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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되는 과정
‘박사’가 되는 과정
  • 최아름 서강대·생명과학과 연구교수
  • 승인 2018.06.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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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 때 일이다. 내가 몸담고 있던 연구소에서 우리나라 해양 미생물을 처음으로 발견해 이 미생물의 유전체 분석(genome sequencing)을 완료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생물 지도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 미생물의 단백질 성질을 규명하고 싶다며 지도교수님께서 공동연구를 제안하셨다. 처음에 단백질 서열을 교수님으로부터 전달받고 단백질의 일차 구조를 봤을 때, 기존의 단백질과는 다른 서열이 눈에 들어왔다. “교수님, 이거 유전체 분석(genome sequencing) 잘못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교수님도 찬찬히 단백질 서열을 확인해 보신 뒤, 내 의견에 동의를 하셨다. 

연구소에서는 유전체 분석(genome sequencing)에 매진을 했고,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 단백질을 대장균에서 과발현시켜서 단백질의 성질을 규명하고자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을 하면 할수록, 기존의 단백질과는 다른 결과가 반복돼 처음에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벌써 박사 과정 몇 년차인데, 내가 실험을 잘못하는 것인가, 용액(buffer)을 잘못 만들었나, 요즘 수업도 많이 듣고 밤샘 실험 하느라 실험 도중에 졸았나 등…. 나의 잘못을 찾으려 목욕재개하고 실험에 매진해도, 갈수록 처음에 잘못 나온 결과가 되풀이 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연구소 쪽에서 유전체 분석(genome sequencing)에는 이상이 없다는 연락이 왔고, 이 골칫덩어리 결과가 흥미 있는 결과로 바뀌었다. ‘아 그럼, 내가 실험을 잘못한 게 아니라 이 단백질의 성질이 이런 거구나!’ 기존의 단백질 기능 접근 시선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새로운 단백질이라는 가정 하에, 이 단백질 기능의 결과를 보니 정말 재미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교수님은 단번에 결과를 보시고는 “이거 <네이처(Nature)> 감이다!” 라고 외치셨고, 기대감 속에서 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새로운 단백질의 기능을 확실히 규명하고 싶다는 바람에, 일본 그룹과 캐나다 그룹에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자고 연락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연구실에서는 생물학적 방법으로, 일본 그룹에서는 생화학적 방법으로, 캐나다 그룹에서는 생물리학적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렇게 각 세 분야에서 하나씩 결과를 내놓을 때 마다, 이 미지의 단백질 기능에 대한 퍼즐이 하나씩 맞춰졌고, 결론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가지고 있는 단백질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신나게 논문을 써내려갔고, 이제 '제출'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것이었는데, 이때 문제가 생겼다. 일본 그룹에서 이 단백질의 유사체를 일본 해양에서 분리한 미생물에서 동정해 단독으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을 투고했다. 지도교수님과 나는 큰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실험실밖에 몰랐던 나는 이제 그 실험이 싫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그때,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았다. 항상 나를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가족, 그리고 실험실 동료들이 함께 울어주고 털고 일어나자며 다독여 주셨다. 그 힘으로 다시 일어선 나는 졸업을 무사히 할 수 있었고,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리서치펠로우 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 

지금 후배 연구자님들께 해주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실험 결과가 예전과 이상하게 나온다 해도 무조건 내 자신을 탓하지 말고,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 지속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과 응원을 해주고 싶다. 얽힌 실타래를 마침내 풀고야 마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가 의미가 있나’하는 회의감을 계속 가질 때가 있겠지만, 경험 많으신 교수님들은 한 번에 연구의 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고 계시니 교수님과 실험 결과로 많은 토의를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한 현재는 연구노트가 의무화 돼 있으니 많은 분들이 열심히 잘 쓰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연구를 위해 연구노트가 매우 필요한 자료가 되겠지만, 만약 특허분쟁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도 법적 근거로서 유용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않았음 한다. 내가 힘들고 쓰러졌을 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은 바로 그들이니까 말이다. 

 

최아름 서강대·생명과학과 연구교수
서강대에서 광합성 미생물의 막단백질 광생물적 특성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빛+이산화탄소 고정, 맞춤형 합성 미생물 제작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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