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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페임랩 코리아’, “과학도 소설처럼 하나의 문화”
‘2018 페임랩 코리아’, “과학도 소설처럼 하나의 문화”
  • 양도웅
  • 승인 2018.05.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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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페임랩 코리아’ 본선 참가자 좌담회

“기회는 단 3분, 과학으로 청중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라!” 지난 11일, 광화문에 위치한 KT스퀘어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서은경)과 영국문화원(원장 마틴 프라이어)이 주관하는 ‘2018 페임랩 코리아’(이하 페임랩 코리아)가 열렸다. 페임랩은 2005년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과학소통 경연대회’로, 과학과 딱히 관련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도록 과학 관련 주제를 3분 동안 발표하는 경연대회다. 이날 진행된 페임랩 코리아에는 정재승 KAIST 교수(바이오·뇌공학과), 유지원 홍익대 교수(시각디자인학과), 그리고 작년 페임랩 코리아 우승자이자 2017 페임랩 국제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목정완씨(KAIST 생명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총 10명의 본선 참가자들이 열띤 경연을 펼친 끝에, ‘뱃속의 아이를 위해 자신의 혈액 속 산소까지 내어주는 어머니의 사랑’을 소개한 박찬우군(경희대 유전공학과 4년)이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이어 김현우군(경희대 한약학과 4년)이 최우수상을, 이세리씨(걸스로봇)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자뿐 아니라 본선 참가자 10명 모두 과학창의재단 소속 ‘과학 커뮤니케이터’(이하 과커)로 활동하게 된다. 지난 23일, 서초구의 한 회의실에서 이번 페임랩 코리아 수상자들과 본선 참가자 손진아양(충북대 신소재공학과 4년)을 만나 ‘페임랩 코리아’에서부터 ‘소통’과 ‘과학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11일, ‘3분 과학 소통대회’인 ‘2018 페임랩 코리아’가 열렸다. 참석한 10명의 경연자들은 앞으로 과학과 대중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하게 된다.  
지난 11일, ‘3분 과학 소통대회’인 ‘2018 페임랩 코리아’가 열렸다. 참석한 10명의 경연자들은 앞으로 과학과 대중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하게 된다.  

“과학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었다”

“오해를 좀 풀고 싶었다.” 박찬우군은 페임랩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말에 몇 초간 뜸을 들인 뒤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과학에 갖고 있는 선입견과 오해를 풀어줄 수 있는 기회를 페임랩이 제공해준다”며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하소연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어머니의 사랑’을 주제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전공 분야인 유전공학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참가자들 또한 “비과학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며 “페임랩에서 그러한 비과학을 바로 잡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발표한 내용 외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과학이 있느냐는 물음에 한약학과에 재학 중인 김현우군은 “약은 식후 30분 후에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식후 30분 후에 먹지 않아도 괜찮은 약도 많다”며 “약을 먹는 횟수와 먹는 시기는 약의 성분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식후 30분 후에 먹으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약을 먹어야 한다는 걸 까먹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소셜 벤처 기업인 ‘걸스 로봇’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세리씨는 “많은 사람들이 ‘감정이 있는 로봇’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스러웠다”며 “현재 AI 기술로는 로봇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갖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녀는 “AI 기술이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으며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 지점에서 자신들과 같은 ‘과커’들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터와 저널리스트 간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다는 일각의 반응을 소개하자, 박찬우군은 “저널은 과학에 관심이 있거나 과학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턱이 다소 높은 측면이 있다”며 “커뮤니케이션은 일반 대중들을 상대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는 점에서 저널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접근방식을 떠나 과학 자체는 다른 학문(과목)보다 난해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과학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실용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그 점을 잘 알려주면 과학에 친근감과 과학의 필요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과학 자체가 갖고 있는 흥미 또한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도 소설처럼 하나의 ‘문화’가 돼야

이처럼 ‘소통’과 ‘흥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의 모습은, 과학자·공학자들에 대한 여전한 선입견을 고려했을 때 낯선 모습일 수 있다. 특히 우리의 과학 교육을 떠올려보면 더욱 더 그렇다. 꿈이 변호사였지만 중학교 때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통해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됐다는 손진아양은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시키기보다는 활동하고 체험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며 “특히 자신이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녀는 “설명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업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세리씨는 “아직까지 이과와 문과를 구분해서 교육을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박찬우군 또한 자신이 소속된 학교의 커리큘럼을 소개하며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과와 상관없이 모두 철학·법과 관련된 과목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과학 관련 과목도 여기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도 우리 주변에 있는 소설처럼, 수필처럼 하나의 문화로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찬우군, 김현우군, 이세리씨, 손진아양. 사진 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첫 번째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찬우군, 김현우군, 손진아양, 이세리씨. 사진 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배움과 설명, 이과와 문과, 과학과 인문학 등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참가자들은 모두 기존의 전통적인 구분이 아닌 ‘소통을 통한 융합’을 강조했다. 김현우군은 “어디를 가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되면 탈출구를 찾게 된다”며 “융합이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과학의 한 분야에서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리고 그 한계에서 탈출하려고 할 때,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으로 유전공학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던 박찬우군도 융합을 강조했다. 그는 “유전공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학문이 윤리”라며 “유전공학과 윤리가 왜 대립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어 고통 받는 이에게 정상 유전자로 치료하는 것이 유전공학의 목표이기 때문에, 유전공학을 하는 사람이 윤리학을 알아야 하고 윤리학을 하는 사람도 유전공학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란?

마지막으로 ‘좋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세리씨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특정 내용을 전달하는 과커들에겐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사실’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듣는 사람의 입장에 서는 것이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군 또한 “페임랩을 통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했다”며 “듣는 사람이 흥미를 가질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사용해야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찬우군도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소통이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과학하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인문에서 출발해 과학으로 끝난다면, 그 연결고리를 과커들이 만들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진아양은 “듣는 사람들이 ‘아 저 얘기는 내 얘기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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