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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일상 벗어나게 만드는 우아한 몸짓의 매력
지친 일상 벗어나게 만드는 우아한 몸짓의 매력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5.08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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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국제현대무용제,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물들인다

국내 최장수 현대무용축제인 국제현대무용제(2018 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 이하 2018 모다페)가 오는 16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 마로니에 공원 일대를 비롯한 이음아트센터 앞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모다페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세계의 유명 현대무용단에서 가장 최신의 레파토리를 소개하는 한국의 대표 현대무용축제다. 2018 모다페에는 총 5개국, 26개 예술단체에서 133명의 무용가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이번 축제 주제는 ‘Cheer, your dance, your life!’다. 지루한 삶, 지친 일상을 깨워줄 움직임, 삶 속에 숨겨진 몸의 리듬을 찾아 삶을 힐링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다양한 삶의 춤사위로 온전히 내 삶을 마주하며 비로소 내 이웃에게도 말을 건넨다는 2017 모다페 주제 ‘Hello, My, Life?!’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모다페는 무용 작품을 통해 우리네 삶의 안녕을 묻고, 삶을 되돌아보는 축제로서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중이다.

2018 모다페 개막작에는 영국 최고의 피지컬댄스시어터 Gecko가, 폐막작에는 10년 만에 방한하는 NDT가 참여하는 데서 볼 수 있듯 세계 최정상급의 무용단과 안무가를 초대해 풍성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노르웨이 최고 권위의 안무가 벨린다브라자 프로덕션의 도시적인 춤 공연 「Survival」, 물리학자, 기상학자, 체조선수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안무가 츠베타 카사보바의 미국 리리우드버리 댄스컴퍼니가 준비한 해외초청작 「The Opposite of Killing」과 함께 미국 서부 대표적인 무용단 ODC/Dance Company와 한국 박나훈 안무가의 국제공동작, 세계팝핀챔피언 영국 딕슨 엠비아이와 한국 김경신 안무가, 인도 사주하리와 함께한 국제공동작 등도 함께 한다. 국내초청작으로는 김영미, 이해준, 노정식의 중견 안무가를 비롯 박근태, 김영진, 이동하, 안지형,  최영현, 정진우, 탄츠씨어터원스가 모다페 프로그램 스펙트럼을 알차게 채워준다. 최근의 한국현대무용계를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중견 및 젊은 안무가와 신인들의 뜨거운 경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2018 모다페 폐막행사는 예년과 달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하루 통째로 빌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현대무용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화려한 폐막 행사 ‘모스(M.O.S, MODAFE Off Stage)’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무용전문단체들의 개성 있는 무용스타일을 체험하거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시민과 전문무용단이 함께하는 릴레이 마로니에 퍼포먼스’를 비롯해 일반인 100인이 동시에 참여하는 워크숍 ‘100인의 마로니에 댄스’, 사주명리학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춤을 처방받는 춤처방 ‘하늘과 땅과 아프니까 사람이다’, 시민경연댄스무대 ‘나도 댄서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민들과 만난다.

'인간 본성의 복잡성' 그려

 The WeddingⓒRichard Haughton,Rich Rusk

개막 작품은 영국 대표 현대무용단 Gecko의 「The Wedding」이다. 게코는 2001년 영국에서 설립된 무용단으로 작품 창작 시 여러 국가 출신의 공연가, 제작자 등과 협업과 실험, 놀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작품을 창작해 전세계 투어 공연을 진행하는 국제적인 피지컬시어터컴퍼니다. 게코를 이끄는 아미트 라하프 게코 창립자 겸 예술감독은 이스라엘 태생으로 영국 런던에서 자라 린제이 켐프와 데이비드 글래스와 같은 연극 및 무용창작자에게 배웠다.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자로 일하면서 거리의 어린이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며 게코 창단을 계획하고 창작 방법론을 개발했다. 그는 작품 창작 시 감정, 신체, 은유, 호흡 및 음악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며, 이는 ‘움직임, 이미지와 도발적인 내러티브’를 게코의 대표적인 스타일로 만들어왔다. 

아미트 라하프 예술감독이 이번 모다페 개막작으로 선보이는 「The Wedding」은 7번째 투어 작품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초연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현대인들은 많은 계약 속에 묶여있다. 즉 우리 모두는 결혼을 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맺고 있는 이같은 관계들의 조건은 결국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그리고 계약을 파기한, 즉 이혼한 관계도 우리는 생각해볼 수 있을까?”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과 화, 창조와 파괴, 공동체와 개인적 고립, 이 둘 사이에서 우리는 삶의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미트 라하프 예술감독은 이러한 ‘인간 본성의 복잡성’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고 밝혔다. 

남성 무용수가 입은 웨딩드레스의 지퍼가 올려지고 춤을 춘다. 머리를 한껏 덮은 웨딩 면사포가 자유롭게 날리고 짓밟혀지기도 한다. 서류 가방을 들고 춤을 추기도 하며 군중 속에 목이 조이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작품에 대해 <가디언>은 “훌륭한 앙상블은 조화의 기쁨으로 가득 찬 공연을 만들어낸다.”, <씨어터 버블>은 “시각적 성찬(A visual feast)”, <맨체스터 매터스>는 “마법 같은 음악, 매혹적인 댄스 무브먼트, 그리고 세계 각국의 언어로 된 서사는 진정으로 흥미롭고 생각을 자극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며 극찬했다.  

2018 모다페 폐막작을 장식할 무용단은 특유의 반항적이며 선구적인 면모로 세계무용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NDT(Nederlands Dans Theater)이다. 1959년 벤자민하카비, 아트 베르스테겐 및 캐럴 버니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Het Nationale Ballet) 출신의 무용수 18명과 협력하여 창립한 NDT는 세계 무용계에 깊은 인상을 줬고, NDT만의 비순응적이며 진보적인 작품들은 무용단을 세계 최정상의 반열에 바로 올려놓았다. 무엇보다 이리 킬리안, 한스 반 마넨 등의 위대한 안무가, 솔 레옹, 폴 라이트풋과 같은 상주 안무가, 샤론 에얄, 호페쉬 셱터, 알렉산더 에크만, 가브리엘라카리조, 프랑크 샤르티에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과의 작품만 650개 이상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안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모다페에 올라오는 작품은 NDT가 재능 있는 젊은 무용수 그룹으로 1978년 창단한 두 번째 무용단 NDT2의 대표적인 안무가 요한 잉게르(Johan Inger), 솔 레옹 & 폴 라이트풋(Sol Le?n & Paul Lightfoot), 알렉산더 에크만(Alexander Ekman)의 세 작품이다. 

먼저 요한 잉게르의 「I new then」는 싱어 송 라이터 밴 모리슨의 가볍고 신선한 노래 「The Way Young Lovers do」, 「Sweet Thing」, 「I’ll Be Your Lover Too」, 「Crazy Love」에 맞춰 4명의 소녀와 5명의 소년이 무대를 장난스럽게 뛰어다니는 작품이다. 

듀엣과 군무 등 다양한 형태로 춤이 선보여지지만 강철로 만들어진 강철 숲에서 매번 한 명의 무용수가 빠져나온다. 마치 집단에 반항하는, 혹은 집단에 섞이고 싶지 않고 도피처를 찾는 젊은 개개인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집단은 절대 통일되지 않는다. 요한 잉게르는 자연스럽고도 과장되지 않은 움직임에 기대 춤과 연극을 적절히 배합해 댄서들의 움직임에 유머 감각을 불어넣는다. 

요한 잉게르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쿨 베리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2009년부터 14/15 시즌까지 NDT의 부안무가로 활동했다. 이후 1995년 NDT2에서 첫 번째 안무작 「분할」을 만들었으며, 요한 잉게르는 이 공식 데뷔작품으로 즉각적인 성공을 거뒀다. NDT2의 최신작 「일대일」로 2016년 권위 있는 ‘브누아드 라 당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018 모다페 폐막작으로 선보이는 「I new then」은 14/15 시즌에서 처음 발표된 작품이다. 

풍자적 재치· 육체적 흥분 지닌 작품들

두번째 작품은 솔 레옹 & 폴 라이트풋의 「Sad Case」다. 현재 NDT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솔 레옹과 폴 라이트풋은 각각 마드리드 국립 발레아카데미와 런던 로열발레스쿨을 졸업하고NDT2를 거쳐 2012년과 2011년에 NDT 에서 정식 활동한 비중있는 댄서이자 안무가로 활동해왔다. 솔 레옹은 스페인, 폴 라이트풋은 영국으로 태생 국가는 다르지만 약 30년 동안 호흡이 잘 맞는 듀오 안무가로 명성을 쌓아왔다. 

Sad caseⓒRahi Rezvani
Sad caseⓒRahi Rezvani

「Sad Case」는 하얀 얼굴과 붉은 입술의 무용수 다섯 명이 출연해 얼굴을 과장된 표정으로 변형시키면서 멕시코 맘보 음악에 맞춰 몸을 비틀고 감고 흔든다. 이들의 광대 같은 얼굴과 조증적이며 세속적인 움직임은 고전적인 순간과 풍자적인 순간 사이의 긴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이 작품에 대해 <크리티컬 댄스>는 “웃기면서 극적이며 감동적으로 인간적인 작품이다.”라며 감격하기도 했다. 솔 레옹와 라이트풋의 뛰어난 초기 작품 성향을 볼 수 있는 대표 작품으로, 이 둘은 이 작품에서 의상과 무대장치도 함께 작업해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 작품은 알렉산더 에크만(Alexander Ekman)의 「Cacti 선인장」이다. 현대적인 음향 효과를 잘 디자인하는 것으로도 명망이 높은 알렉산더 에크만은 ‘리듬 괴짜’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안무가이다. 로열스웨디쉬발레단, 쿨베리발레단 및 NDT2에서 무용수로서 경력을 착실히 쌓아오다 안무에만 전념하고 있다. 

Cactiⓒjan bos
Cactiⓒjan bos

이번 작품에서 알렉산더 에크만은 네덜란드 심포니아와 함께 새롭게 편곡한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의 클래식 음악만으로 작품을 탄생시켰다. 손과 바닥이 마주치는 소리, 무용수들의 일관된 괴성, 현악사중주를 구성한 3대의 바이올린과 첼로 1대의 음악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도구가 된다. 한편, 「Cacti」는 2010년 헤이그 루센트 무용극장에서 세계초연된 후 VSCD Zwaan Award에 지명되며 국제적인 히트작의 반열에 올랐다. 

이 작품에 대해 <타임즈>는 “묘한 풍자적인 재치와 본능적인 육체적 흥분을 지닌 작품이다. 에크만은 그의 유쾌한 캐스트를 16개의 아이보리 플랫폼 위에서 부풀어 오르고 뛰어오르며 춤의 황홀경에 도달하는 인간 오케스트라로 바꾸었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이어 노르웨이 벨린다브라자 프로덕션 Belinda Braza Production의 안무가 벨린다 브라자 Belinda Braza가 선보이는 「Survival」은 ‘근본적인 생존 본능이 개개인의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는 근본적인 생존 본능에 따라 우리의 지리적, 도덕적, 윤리적 경계가 바뀌면서 개개인에게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 우리가 기꺼이 생존하기 위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수상 경력이 많은 권위 있는 안무가로 노르웨이 4번째 공연장인 비쿠베크벨드Bikubekveld의 예술감독이기도 한 벨린다 브라자는 주로 도시적이며 현대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작품 역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행동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현대시와 스텐실 아트, 전자현대음악을 활용한 ‘도시적인 춤 공연’이다. 

마지막 해외초청작인 미국 리리우드버리 댄스컴퍼니 Ririe-Woodbury Dance Company의 안무가 츠베타 카사보바 Tzveta Kassabova의 「The Opposite of Killing」는 ‘절친한 친구의 부재로 인한 분노, 이해, 슬픔의 감정 변화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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