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닮은 모양새에 관절염 藥草로 오해받은 식물
무릎 닮은 모양새에 관절염 藥草로 오해받은 식물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8.04.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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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98. 쇠무릎
소의 무릎과 비슷하다고 이름지어진 쇠무릎. 사진 출처=두산백과
소의 무릎과 비슷하다고 이름지어진 쇠무릎. 사진 출처=두산백과

우리가 어릴 때만해도 쇠무릎을 쇠꼴로 베기도 했지만 밭에 달려드는 귀찮은 잡풀로 매버리느라 등골이 빠졌다. 초봄어린순은 한소끔 데쳐 나물로, 또는 밥에 얹어 먹고, 뿌리로는 술을 담구거나 설탕에 버무려 효소를 만들어 약으로 썼다. 이 풀은 줄기마디들이 두드러져서 불룩 튀어나온 소의 물팍(무르팍) 흡사하다하여 쇠무릎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ox knee’라 부르니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우슬(牛膝)로, 우리는 쇠무릎이라 부르게 됐다.

쇠무릎(Achyranthes japonica)은 牛膝, 쇠물팍, 쇠무릎지기로도 불리는 비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과 일본이 주산지이다.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에 흐드러지게 자생하고, 인도·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유럽 등지에 분포하는 다른 한 종이 있다. 

쇠무릎은 주로 길가나 밭가, 산자락이나 들녘에 나고, 다소 축축한 곳에 지천으로 자라 빽빽하게 풀숲을 이룬다. 줄기는 연적갈색으로 딱딱한 것이 네모지고, 50∼100cm 높이로 자라며, 반들반들하다. 줄기마디가 무릎처럼 뭉툭하게 튀어나온 것이 둥그스름하고, 그 자리에서 줄기가지를 친다. 마디를 잡아 부러뜨리면 똑 소리를 내면서 잘 꺾어진다.

잎은 마주나기(對生)하고, 반질반질한 것이 타원형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倒卵形)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양끝이 좁고, 털이 약간 나며, 길이 10~20cm, 너비(폭) 4~10cm로서 잎자루(葉柄)가 긴 편이다. 뿌리는 아주 굵고, 땅 깊이 곧게 내리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牛膝이라 한다.

꽃은 8~9월에 연한 녹색으로 피고, 지름 3mm 정도이며, 잎겨드랑이(葉腋)와 원줄기 끝에 긴 이삭 모양으로 뻗고, 수술과 암술이 한 꽃에 모두(함께) 있는 양성화이며, 아래서부터 피어 올라간다. 

열매는 긴 타원형이고, 꽃받침으로 싸여 있으며, 종자가 1개식 들었고, 작은 포엽(잎이 변태해 꽃이나 꽃받침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잎)이 갈고리모양으로 돼 있어 도깨비바늘처럼 사람의 옷이나 새의 깃털, 짐승의 털에 곧잘 달라붙는다. 그리고 허허벌판(논밭)에 대대적으로 약초용으로 재배를 하고, 우슬을 판다는 광고가 인터넷에 즐비하다.

다시 말하지만 쇠무릎뿌리(牛膝)와 잎줄기(莖葉)는 약용한다. 뿌리는 늦가을에 줄기와 잎이 마른 다음에 캐어서 잔뿌리를 끊어내고, 흙을 깨끗이 씻어버리고는 햇볕에 애벌로 말려 고르게 간추린 다음 다시 말린다. 잎줄기는 7-8월에 채취해 달여 먹고, 한 움큼 짓찧어서 즙을 내거나 술에 담가 말간 국물을 우려먹는다. 

아득한 옛날 내 어릴 적에는 洋藥이 없었던지라 동네 어른들이 툭하면 쇠무릎을 빻아 무르팍이나 피멍 든데 붙이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요새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무릎 닮은 쇠무릎이 나름대로 관절통이나 신경통에 좋다고 믿었던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우슬은 한국전통한약재로 한방에서 이뇨·강정·통경에 쓰고, 민간요법에서는 임질과 두통약으로도 쓴다. 또 쇠무릎은 진통·항염증·면역력증강·노화방지·기억력증강·항종양(항암)·항염증·항바이러스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잎줄기에는 꽤 많은 화학성분이 들었고, 특히 뿌리에는 사포닌(saponin)과 다당체(polysaccharide), 엑디스테론(ecdysterone), 트리터페노이드(triterpenoid), 프로토카테츄산(protocatechuic acid)들이 들었다 한다. 

새로이 밝혀진 이들 물질의 약효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사포닌은 뚜렷한 항종양·항염증·진통작용이 있고, 다당체에서는 면역조절제가 들었으며, 엑디스테론은 혈당과 혈중콜레스테롤하강, 간 보호 등의 작용을 하는 것이 알려졌고, 트리터페노이드는 간암·대장암·유방암예방에 아주 효과적이며, 프로토카테츄산은 항산화·항염증·항암작용을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앞으로 큰일을 낼 쇠무릎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약으로 쓰이지 않는 풀이 없으매 하찮은 야생초 한 포기도 보호하고 보살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육상의 생물만이 아니라, 바다산호(coral)에서 항암성분의 절반 넘게 얻는다니 말이다. 알다시피 生藥硏究는 유럽, 특히 독일에서 두드러진다.
‘무릎(膝)’이야기가 나서 하는 말인데, 쇠무릎(관절)에 든 납작한, 콜라겐덩어리인 무릎연골(膝蓋軟骨)을 도가니탕에 넣는데 그 양이 아주 적어 소의 힘줄(일본말로 스지)을 함께 넣어 끓인다. 그리고 상대방의 자녀를 높임말로 ‘膝下’라 하니, “슬하에 자녀를 몇이나 두셨습니까?”라 한다. 또 ‘자식도 슬하의 자식’이란 말이 있는데 곁에 있을 때 자식이지 출가하여 떠나고 나면 남과 같다는 뜻으로 쓴다. 

또 슬개골(膝蓋骨,무릎膝 덮을蓋 뼈骨)이라 부르는 종지뼈(무릎뼈)는 무릎관절 앞쪽에 자리하는 삼각형의 뼈로 무릎관절앞쪽을 보호한다. 다리에 힘을 빼고 무릎을 쭉 펴면 종지뼈는 좌우로 움직이고, 다리(무릎)를 오그리면 납작하게 관절에 찰싹 붙어버린다. 

그래서 옛날에 처가에 간 사위가 장모 앞에 다리를 펴고, 까닥까닥 종지뼈를 만지작거리면서“장모님, 장모님, 아무래도 제 무릎이 탈난 것 같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떤다. 장모는 꾀부림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슬쩍궁 놀란 척하면서 쾌히 씨암탉을 잡아준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 사위 사랑은 장모”라 했던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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