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자연에 관심 두도록 힘닿는 데까지 글 쓸 것”
“독자가 자연에 관심 두도록 힘닿는 데까지 글 쓸 것”
  • 이해나
  • 승인 2018.05.21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00회 특집 인터뷰

2009년 4월 13일, <교수신문>에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연재가 시작됐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명과학과·사진)는 세는 나이로 일흔 살에서 일흔아홉 살이 될 때까지 꾸준히 이 코너를 지켜왔다. 그는 교수인 한편 ‘생물읽기 세상읽기’ 연재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달팽이 박사’라고 불리며 과학의 대중화에 힘써 온 저술가이기도 했다. 그간 <교수신문> 독자에게 200여 가지 생물을 재기발랄하게 소개해 온 권 명예교수를 이메일로 만났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 거라 예상하셨나요? 연재 200회를 맞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올해로 연재를 시작한 지 10년 차네요. 200회를 채울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마음속에서 느끼는 감동이나 느낌에 끝이 없음’을 感慨無量이라 한다지요.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쓸 참입니다. 

▲지면에서 수많은 생물을 다루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생물이 있으신가요? 반대로 아쉬웠던 회차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집안에 날아다니는, ‘쌀벌레’라고만 불렀던 나방 놈의 이름이 ‘화랑곡나방’이라는 것을 알았을 적이라는 생각이 번쩍 드네요. 글은 쓰지 않았다면 꼬치꼬치 이름까지 알려고 들지 않았을 것을! 그런가 하면 어느 하나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쓰지 못한 것이 늘 아쉽습니다. 하지만 ‘곰 가재 잡듯’ 이것저것 뒤져 원고(숙제)를 넘기는 순간은 늘 뿌듯하답니다. 

▲40년간 생물학을 가르치시며 교양과학서만 40권 넘게 출간하셨습니다. 생물학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은 어디서 기인한 건가요?
생물학을 좋아한 것은 아마도 어릴 때 촌놈으로 자란 탓일 겁니다. 꼴 베고, 나무하며, 강바닥에서 물고기 잡던 유전자가 자식 셋에게도 대물림하여 그들도 모두 생물학을 전공했으니 말이죠. 또 내 전공이 연체동물분류이고, 달팽이(陸産貝)로 학위를 받았기에 ‘달팽이 박사’라고 불리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생물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체가 생생하고 쉽게 읽힙니다. 특히 필자가 신나고 재밌어서 쓴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런 문체를 습득하시게 된 비법이 궁금합니다. 
아이고, 창피합니다.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은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까요? 대신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 읽는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라디오를 듣고, TV를 보고, 책을 읽으면서도 새롭고 예쁜 말은 곧장 받아 적어 모아놓은 것이 큰 공책 6권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매일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글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일과를 알려주세요.
‘노인이 할 일이 없다(老人無爲)’는 것은 비참한 일이지요. 밥만 먹으면 집에서 튀어나와 작은 전셋집(글방)에서 글을 쓰다가 오후 서너 시면 텃밭에서 밭일을 끝내고, 1시간 넘게 산등성이 걷기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답니다. 물론 집에 가서 욕조에 20분간 목욕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이고요. 결국 요새 같으면 글 농사와 밭농사가 하루의 전부지요. 
사실 글을 쓰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도 배웁니다. 한 마디로 ‘앎의 기쁨’에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책상에 붙어 앉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筆力의 근원은 건강함에 있을 겁니다. 

▲독자가 ‘생물읽기 세상읽기’를 읽고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했으면 하고 바라시는지요. 
지식은 지혜를 낳는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 지식이 풍부한 사람치고 슬기롭지 않은 사람 없다 하지요. 그 지식은 모두 호기심에 뿌리를 둔 것이랍니다. 그래서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자연에 대한 관심이나 의문을 가졌으면 합니다. 

▲일생의 과업으로 생각하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향후 계획을 들려주세요. 
팔십 줄에 들다 보니 이제 힘이 많이 빠집니다. 그래서 ‘손주들이 읽을 수 있는 ‘힘이 덜 드는 글을 쓰라’는 어느 독자 이야기를 따르려 합니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는…
1940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진주고를 거쳐 서울대 사범대학 생물학과에 진학해 1963년 졸업했다. 수도여중, 수도여고, 경기고, 서울사대부고 등 중·고교에서 15년간 교사로 일하며 석·박사학위를 취득해 1981년 강원대에 부임했다. 2005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40여권이 넘는 대중과학서를 펴내며 과학적인 글쓰기 문화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