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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 대한 모든 것, ‘중세 학교’에서 에코의 질문에 답하다
중세에 대한 모든 것, ‘중세 학교’에서 에코의 질문에 답하다
  • 윤상민
  • 승인 2018.05.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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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중세는 암흑기가 아니다. 암흑기라는 표현에서 끝없는 공포, 광신주의와 이교에 대한 편협성, 역병, 빈곤과 대량 학살로 인한 문화적이고 물질적인 쇠퇴기를 떠올린다면 (…) 이는 부분적으로만 적용할 수 있다. 그 시대가 남긴 유산 대부분을 우리는 아직 사용한다. (…) 우리가 우리 시대의 것인 것처럼 아직도 사용하는 중세의 발명품은 끝이 없다.”
     
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는 수백 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중세의 결정판, 『중세 컬렉션』(시공사)에서 이렇게 말하며 ‘왜 21세기에 중세를 알아야 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한국 중세 전문가 5인이 ‘중세 학교’를 통해 에코의 질문에 응답하는 자리를 갖는다.

‘중세 학교’는 역사, 철학, 과학과 기술, 문학과 연극, 시각예술, 음악까지 현재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세의 다양한 사건, 사상, 제도, 문화, 예술, 심지어 당대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다룬 인문학 강좌다. 흔히 암흑기라고 알려진 이 시기가 사실은 얼마나 풍요로운 결실을 맺어 왔는지, 또 근현대의 여러 분야가 정착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기틀을 마련해 왔는지를 알려 주는 것을 목적으로, 시공사와 중앙대·한국외대 공동 연구 기관인 ‘접경인문학 연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컬렉션(전 4권)의 완간 기념 강좌인 셈이다.

5월 25일 열리는 ‘중세 학교’ 커리큘럼 1강(역사)에서는 차용구 중앙대 교수(역사학과)가 「서양 중세 문명의 조우와 충돌, 화해와 공존」 강의에서 ‘로마와 게르만은 문명과 야만을 상징하는가?’, ‘십자군 전쟁은 선과 악의 싸움인가?’, ‘1천 년 중세의 시작을 알린 게르만 민족 이동’과 ‘근대의 서막을 알린 십자군 전쟁’을 통해서 중세의 문명을 바라보는 기존의 이분법적 해석을 검토한다. 새뮤얼 헌팅턴식의 ‘문명충돌론’을 극복하면서 기존의 오해를 깨뜨리고 화해와 공존의 중세적 공간을 탐색해 본다.

6월 1일에 열리는 2강(문학)에서는 박상진 부산외대 교수(이탈리아어과)가 중세의 마지막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를 이야기한다. 뛰어난 문학가이자 철학가인 단테는 중세와 근대를 잇는 다리다. 『신곡』에서 단테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불멸의 이야기들을 펼침으로써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나’라는 개인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답했다. 단테에 대한 평가가 갖는 의미와 그것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본다.

6월 8일에 열리는 3강(시각예술)에서는 『난처한 미술 이야기』(사회평론)의 저자인 양정무 한예종 교수(미술이론과)가 「예술을 지배한 자, 그대 이름은 바이킹!」으로 강연을 한다. 북유럽의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오랜 시간 베일에 싸여 있던 바이킹. 그들은 8세기부터 역사에 등장했고, 중세 역사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들은 점차 남하하면서 노르만족이 됐고, 1066년에 영국을 정복하면서 마침내 십자군 운동을 주도했다. 바이킹이 노르만이 되고, 또 영국 등 유럽에서 주류로 변신하는 과정을 예술(미술)을 통해 흥미롭게 살펴본다.

6월 15일에 열리는 4강(역사)에서는 이희수 한양대ERICA교수가 「1453, 콘스탄티노플 혹은 이스탄불」로 강연을 이어간다.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정복으로 비로소 중세가 마감되고 근세가 열린다. 유럽이 르네상스, 대항해 시대, 종교 개혁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때, 오스만 제국은 ‘정복자’라는 별칭을 가진 술탄 메흐메트 2세로부터 시작되는 사파비 왕조, 무굴 제국이라는 이슬람 3제국 시대를 견인한다. 인류 사회의 또 다른 문명의 선물을 고찰해 본다. 

마지막으로 6월 22일에 열리는 5강(철학)에서는 박승찬 가톨릭대 교수(철학과)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중세 학교’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단순히 중세를 신학의 시대로, 르네상스를 인문주의 시대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중세의 시작부터 근대가 시작되는 르네상스까지를 서양 철학의 인간관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박 교수는 서양 고대철학의 다양한 인간관이 중세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형되고 수용되었는가를 개관함으로써 현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중한 지혜를 모색할 예정이다. ‘중세 학교’는 5월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5주간, 매 금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유료강좌로 진행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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