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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제도는 누가 결정해야 하나
대입제도는 누가 결정해야 하나
  • 최희섭 논설위원
  • 승인 2018.05.2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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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우리나라에는 부총리가 두 명인데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이다. 경제부총리는 기획재정부장관이, 사회부총리는 교육부장관이 겸하고 있다. 사회부총리를 행정자치부장관이 아니라 교육부장관이 겸하는 것은 교육이 현재와 미래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가정 대부분은 각종 교육현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에 사회에 미치는 교육부장관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현재의 교육부장관은 취임초기부터 교육제도의 획기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충 헤아려보아도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 ‘특수목적고등학교와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취소’, ‘수학능력평가시험 중심의 대학 전형 확대’, ‘대학의 수시입시와 정시입시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로의 전환’, ‘대학구조개혁평가’ 등 무수히 많다. 일부는 시행시기를 미뤘지만 어린이교육에서부터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변화를 추진하려 했거나 현재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서 대학 입시와 관련된 몇 가지는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결정을 위임하고 국가교육회의는 다시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하청주고,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는 공론화위원회에 다시 하청을 주고 있어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교육부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고 있으니 사회적인 큰 파장을 불러올 사안을 교육부보다 상위기관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국민의 여론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잘못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혹시나 최근 정치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댓글조작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해 국민의 여론을 조작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떨칠 수 없다.

대학은 보다 우수한 자질의 신입생을 선발해 보다 훌륭한 인재로 키우려고 한다. 대학지원자는 사회적으로 평판이 보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나 직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보다 많은 대학이나 학과에 입학하려고 한다. 그러니 여론을 조사한다면 이들의 여론을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학은 인류사회에 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신입생을 선발하려 하고, 지원자는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대학, 학과를 선택하려 하니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안을 모아서 절충하는 방법도 좋으리라고 생각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대학에서 입시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장과 담당자 및 대학총장의 의견을 묻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들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은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입시제도의 문제점도 파악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들의 의견을 모아 공통점을 집약하면 가장 바람직한 대학 입학제도가 만들어지리라 생각된다. 

최근 미국의 어떤 고등학생이 하버드대를 비롯한 20 곳의 유명한 대학에 동시 합격했으며 이 모든 대학에서 전액장학금을 제의받았다는 소식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 이러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수시는 몇 번, 정시는 몇 번 지원할 수 있다는 교육부의 규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되는 미국의 SAT는 1년에 7회 정도 실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난이도 조절 때문에 수학능력시험을 일 년에 두 번 치를 수 없다는데, 미국에서는 이렇게 여러 번 치르는데도 난이도와 관련한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SAT 점수가 높은 지원자가 낙방하고 점수가 낮은 지원자가 합격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대학의 판단을 믿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2008년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것은 이러한 미국의 제도를 본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혹시 문제가 있으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제대로 운영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입시와 관련해 제도의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기보다 발상의 획기적인 전환을 하면 어떨까 싶다.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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