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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700쪽 분량 ‘유민총서 3권’ … ‘개헌’ 논의 속 헌법연구 지침서 역할 기대
1천700쪽 분량 ‘유민총서 3권’ … ‘개헌’ 논의 속 헌법연구 지침서 역할 기대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5.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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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홍진기법률연구재단 지원으로 출간된 『헌법주석』(경인문화사)

최근 개헌 논의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이사장 홍석조)과 (사)한국헌법학회(회장 송석윤)가 출간한 『헌법주석』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회, 정부’편과 ‘법원, 경제질서 등’을 다룬 두 권이다. 한국헌법학회의 헌법 학자 30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헌법주석』은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의 학술서 발간 지원사업인 ‘維民총서’의 세 번째 출판물이기도 하다.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의 학술서 발간 지원사업은 상업성은 부족하나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법학전문 학술서를 발굴해 유민총서로 선정하고 연구비, 출판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註釋’은 글자 그대로 “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함. 또는 그런 글”(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말한다. 제23대 한국헌법학회 송석윤 회장은 ‘헌법주석’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헌법은 국가와 사회의 최고규범이다. 다양한 갈등의 현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중요한 과제이며 헌법은 국가권력은 물론 사회구성원에게 행동의 준칙을 제시한다. 따라서 다양한 헌법해석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헌법의 규범적 의미를 확정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의 핵심 과제다. 헌법주석은 이런 과제를 위해 존재하는 헌법실무와 헌법연구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중차대한 작업이 왜 이렇게 늦어진 걸까. 사실 한국헌법학회는 오래전부터 헌법주석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헌법주석서 발간을 기획하고 실해해 왔다. 학회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법제처의 연구용역사업의 일환으로 헌법주석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제출했고, 이 보고서는 법제처에서 연구사업 결과 활용의 차원에서 2015년 4권의 자료집으로 배포됐다. ‘헌법의 각 조문별로 그 규범적 의미를 객관적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연구용역보고서’로 준비된 것이어서 본격적인 학술적 주석서로로서의 성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제19대 한국헌법학회 회장인 전광석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 보고서를 기초로 학회 차원에서 정통주석서로 발전시켜 공간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렇게 해서 2013년 『헌법주석 Ⅰ』(박영사 刊)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전문, 제1창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부분을 다룬 『헌법주석 Ⅰ』은 헌법 조문의 주요 문언문구별로 학설과 판례 및 입법 등을 해설하는 주석사업의 기본목적에 충실한 집필이 되도록 유의했다. 또한 주석의 목적상 국내의 관련주요논문과 관련판례를 위주로 하고 외국의 문헌을 참조하는 경우 우리 헌법의 해석론으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소화, 흡수하도록 한 게 특징. 순탄할 것 같았던 ‘헌법주석’ 작업은 제3장 이후 부분에서 지지부진했다. 송석윤 회장은 “ 『헌법주석 Ⅰ』의 해당 부분과는 달리 장별, 조문별로 서로 연계된 부분이 많아 다수의 집필진을 조율하는 작업의 높은 난이도 때문에 사업이 지지부진했다”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원고 초고를 수합했지만, 이번엔 ‘출간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공간사업은 또 다시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제23대 학회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다가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의 학술서 발간사업 지원을 받아 빛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헌법주석’의 특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한국헌법학회가 2013년 주석서를 기획하면서 세웠던 집필 및 편집원칙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헌법주석 간행위원장 김문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 한국헌법학회가 주관해 발간하는 만큼 정치적·학문적 편향성보다 주석사업 본연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양한 사례와 견해들이 반영되도록 유의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집필자의 학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는 원칙과 더불어 복잡한 편집작업을 수행할만한 여력이 없는 현실을 감안해 최소한의 형식적 통일성을 갖추는 선에서 편집이 이뤄졌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가급적 주석의 목적에 맞게 충실하게 판례 및 입법과 학설이 반영되도록 집필자들에게 요청했다. 셋째, 외국의 자료와 문헌을 충실히 반영하기보다는 가급적 우리나라 자료를 중심으로 하는 원칙을 세웠지만 집필자들 사이에 일정한 편차가 있는 것은 용납했다. 넷째, 참고문헌은 최대한의 자료를 망라하기보다 본문에 인용됐거나 주요한 자료에 한정했다.” 김 위원장은 “헌법주석은 앞으로 시대 환경의 변화와 헌법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맞춰 계속 보완돼야 할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헌법 제40조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민대표인 국회의원이 국가동체 생활을 규율할 수 있는 법규범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헌법 제40조」(이성환)로부터 “이렇게 볼 때, 현행헌법 제130조 제1항과 제2항에 의한 헌법개정안의 확정방식을 바꾸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 비록 절대적으로 타당한 제도는 아니지만,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서 그보다 더 합리적인 제도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헌법 제130조 제3항에서 규정되고 있는 공포에 관한 사항도 현재까지 특별히 문제된 바 없으므로 굳이 헌법개정까지 필요한 조항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로 마침표를 찍는 「헌법 제130조」(장영수)까지 『헌법주석』은 1,728쪽 대분량을 담고 있다. 

이번 헌법주석 출판을 지원한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의 한 관계자는 “재단은 법학과 법조계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유민 홍진기 선생의 듯을 기려 매년 창의적인 법률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유민총서 3권은 최근 개헌 이슈 속에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헌법을 재정리하는 의미에서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홍진기법률연구재단은 △홍진기법률연구상 제정 및 시상 △법학관련 서적 발간 비용 지원 △법학 학술세미나 개최 지원 △법학박사 논문작성 지원 △국제기구 법률인턴 파견 및 국제강좌 참가 지원 등 다양한 법률 관련 사업을 통해 법학 연구자들의 학문적 관심을 제고하고 연구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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