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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일기란 무엇인가
이 시대에 일기란 무엇인가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4.3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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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공적 공간에서의 사적인 기록』(남송우 저, 2018.4)

남송우 부경대 교수(국문학)가 부산문화재단에서 3년 6개월 간 재직하며 활동한 일들에 대한 소회를 일기 형식으로 엮은 『공적 공간에서의 사적인 기록』이 발간됐다.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채색될 수도 있는 과거의 시절이지만, 부산문화재단에서의 기간을 남 교수가 아쉽고 안타까운 시간으로 회고한 이유는 현재 부산문화재단이 처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일기의 형식을 빌린 그의 글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정리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일기는 개인사와 함께 개인사를 넘어서는 문화사회학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기는 철저히 개인사에서 출발하지만, 그 개인의 삶이 주체하고 있는 사회와 역사의 그림자가 언제나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다. 일기도 이제는 많이 다원화됐다. 다원화된 사회의 영역마다 필요에 따라 일기 형식을 띠는 다양한 양식의 글쓰기나 기록들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니시카와 유코가 말한 「근대에 일기를 쓴다는 것의 의미」(서민교 역, 역사비평, 2012)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그는 일본 문화사 속에서 깊이 작동했던 일기가 지녔던 의미를 “일기쓰는 행위는 개인의 습관적 행동임과 동시에 집단의 습관이며, 나아가 근대의 일기는 하나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틀을 가진 일기장이라는 상품의 개발은, 일기를 쓴다는 개인적인 행동이 집단의 습관이 돼 빠르게 보급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본다. 이러한 일기의 사회화는 일본 학교 교육을 통해 강화돼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일기가 지닌 텍스트로서의 특징을 저자, 즉 일기를 쓰는 사라뫄 주인공과 화자와 독자가 모두 같은 인물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즉 일기는 자기언급성이 강한 내재적 시점에서 씌여진 텍스트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일기는 일본에서의 ‘사소설’과 여러 모로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더 중요한 제안은 일기를 통해 공공영역/사적영역이라는 이분법을 버리고, 사적영역과 일상생활이야말로 정치, 경제 그리고 사상투쟁의 장이었음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문화재단에서의 3년 반 동안의 기록을 일기 형식으로 정리하게 된 이유를 굳이 들라면, 이상과 같은 일기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작동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기록은 『안네의 일기』처럼 문학성을 담보하지도 못했으며, 『난중일기』 같은 역사성이나 특별한 기록성을 보여주는 수준도 아니다. 더더욱 『열하일기』가 지닌 문화사적 의의를 논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단지 지나간 시간을 통해 나를 비추는 거울을 확보하고 싶은 작은 소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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