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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문대 교육 관계자 교수학습법 논의 ... ‘교육혁명’ 시작점 될까
전국 전문대 교육 관계자 교수학습법 논의 ... ‘교육혁명’ 시작점 될까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5.08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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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교협 2018 상반기 전문대 교수학습 활성화 세미나 개최
▲지난달 27일 열린 세미나에서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문대교협

“현재 전문대가 처한 상황을 前虎後浪으로 표현하고 있다. 급속히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우리 전문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양성 목표와 교육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그 방법은 바로 교육혁명이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 교협)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전문대 교수학습 활성화 세미나의 환영사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전문대교협과 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회장 정명화, 이하 발전협의회)가 개최한 이 세미나는 ‘학습역량 강화를 위한 4BL(MBL, PBL, TBL, CBL) 교수학습 전략’을 주제로 미래 사회에 적합한 전문기술인 양성을 위한 혁신적 교수학습 방법을 모색하고 공유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전국 75개 전문대 교수학습지원 관계자 145명이 참석해 교수학습법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전문대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현실에 대한 치열한 반성에서다. 지난해 1월 한국교육개발원(원장 반상진)이 발표한 「대학의 교수·학습 질 제고 전략 탐색 연구」에 의하면 전문대 학생들은 문제해결능력 등 일부 요인을 제외하고는 교수·학습의 성과가 크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긍정적인 답변 비율이 낮았던 항목들은 분석적·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인문학적 소양 등으로 전문대 학생들은 대학교육을 통해 이들 능력이 그다지 향상되지 못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16년 전문대 28개교, 1만3천여 명의 전문대 학생으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수행됐다.

전문대 교수들 역시 학생들의 기초 교육 수준에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연구에 참여한 최정윤 한국교육개발원 글로벌교육개발협력연구실장은 “전문대 교수들과 이야기해보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어도 국어, 수리, 영어 등 기초적인 교육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교육 내용을 잘 소화하지 못한다며 아쉬워한다”고 교수들의 고충을 전했다.

다양한 교수학습법...
전공과 직무 고려한 교육 중요

전문대교협과 발접협의회는 전문대 교육의 현실을 진단한 결과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교수학습법 개발과 학생들의 사고능력 개발에 역점을 뒀다. 세미나도 크게 교수학습법과 사고 능력 개발의 두 트랙으로 진행됐다. 교수학습법 트랙은 △매체 기반 학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 △팀 기반 학습 △창의 기반 학습 등 4가지 주제가 할당됐다.

‘매체 기반 학습’ 강의에서는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항상 몸에 지니는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매체 활용이 제안됐다. 이지영 전주비전대 교수(미용건강과)는 “매체 기반 학습은 쌍방향 수업이면서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역진행 수업방식)이다”며 “유튜브나 카카오톡에 학생들이 미리 공부할 수 있는 자료를 올려 예습을 돕고 학교에서 실습을 한 후에도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복습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활용할 수 있는 앱으로는 ‘Kahoot’, ‘구글 클래스룸’, 'Evernote’ 등을 제시했다. ‘Kahoot’은 퀴즈를 내고 답을 맞히면 점수를 매겨 보상을 주는 게임 앱으로 학생들의 반복적인 복습을 유도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반복 학습을 통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며 “앞으로도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강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법이 요구됨에 따라 이미 많은 대학에서 채용하고 있는 교수학습법인 ‘팀 기반 학습’은 목표 설정과 팀 효율 극대화가 주요 이슈다. 도금혜 대구보건대 교수(사회복지과)는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국가직무능력표준)기반 교수학습 모형을 제시하며 학습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NCS 분석을 통해 직무능력과 관련 있는 교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교육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며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서 구성원이 서로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강의한 김진홍 서일대 교수(정보통신과)는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주제설정을, 창의 기반 학습을 다룬 윤영순 대구보건대 교수(유아교육과)는 담당교원 간의 협업을 각각 강조했다.

언·수·외에서 탈피한
사고능력 중심의 新교육

전문대의 경우 교수학습지원을 위한 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번 세미나를 주도한 발전협의회 역시 지난해 6월 출범했다. 때문에 각 대학별로 학생들의 능력을 진단해왔음에도 공유할 수 있는 정형화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부족했다. 따라서 이번 세미나에서 발전협의회는 실무에서 활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전문대 학생들의 기초 사고능력과 그에 따른 맞춤형 교육 방법을 고식적인 언어, 수리, 영어가 아닌 △기본적 사고능력 △전략적 사고능력 △창의적 사고능력으로 나눠서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능력 트랙의 책임연구자 최석현 경남정보대 교수(경영계열)는 “지금까지 전문대교협에서는 사고 영역에 대한 연구개발만 해왔기 때문에 현장에서 그 내용을 설명하고 활용 방안을 제시할 기회가 없었다”며 “사고능력 트랙은 각 영역이 어떤 배경에서 개발됐고 현장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실제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장 수요 조사, 전문가 자문을 통해 사고의 범주를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전문대 학생들의 사고능력 측정과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했다”고 강연의 취지를 밝혔다.

강의에서는 사고능력 개발을 위해서는 일시적, 일회성 교육이 아닌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기본적 사고능력을 강의한 나지연 영진전문대 교수(유아교육과)는 기본적 사고의 하위 요인을 △관찰 △분석 △비교 △추론 △평가로 나누고 “능력 신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요인들을 직접 교육하고 사고능력 향상 전략을 수업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사고능력과 창의적 사고능력의 강의자들 역시 수업의 설계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이러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창미 안동과학대 교수(간호학과)는 전략적 사고를 “목표 달성을 위해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고 적용하려는 사고능력”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사례로 수업 내용에 대한 구조도를 작성하는 ‘지식스키마’, 수업내용을 자신의 말로 적어보는 ‘5분 페이퍼 작성’, ‘문제내고 바꿔풀기’ 등을 제시했다. 끝으로 창의적 사고능력의 강의를 맡은 송창백 가톨릭상지대 교수(유아교육과)는 “창의적 사고능력 개발을 위해서는 수업 자체가 창의적으로 설계돼야 하며 창의적인 사고 기법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최락진 인덕대 교수학습지원센터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언어, 외국어 기초학습을 진행 중인데 사고능력을 운영할 때 자료의 해석 등에 고민이 많았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영진전문대나 경남정보대에서 사례 중심으로 발표해주셔서 많이 도움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런 자리가 활성화돼서 전문대가 많이 참석하고 교수학습법에 대해 논의, 토의할 수 있는 자리가 넓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는 전문대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전문대 교육의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정보와 노하우를 교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교수학습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번 세미나가 단발적인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지역 단위의 소규모 토론, 온라인 공론장 활성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문대교협과 발전협의회의 꾸준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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