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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가속기 대신 ‘우주정거장’에 투자한 이유
입자가속기 대신 ‘우주정거장’에 투자한 이유
  • 김재호
  • 승인 2018.05.21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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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완웨이강 지음, 이지은 옮김, 애플북스, 2018. 03)

복잡하고 불확실한 시대, 지식인은 이제 무얼 해야 할까? 중국 출신 미국 거주의 한 물리학자가 세상을 분석하고 나침반을 제시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완웨이강이다. 그는 중국과학기술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콜로라도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완웨이강은 과학을 토대로 교육, 정치, 경제, 기술, 사회, 문화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완웨이강은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이지은 옮김, 애플북스, 2018.3)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知識 혹은 상식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새로운 복잡한 시대에 통용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교육, 경제, 정치, 과학 등 기존의 패러다임은 분산화 한 디지털 시스템과 인공지능 로봇 시대에 퇴행하는 것이라는 일침이다. 학문적 성과들은 당장 내일 펼쳐질 미래도 예측하기 힘들고, 합리적이라고 불리던 것들은 우연과 비합리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2005년 10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소요 사태를 보면 과연 정의라는 게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때 소년 2명이 경찰로부터 달아나다가 감전사 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사회적 공분이 발생했고 수많은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는 폭력사태로 바뀌면서 2주 동안 3천 명의 시위지가 체포됐다. 그런데 시위에 참여한 이들 중 일부는 단순히 폭력사태에 참여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바로 ‘모방’효과다. 어떤 휴대폰이 유행하거나, 음악 다운로드 조회 수가 1위를 차지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려고 해도 명확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지식의 한계다. 

복잡계의 현대사회,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저자인 완웨이강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이 지닌 허점을 고발한다. 제3장의 ‘우주항해 시대가 아직 오지 않은 이유’에서 그는 우주산업이 단순히 보여주기식 쇼라고 비판한다. 우주에 대한 투자는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저 먼 곳으로의 환상적인 여행을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우주정거장이 입자 가속기보다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했지만 클린턴 정부는 끝내 우주정거장을 선택했다”면서 “하지만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우주정거장은 뚜렷한 과학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 후 미국의 우주정책은 선회했다. ‘저비용-고효율’을 선택한 것이다. NASA는 화성착륙이나 달 왕복과 같은 유인 프로젝트보단 무인 우주탐사선을 보내 과학적 발견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과학 역시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다. 예측의 측면에서 보자면 말이다. 1984년, 소련의 고르바쵸프의 하야 가능성을 284명의 정치, 외교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예측의 결과는 수학적 확률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가 전문가라고 부르는 이들의 식견이 사실 매우 비합리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최신 사회과학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통계 분석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다. 상식이라고 여겨졌던 지식들은 거의 점을 치는 수준에 불과했다. 따라서 앞으론 데이터에 기반 하여 복잡하고 비연속적인 사건들의 패턴을 추적하고 가능성을 예측해야 하는 것이다. 완웨이강의 주장에 따르면 말이다. 다행히 최신 사회과학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된 네트워크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데이터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완전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갈 길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의 가장 큰 장점은 과학을 대하는 태도, 학문하는 자세, 더 나아가 교육의 방향을 제시한 데 있다. 책의 부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인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이다. 저자 완웨이강은 고슴도치와 여우를 비교한다. 그러면서 미래엔 여우 같은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우는 고슴도치에 비해,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보유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 사안에 회의적인 태토들 취한다. 명확한 규정과 질서를 결코 추구하지 않으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기꺼이 친분을 맺는다. 

책은 중국과 미국의 교육을 비교하며, 3단계의 교육의 상을 제시한다. 1단계는 단순 도구로 양산되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2단계는 개인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급 도구, 즉 ‘공예품’으로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3단계는 주인의식을 고취하여 결정권을 행사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게 만들고자 한다. 마지막 단계는 예술가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상류층에게 진정한 엘리트가 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인공지능과 로봇시대에는 돈과 명예 등 외부적 동기에 좌우되는 섬세한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사명을 갖고 내재적 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영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영웅이란 계층과 출신, 환경과 성격의 한계를 극복하고 룰을 거부하는 혁신가이다. 교육 역시 이러한 영웅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완웨이강은 △복잡함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 △지식인의 지혜 △혁신가로서 영웅주의의 자유와 용기 등을 강조했다. 

이 책은 참 도발적이다. 상식은 이제 상식이 아니며,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시대엔 그에 걸맞은 인재상이 요구된다. 완웨이강은 마르크스와 하이에크, 베이즈의 정리와 제갈공명 일화 등을 언급하며 현 시대를 비판한다. 그 비판의 지점들은 다소 극단적이게 보일 수 있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학자들과 지식인이 되려는 이들에겐 생존의 문제가 걸린 사안이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과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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