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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논문 감상법
명품 논문 감상법
  • 김윤수 전남대
  • 승인 2003.06.0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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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요즘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연구자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SCI 등재 논문 몇 편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연구비 신청 자격이 아예 주어지지 않기도 하고, 논문이 게재된 저널의 영향력 지수에 따라 연구 지원사업의 지원자격이 제한되기도 한다. 연구결과를 SCI 등재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경우도 있다. 영향력 지수가 괜찮은 학술지에 논문이 없으면 명함 내밀기 힘들고, 명품 SCI 논문(?) 몇 개는 가지고 있어야 학자로서 대접받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명품 논문이 실리는 저널 중에는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학술지도 상당수 된다. 이런 학술지는 학술단체의 저널과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출판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그들은 학술지의 출판을 통한 최대한의 이윤 추구가 목적이기에 장사가 되는 학술지만을 발간하다. 이익이 나지 않는 분야는 결코 손대지 않는다. 사실 그들에겐 학문이란 것도 돈으로 바꿔질 수 있을 때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돈이 학문을 선도하고, 특정 과학의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명품 논문에 대한 우리나라 대학의 금전적 지원도 수준급이다. 제1저자 또는 교신 저자에게 1편당 1백만원을 지원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1편에 3백만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하신 총장님도 계신다. 영향력 지수가 괜찮은 명품 SCI논문은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별도로 하는 대학도 있다. 지난 한해 SCI논문 덕분으로 1천5백만원을 포상금(?)형태로 받았다는 교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흥미로는 것은 명품 논문으로 일컬어지는 것일수록 저자수가 많은 것이다. 대부분의 명품 논문에는 배구팀 정도는 기본이고 축구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저자로 참여한다. 공동선(?)이 가져다주는 그 무엇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명품 논문에 대한 정의도 시간이 가면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향력 지수가 높은 학술지의 논문을 지금까지 명품으로 보았다면 앞으로는 인용빈도가 큰 것일수록 명품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오래된 이야기이고,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최단 인용논문을 명품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명품 선정 기준이 우리 땅에 공 상륙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러나 인용빈도에 따른 명품 논문 분류 역시 한계는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연구자의 업적을 고의로 인용하지 않거나, 잘못된 애국심 때문에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의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고의로 인용하지 않는 일은 다반사이다. 1차 대전 직후 영국과 프랑스 학자들이 독일어로 쓰여진 문헌을 무시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근대생물학의 초석을 만든 다윈은 1876년 그의 '식물의 교배에 관한 연구'에서 그의 연구보다 11년 전에 발표된 식물의 잡종에 관한 멘델의 업적을 인용하지 않았다. 그의 무지 때문인지, 고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면 다윈은 다른 학자의 저서의 각주까지도 꼼꼼히 읽는 독서 습관이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장식용 문헌 인용도 문제다. 인용문헌수가 많다는 것이 논문의 무게를 실어준다는 생각에 또한 동료애와 외교적 이유로 실제 중요하지도 않는 문헌을 장식용으로 인용하는 일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5년간 SCI에 발표된 우리나라 논문의 약 55%는 단 한번도 인용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발표한 논문 중 지난 5년간 50번 이상 인용된 논문은 전체 발표 논문수의 0.1%에 그치고 있다. 우리의 연구지원기관은 세계 60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 논문의 피인용회수를 올리기 위한 또다른 당근과 채찍을 준비하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명품 논문 한편 가지려면 생각해야 할 것이 참 많이 세상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김윤수/ 전남대 목재보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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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 2003-06-10 14:51:17
논문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닌 SCI를 가지고,
질이나 학문의 역량을 평가할려고 무리를 하니 당연히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죠 .. 본질은 그곳에 있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