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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특수성 고려해 교수가 평의원회 주도해야” vs “교수 기득권 유지하려는 시대착오적 생각”
“대학 특수성 고려해 교수가 평의원회 주도해야” vs “교수 기득권 유지하려는 시대착오적 생각”
  • 이해나
  • 승인 2018.05.14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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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화

오는 29일이면 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된다. 특히 지난해 11월 신설된 제19조의2(대학평의원회의 설치 등)의 시행을 앞두고 교수·직원·조교·학생 등 대학 구성원마다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 제19조의2는 국공립대에 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평의원회를 교원·직원·조교·학생 등의 단위로 구성하되 어떤 집단도 절반을 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수, “평의원회 구성에 대학의 고유 목적 반영해야”

사립대에는 지난 2005년부터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사립학교법 제26조의2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0조의6은 대학평의원회의 설치와 구성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 측은 “사립대에 대학평의원회를 도입한 취지는 법인 이사회의 막강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 제도의 졸속 마련과 그에 따른 구성원들의 이해 부족이 실패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국교련 측은 “이번 고등교육법의 신설 조항을 마련하면서도 교수 의견 청취나 토론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교련은 처음부터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재개정 요구를 이어왔다. 지난 3월에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 역시 국교련이 진행하는 재개정 운동에 동참했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은 “(재개정 운동이) 자칫 국공립대 교수들의 이기주의로만 비칠 수 있다”며 “교수 집단이 기득권을 갖겠다는 말이 아니라 대학의 존재 목적상 교수가 주도적으로 대학 운영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표 국교련 상임회장 역시 “대학은 정치적인 단위가 아니라 교육과 학문 연구를 하는 법인격”이라며 “대학의 고유 기능을 무시하고 일반적인 조직처럼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재홍 국교련 정책위원장도 “1인 1표를 행사하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대학가에도 확산됐지만 대학은 ‘직능민주주의’가 적용돼야 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임재홍 위원장은 이미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던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독일에서도 정치적 민주주의 개념에 따라 교수·직원·학생이 같은 권리를 갖는다는 ‘3자동권론’을 두고 논쟁이 있었다. 이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대학의 존재 목적은 학문이고, 학문에 가장 가까운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은 교수라는 직능민주주의적 입장을 밝혔다. 독일의 대학기본법은 ‘협치에서 개별 구성원 집단 및 구성원 집단 내부의 참여 종류와 범위는 구성원의 자격·역할·책임·관련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상표 상임회장은 “대학평의원회에서는 주로 학교 운영에 관련된 사항을 다루고, 학사 운영이나 교육 연구 등이 주가 되므로 전문성을 가진 교수가 많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원, “신설 조항이 대학 운영 민주주의 강화할 것”

전국국공립대학교노동조합(이하 국공립대노조)은 지난달 9일 의견서를 내고 국교련의 재개정 청원에 대해 반대했다. 국공립대노조 측은 “그간 국공립대 운영은 총장을 비롯한 대학 경영진과 교수들만 개입할 수 있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며 “사립대에서는 이미 10년 넘게 시행해 온 제도를 이제야 국공립대에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과 학문 연구는 대학의 주요 기능”이라며 국교련 논지에 동의하면서도 “그것만이 절대 목적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에게 저비용으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해 민주 공화국의 양식 있는 시민 배출 △국립대에서 교수, 직원, 학생이 서로 토론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 역시 국립대의 설립 목적이라는 것. 국공립대노조 측은 “국교련의 재개정 청원은 교수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이기주의이자 시대착오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개정 고등교육법의 입법 취지는 대학의 민주적 운영”이라며 “대학 자율성 보장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대학 운영에 독식하겠다는 교수들의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조교, “신설 조항 합리적…교수들 주장은 국립대 현실 무시해”

김인환 전국국공립대학조교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개정 고등교육법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대학의 운영 관련 의사 결정은 학내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합리적인 결론 도출하는 게 정상적”이며 “교수들의 재개정 청원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19세기적 사고”라는 주장이다. 김인환 위원장은 “오히려 교수들이 먼저 나서 학내 타 구성원들의 평의원회 참여를 요구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정위원회의 사례를 들어 국립대 운영의 비민주성을 강조했다.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국립대의 재정·회계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재정위원회 관련 규정이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에 관한 제한이 없어 교수들이 전체의 과반을 차지하고 교수 집단의 의견만 수렴된다는 것. 김인환 위원장은 “개정 고등교육법은 계속되는 교수들의 ‘갑질’을 방지하려는 합리적 입법”이라고 말했다.

학생, “평의원회 학생 비중 30% 의무화해야”

전국국공립대학생연합회(이하 국대련)는 지난달 13일 교육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평의원회의 학생 참여비율을 30%로 의무화하라고 촉구했다. 국대련 측은 “‘어떤 구성단위도 절반을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만 있을 뿐 구체적 기준이 없다”며 “학내 약자인 학생의 경우 최소 비율 기준이 없으면 평의원회의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 고등교육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은 2주 남짓, 국공립대 내 구성원의 의견은 크게 개정안을 반대하는 교수와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인 직원·조교·학생 등으로 양분됐다. 그러나 다양한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방법론의 합의를 이루는 토론이 대학 내 민주주의가 진일보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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