거둬내고 차분히 살펴보면 ‘교육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당장에 학부모들은 불안해 할 것이고 이해 당사자들의 불만이 있겠지만 최종 결정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를 바탕으로 내려져야 한다. 최근 한 인사는 교육부 장관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청와대를 상대로 한 리더십이라는 주장을 내놓아 이목을 끌었다. 이런 주장이 한낱 가십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대통령부터 마음을 열고 교육 문제가 교육의 논리에 따라 해결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일반사회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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