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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입학 정원에 직격탄 맞은 전문대
줄어드는 입학 정원에 직격탄 맞은 전문대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5.21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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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 어떻게 대비하나?

‘인구절벽과 학령인구 감소’ 교육 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들 중 하나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의 절대적인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모양새지만 구체적으로 대학들이 어떻게 대비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결국 대학의 재정지원 방향을 결정하는 교육부의 입에 관심이 모인다.

2022년까지 입학 정원 15만 명을 줄이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던 지난 정부와는 달리 김상곤 체제의 교육부는 하위 40% 대학에만 정원 2만 명 감축을 요구하고 나머지는 시장 논리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문대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교육부의 정책이 지나치게 일반대학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교육부의 3개 전문대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한 대학은 열악한 전문대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해당 대학은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발표된 정원보다 많은 수의 학생을 모집함으로써 문제가 됐다. 대학 관계자는 “수시 1학기 지원자가 많고 지방 전문대는 모집환경이 열악하니까 지원자를 놓치기 싫어서 예비합격자 명목으로 추가 합격을 시킨 것이다”며 “그러나 최종 등록률은 77.4% 밖에 안 됐다. 혹자는 등록률 규정이 있는 구조개혁평가 때문에 그랬다는데 평가 공고가 이후에 났고 초과모집 수를 빼더라도 평가 감사를 받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전문대 갈등, 수시 정시 통합

이처럼 초과 모집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전문대가 당면한 학생 충원의 어려움 때문이다. 정시 지원율이 낮은 전문대학들에게는 일반대학보다 앞서 합격자를 잡아둘 수 있는 전형인 수시 모집의 중요도가 높다. 실제로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매년 발표하는 ‘전문대 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따르면 수시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8년 85%, 2019년 87%에 이어 2020년 전형에는 90% 이상으로 수시 비중이 확대된다. 

반면, 교육부는 대학 입시 단순화와 고3 2학기 수업 정상화를 위해 수시와 정시의 통합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김상곤 장관은 “대학과 전문가 그룹은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 등 급변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인 미래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국가교육회의에 대한 교육부의 요청 사항의 하나로 ‘수시·정시의 통합 여부’에 대해 결정해달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대학들에게 수시, 정시의 통합 논의는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지난 15일에 열린 대전세종충청지역전문대학총장협의회(회장 정상직 우송정보대 총장) 정기회의에서도 전문대학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상직 회장은 교육부의 국가교육회의에 이송안에 대해 “교육부의 안대로 추진되면 전문대학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일갈했다.

전문대 희생 강요하는 정원 감축

대학구조개혁평가, 전문대특성화사업(SCK) 등 교육부의 일괄적인 정원 감축 기조에 전문대 관계자들은 그 짐을 전문대만 떠안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일반대 입학 정원이 2015년 32만8천577명, 2016년 31만9천640명, 2017년 31만6천525명으로 3.7%가 감축되는 동안 전문대의 입학 정원은 2015년 19만3천470명, 2016년 18만8천220명, 2017년 18만1천784명으로 6%가 감축됐다. 전문대의 입학정원 감소 폭이 일반대보다 큰 것이다.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은 “학령인구 감소의 흐름에 전문대, 지방대만 희생을 강요당하고 힘 있는 대학들은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전문대는 대부분 사립대라 학생 수가 줄어들면 등록금도 함께 감소해 학교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문대의 경우 직업 교육 등 수요가 특정 연령에 한정되지 않아 학령인구 감소만으로 정원 감축을 강요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기환 고려대 교수(응용통계학과)의 2015년 논문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별 대입지원자 감소에 대한 예측 연구」에 따르면 “전문대의 경우 특이하다고 할 만한 것은 26세 이상의 신입생 수가 일반대의 경우보다 최근 (2012, 2013년) 약 10배가 많다는 것이다. 비록 그 비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향후 고3 학생의 수가 줄어들 경우 전문대의 경우 신입생 유치 전략에 따라 정원 충원이 유리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고 해석했다.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의 측면에서 보면 저출산에 따른 학생 감소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직업교육에 대한 수요가 사회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Times Higher Education>의 지난해 6월 3일자 기사에서는 “유럽 8개국의 약 9천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직업 교육 및 훈련(VET)을 원하는 사람이 30%인데 비해 고등 교육을 선택한 사람은 17%에 지나지 않는다”며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노동 시장에서 가치가 큰 직업교육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학령인구 감소 대응할 전문대 맞춤형 대책

전문대의 특성을 고려한 대책은 없을까. 강석규 교무입학처장협의회 전국입학회장은 “등록금이 동결되고 입학금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공정하게 관리 감독하고 깊숙이 관여하지 않으면 시장이 혼탁해질 것 같다”며 교육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했다. 이어 그는 “각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확보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고 평생직업교육 쪽으로도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외국 학생 유치, 평생교육 지원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기업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2002년 발표된 코펜하겐 프로세스에는 직업 교육 및 훈련(VET) 시스템을 촉진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유럽 국가 당국과 사회 파트너들이 참여한다. EU 통계국 유로스탯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독일에서는 기업의 3분의 5가 IVT(초기직업교육)를 제공하는 등 기업의 직업교육 관심이 크다. 산업의 수요에 따라 직업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현실을 강조하고 교육의 부담을 지고 있는 전문대에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를 이미 겪은 일본의 경우 전문대의 입학 정원 감소는 대학의 직업교육 강화와 함께 찾아왔다. 취업기관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의 상황 역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업교육의 전문기관으로서 전문대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특성에 따른 관계 당국의 명확한 구분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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