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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 중심 교육은 허상?”... 플립러닝은 정말 효과적일까
“학습자 중심 교육은 허상?”... 플립러닝은 정말 효과적일까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5.28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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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교수법 모색하는 교수학습센터

“교수학습센터에서 강연이나 워크숍을 듣기도 하는데 실제로 많이 활용하지는 못한다.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나 PBL(Project Based Learning) 등 이론적으로는 충실하지만 수업에서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는다.”

이제 임용 2년차에 접어든 A 교수(사학과)는 학생들을 더 재밌게 가르치고 싶지만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 그에게 교수학습센터에서 알려주는 이론들은 수업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빛 좋은 개살구’다. 그는 “교수학습센터에서 말하는 교수법을 실행하려면 강의 규모가 작아져야 하고 상대평가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수학습센터가 그러한 부분들을 다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실적 한계도 지적했다.

이공계 쪽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김우종 한국교통대 교수(건축학부)는 “교수학습센터에서 SNS 출석 앱 활용 등 강의에 도움이 되는 지식들을 많이 알려준다”면서도 “이론적인 부분에 치우쳐 실질적인 강의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실제로 어떤 방식의 강의가 효과적인지를 사례로 보여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접근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올해 3월 임용된 정상훈 순천대 교수(토목공학과)는 “교수학습센터가 도움이 되긴 하지만 노하우와 지식들이 잘 정리돼있지 않아 아쉽다”며 “정보가 홈페이지 등에 게시돼 참고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외서는 온라인 수업 효과 의문 제기되기도

지난달 11일 <The Atlantic>지 소개된 해부과학교육(Anatomical Sciences Education) 학술지는 “기존 상식과는 달리 학습스타일에 따라 교육을 해도 학습 성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플립러닝 등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법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에게는 논쟁적인 주제가 던져진 셈이다.

플립러닝 등 학습자 중심 교육법에 포함된 온라인 학습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American Economic Review>에 게재된 「Virtual Classrooms: How Online College Courses Affect Student Success」의 연구 결과는 “온라인에서 수업을 받는 것이 대학생의 성공과 학습 성과를 감소시킨다”며 “온라인 과정의 학생들은 성적이 낮고 대학에 계속 남아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수학습법 개발을 그만두고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다. 당장 학생들의 교수학습 성과 만족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원장 반상진)이 발표한 「대학의 교수학습 질 제고 전략 탐색 연구」에 따르면 “대학교육을 통한 교수학습 성과 향상도에 대해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 교수학습 성과 항목 중에서 상대적으로 향상도가 높다고 평가된 전공 분야 지식 및 기술 습득과 문제해결능력 관련 문항에서도 긍정적인 응답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 이 연구 결과는 “교수학습 개선에 있어서 교수 요인이 매우 중요하며 대학교육 질 제고 정책에서 교수역량개발이나 교수에 대한 처우 개선 등 교수 관련 요인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교육 성과를 위해서는 결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와 교수들을 지원할 교수학습센터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목원대 대학교육개발원, 교수학습법 개발 선도한다

교수학습센터의 역할과 교수학습법 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성과를 보이는 교수학습센터가 있다.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회장 조재윤) 회장교인 목원대 대학교육개발원(원장 조재윤)가 대표적. 목원대 대학교육개발원은 2014년도에 ACE 사업에 선정되면서 교수학습센터의 인프라와 체계를 개선하고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기존 교수-학습 지원사업과 이러닝 강좌 운영 외에도 교육 인증, 교육성과 및 질 관리 사업까지 확장하면서 교수학습센터에서 대학교육개발원으로 조직이 확대 개편됐다.

이해듬 목원대 대학교육개발원 사무국장(교육학과)은 “10년 전에는 교수학습법을 이론식으로 설명해 수업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3~4년 전부터는 많은 대학들이  교수학습 강의를 실습형으로 많이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원대 대학교육개발원은 교수들의 역량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또한, 기존 일회성 특강에서 벗어나 개인별 역량진단을 바탕으로 하는 체계화된 교육지원 체제를 운영한다. 

플립러닝 등 새로운 교수학습법에 대해서는 이 사무국장이 직접 경험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사무국장은 “저도 PBL, O2O(Online to Offline)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강의 평가 점수가 많이 올랐다”며 “주입식 수업에서 학습자 중심의 수업으로 바꿔나가는 과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민우 목원대 대학교육개발원 부원장은 “최근에는 오프라인 수업에서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거나 포스팅을 할 수 있는 ‘스마트 O2O 시스템’을 구축해 많은 과목에서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원대 대학교육개발원를 비롯한 각 대학의 교수학습센터들은 성공적 사례를 바탕으로 교수학습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조재윤 원장은 “앞으로도 거창한 목표를 쫓기 보다는 학습자의 배움 잠재력을 이끌어 올릴 수 있는 마중물, 교수자의 열정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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