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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 "근본 해법은 '분리수거 정상화'에 있다"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 "근본 해법은 '분리수거 정상화'에 있다"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4.30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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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 재활용 쓰레기 사태 긴급토론회

“재활용 폐기물 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것.” 김명자 과총회장은 개회사에서 인류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 23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재활용 쓰레기 사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이하 과총), 신용현, 오세정 국회의원실(바른미래당)의 주최하고 국무총리실 국민안전안심위원회(위원장 김우식)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가 후원했다. 김 회장은 “최근의 벌어진 사태를 중심으로 관계자들과 토론함으로써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토론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낮은 선별률에 재활용 업체들 수익성 악화

이번 토론회의 가장 큰 쟁점은 토론회가 긴급히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한, ‘쓰레기 대란의 원인이 무엇이냐’였다. 언론에는 이번 쓰레기 대란이 중국발 폐비닐 수입금지에서 비롯됐다고 소개됐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근본적인 원인이 다른 데 있다고 말한다. 재활용 폐기물 선별, 수집, 파쇄업을 하는 강필주 미주자원 대표는 “아파트 쓰레기 대란에 일조를 한 사람이다”며 자신을 소개한 뒤 “4월 1일부로 수거를 거부한 것은 재활용 폐기물에 섞인 기저귀, 신발, 의류 등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쓰레기가 40%에 달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PR 이외 폐기물 비율이 높아지자 선별 업체들은 수거 업체에게 쓰레기 선별 비용을 요구했다. 비용 부담이 커진 수거 업체들은 공동주택 등에 분리수거를 요구하며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엔 조용했지만 일반주택, 상가의 경우도 폐기물 선별률도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소연 금호자원 대표 역시 “일반주택, 상가도 분리수거가 안 돼 있어 비용 많이 든다”며 “분리수거 잘 안 될 경우 얼마나 많은 비용과 애로사항이 발생하는지를 반영한 체계적이고 철저한 분리수거 홍보교육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23일 포럼에서는 김명자 과총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을 좌장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EPR 확대 등 정부 대책 마련 필요

재활용 업체들이 EPR 제도에 의존하는 현실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기영 서울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고형연료의 규제 강화로 필름류의 중요한 재활용 수단인 고형연료 사용량이 감소했고 이것이 중국의 재활용품 수입금지와 겹쳐 재활용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결국 비가치 품목인 필름류와 스티로폼 등을 수거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공 부문에서 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EPR 제도의 완전한 정착과 정부가 비상시 비가치 품목 매입해주는 것”이라고 개선 방향을 언급했다.

EPR 말고도 폐기물 부담금 등 각종 폐기물 관련 예산을 활용해 정부가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정부는 EPR 대상 품목이 아닌 폐기물도 부담금을 3~400억 원씩 받고 있다”며 “폐기물 부담금에서 받았던 것을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는 쪽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라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EU는 플라스틱 관리전략을 세우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감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플라스틱 전략을 세우고 전주기 물질 흐름 분석을 통해 목표 관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 있다”고 역설했다.

기업도 생산단계부터 관리 필요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제품이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생산자인 기업과 관리 책임이 있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고형연료 생산업체를 운영 중인 한준석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공동대표는 “생수를 예로 들면 상표를 적는데 pvc 컴파운드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써진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것을 고형연료 만들면 염소액이 돼 분리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산업부의 명령이 있어야 (문제가) 개선된다”고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공동주택 등에서는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 배출에 비용이 든다. 홍미나 소비자시민모임 연구부장은 “재활용 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가 폐기물 수거 등에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기업이 소비자 편익 제공이라는 이유로 과대 포장을 하면서 폐기물을 늘릴 것이 아니라 생산단계부터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폐기물을 선별하고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계형산 목원대 교수(신소재화학공학과)는 “R&D 예산 20조 원 중 환경 분야는 1.5%인 3000억 원 정도 밖에 안 된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다. 쓰레기 재활용 문제에 있어 정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생산부터 배출, 재활용까지 폐기물 관리 전 과정을 포괄할 정부의 통합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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