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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볼 때
대학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볼 때
  • 민경찬 논설위원
  • 승인 2018.06.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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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대학교육’이라는 주제로 기업과 대학 산·학 토론회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대학의 교육이 산업계 발전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는 산업계의 요구를 바르게 인식하고 상호 협력의 차원을 높이며, 대학 교육의 질 제고를 통해 일자리 이슈는 물론 급변하는 미래 시대를 제대로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대학들이 그동안 기업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너무 민감하게만 반응한 것 같다는 기업 측의 지적은 모임의 분위기를 무겁게 했다. 기업에서는 매순간 변하는 상황을 잘 받아들이며, 전쟁과도 같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순발력을 가지고 적절히 대응해야 하므로, 긍정성, 개방성, 적극성, 성실함과 책임감, 창의성, 전략성 등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런데 많은 대학들은 서류전형과 필기전형에 집중된 취업지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지난 수년간 대학들은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이 강조됨에 따라, 학생들의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교과목 개설,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학이 취업 준비기관이냐 라는 비판도 들어왔다. 학생들도 여러 스펙들을 쌓아가느라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왔다. 그러나 기업들은 탐탁지 않은 반응이었다. 대학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 대부분 쓸모없어, 입사 후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자신의 영역에서 세계 1위의 위치에 있는 한 중견기업 대표는 한 사람의 역량이 지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최근 5년 간 이 기업의 신입사원 출신대학 분포가 1그룹(1위~10위) 25%, 2그룹(11~40위) 36%, 3그룹(41위 이하) 39% 인데, 고성과자 분포는 1그룹 20%, 2그룹 36%, 3그룹 44% 이라는 것이다. 대학의 서열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을 선택하고 있다. 

대학들은 이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방향과 방식을 새롭게 선택해야 한다. 대학은 대학 알리미 또는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 지표를 높이는 노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한 학생이 취업한 이후 그 일터에서 어떠한 기여로 영향력을 키워나가도록 할 것인가이다. 더욱이 100세 시대에 최소한 5~6개 바꾸게 될 미래 직업을 어떻게 준비하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대학에서의 교육이 전공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기업이 원하는 핵심역량’에서 전공 관련 이론과 지식의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인문, 사회, 과학, 예술을 비롯해 사랑과 배려의 마음, 독자적 사고력, 팀워크 등의 소프트 스킬,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수평적 협업 능력, 융·복합적 마인드 등을 교양기초교육은 물론 대학 전체의 문화를 통해 체화시켜야 한다.

교양교육을 전공교육에 비해 한 급 낮은 것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 교양기초교육도 전공교육 이상의 깊이 있는 교육활동을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과정은 기업을 비롯한 대학교육의 수혜자들이 모두 참여토록 하여, 서로를 이해하며 교육의 효용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이는 ‘한 학생’의 미래 진로를 진정으로 고민해주며, 정성을 다해 씨를 뿌리는 일이어야 한다. 그리고 20~30년 후의 결실을 기대하는 것이다. 

200년 전부터 이어온 지식 중심의 접근은 이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 한다. 기술, 문화,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기술이 이미 존재하는 세상인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 세대는 전혀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 대학들은 ‘디지털’의 관점에서도 대 혁신을 해야 미래에 생존할 수 있다. 대학 교육의 방향과 질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때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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