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2호 새로 나온 책
922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8.05.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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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중국작가가 들려주는 어떤 조선인 이야기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은 모두 중국작가가 들려주는 어떤 조선인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우연히 마주쳤던 어떤 조선 사람에 대해, 어린 시절에 함께 뛰어 놀며 자라난 조선 사람에 대해, 중국인들 속에 회자되던 영웅적인 조선 사람에 대해 회고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소설을, 비록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소설적인 측면보다도 당시의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기록적인 측면으로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소설들을 자연스럽게 『아리랑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기록한 조선인의 삶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국작가들이 조선 사람, 특히 항일투쟁에 뛰어든 조선 젊은이들에 대해 일종의 소설적 기록을 남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오랫동안 국경을 맞대고 살아온 이웃이었다든가 중국으로 망명한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많았다든가 하는 이유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당시의 중국이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었다는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거치면서 인구가 밀집한 중국영토의 대부분은 일본의 수중에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소설을 쓰게 만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 사실은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을 잘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중국작가들이 쓴 소설에서 적국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민족이란 사실에 대한 연민과, 그러한 나라의 젊은이들이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도 독립과 혁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에 대한 감동을 읽을 수 있다. 또 당시의 우리 민족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은 중국인들이 조선의 젊은이들처럼 투쟁적 용기를 갖고 있는가 하는 반성도 읽을 수 있다.

홍정선 인하대 교수(한국어문학과), 최창륵 남경대 교수(한국어문학과) 『중국문학 속의 한국』(소명출판, 2018.5), 엮은이의 말 중에서

 

새로 나온 책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 함규진 지음 | 추수밭 | 396쪽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선거는 과두정체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선거는 소수의 지도자들을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선거의 역사를 보면 ‘국민의 뜻’이 왜곡되거나 기만된 선거결과가 셀 수 없이 많기에 선거의 역사를 두고 아이러니 혹은 거짓의 역사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도 하지만 그나마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의 뜻을 이어가려면 선거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선거가 가진 특성을 바탕으로 인류 역사를 바꾼 11번의 선택의 순간들 속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제기를 집요하게 하고 있다. 프랑스 격언인 ‘개와 늑대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은 빛과 어둠이 혼재돼 저 멀리서 다가오는 털복숭이가 나를 반기는 개인지, 나에게 달려드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을 뜻하는데, 저자는 선거를 이 시간에 비유하고 있다.

 

미속습유 | 박정양 지음 | 한철호 옮김·해제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펴냄 | 푸른역사 | 236쪽
이 책은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이 1887년 9월 고종의 명령으로 미국 현지에서 11개월 동안 직접 보고 느낀 미국의 제도와 문물을 총 44개 항목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정리한 보고서 형식의 미국 견문기다.1881년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시찰하기도 했던 실무형 개혁파 관료 박정양은 이 책에서 통치구조, 산업 진흥, 교육제도는 물론 복지시설 등 사회 인프라까지 다루며 부국강병을 위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최한기의 『지구전요』, 위원의 『해국도지』,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등 국내외 자료를 참고했으며, 미국의 법규집, 교과서, 개인 전기를 바탕으로 미국 현황을 꼼꼼하게 정리한 ‘미국백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견문기로 알려진 유길준의 『서유견문』보다 1년 앞서 쓰인 최초의 미국 견문기다. 

 

反기업 인문학 | 박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56쪽
저자는 현재 인문학 열풍의 실체를 기업인문학 열풍이라고 말한다. 인문학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과 제도문물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아 질문하고 비판하는 학문인데 반해 기업인문학은 비판 의식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라 소거한다는 것. 저자는 기업인문학이 인간의 의식을 통제하고, 국가-자본에 복무하게 만들면서 인간과 사회를 통치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결국 기업의 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도록 함으로써, 하나의 수단, 즉 생존, 출세, 성공, 경제적 이익에 몰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베스트셀러도 대기업이 만드는 현실에서 작가의 고유한 정신이 담긴 책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사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인문학’의 공허함, 기업의 사내 훈련원으로 전락한 ‘대학 주식회사’의 현실을 분석하며 기업인문학이 몰고 올 우민화를 우려하고 있다. 

 

오롯한 당신 | 김승섭, 박주영, 이혜민, 이호림, 최보경 지음 | 숨쉬는책공장 | 196쪽
생명을 지닌 인간으로서 우리는 모두 ‘오롯한’ 존재이지만, 소수자라는 이유로 오롯한 존재로 존중받지 못하며 크고 작은 차별과 억압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 중 하나인 트랜스젠더. 이 책은 트랜스젠더들이 가족 내에서 어떻게 배제되고 차별받으며 억압받고 있는지, 학교, 직장과 같은 사회 속이나 특히 병원에서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를 생생한 목소리로 증언하며, 이들을 가두고 있는 장벽들을 거두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이 책은 고려대 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 역학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교수와 박사과정생들이 ‘트랜스젠더의 의료 이용’을 주제로 발표한 논문을 바탕으로 구성됐지만, 일반 독자들도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여러 설문조사 결과와 심층 인터뷰 내용, 해외자료 등 풍성한 내용을 제시함으로써 트랜스젠더가 의료 이용과정에서 겪는 폭력과 차별을 이야기한다.

 

욕망의 발견 |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56쪽
‘6전 소설’ 혹은 ‘이야기책’으로 불리며 1920~30년대 경성의 신문물로 소비됐던 이른바 ‘딱지본’이라 불리는 구활자본 고전소설 및 신소설을 저자는 이 책에서 ‘신연활자본고소설’로 온전히 부를 것을 제언하고, 책 표지 역시 ‘책의도(책표지에 입힌 옷 그림)’이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학계에서는 ‘신연활자본’을 ‘구활자본’이라고 부르지만, 저자는 당대적 관점에 무게를 더 둔 것. 이 책은 욕망의 시대, 고소설이 그림을 만난 이야기를 ‘욕망의 지형도’로 풀어내고 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소설의 5단 구성에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생리, 안전, 애정, 존경, 자아실현)을 접목시켰다. 저자는 『심청전』, 『토끼전』, 『구운몽』 같은 잘 알려진 소설에서부터 『황후룡전』, 『배비장전』 등 비교적 낯선 소설까지 다양한 소설의 책의도를 살피는 한편, 책의도를 그린 화공들을 2차 작가이자 소설의 첫 비평가 자리로 격상시킨다. 

 

20세기 기술의 문화사 | 김명진 지음 | 궁리 | 324쪽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등 20세기를 주름잡은 주요 과학기술들은 대중매체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을까? 저자는 영화와 대중문화 속 과학기술, 과학기술과 논쟁 등 20세기 기술이 정치경제, 사회문화와 어떤 상호작용을 맺으며 그 역사를 써왔는지 추적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과학기술은 크게 네 가지다.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핵기술은 당대 사람들에게 인류 절멸이라는 공포감과 동시에 무한동력원으로서의 기대감을 심어줬다. 두 번째는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소련과 미국 간의 우주경쟁, 세 번째는 동시대의 과학자, 엔지니어, 대중을 사로잡은 인공지능, 마지막 과학기술은 1970년대 초 인류의 식량난, 환경오염, 유전병 등의 온갖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생명공학기술이 다. 저자는 과학기술을 받라보는 양 극단의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기술을 보는 시각이 양극단 중 하나로 강요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자연 기계 | 리처드 화이트 지음 | 이두갑, 김주희 옮김 | 이음 | 256쪽
자연환경 개발을 둘러싼 논란들은 크게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개발인지, 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한 개발중단인지와 같은 이분법적 도식에 놓이기 마련이다. 지난 40년간 북미 역사학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학문 분야인 ‘환경사’는, 환경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다루는 최신의 학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역사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사회과학까지 결합한 환경사는 다학제적 학문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분야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저자는 1995년 맥아더 팰로우로 선정된 대표적 환경사 연구자이며 이 책은 컬럼비아 강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지리학, 생물학,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을 가로지르며 ‘연어’와 ‘댐’이 투쟁하는 역동적인 역사의 장소로 그려내고 있다.

 

분야별 신간도서
■인문
나의 이웃 | 민정기 엮음 | 고재원 옮김 | 소명출판 | 209쪽
미속습유 | 박정양 지음 | 한철호 옮김·해제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펴냄 | 푸른역사 | 236쪽
反기업 인문학 | 박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56쪽
외국어 전파담 |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 356쪽
욕망의 발견 |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56쪽
우리는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가 | 아리 아이젠, 융드룽 콘촉  지음 | 김아림 옮김 | 영림카디널 | 416쪽
자연 기계 | 리처드 화이트 지음 | 이두갑, 김주희 옮김 | 이음 | 256쪽
중국문학 속의 한국 | 홍정선, 최창륵 엮음 | 최창륵 옮김 | 소명출판 | 245쪽

■사회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 함규진 지음 | 추수밭 | 396쪽
독일이 구상하는 ‘좋은 노동’ | 이명호 지음 | 스리체어스 | 116쪽
독일 헌법학의 원천 | 카를 슈미트 외 지음 | 김효전 옮김 | 산지니 | 1184쪽
메뚜기와 꿀벌 | 제프 멀건 지음 | 김승진 옮김 | 세종서적 | 500쪽
사라진 민주주의를 찾아라 | 장성익 글, 방상호 그림 | 풀빛 | 232쪽
오롯한 당신 | 김승섭, 박주영, 이혜민, 이호림, 최보경 지음 | 숨쉬는책공장 | 196쪽

■문화예술종교
부처님의 밥맛 | 이규항 지음 | 동아시아 | 298쪽

■과학
물리의 정석 | 레너드 서스킨드, 아트 프리드먼 지음 | 이종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440쪽
20세기 기술의 문화사 | 김명진 지음 | 궁리 | 324쪽
컴패니언 사이언스 | 강석기 지음 | 엠아이디 | 384쪽

■기타
기사의 품질 | 김경무, 박재영, 배정근, 이나연, 이재경 지음 |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 기획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쪽
벗(소설) | 백남룡 지음 | 아시아 | 264쪽
어떻게 기부할 것인가 | 피터 프럼킨 지음 | 이형진 옮김 | 아르케 | 228쪽
영어를 틀리지 않고 쓰는 법 | 최승철 지음 | 동양북스 |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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