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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정책... ‘규제’에서 ‘육성’으로 선회하나
블록체인 정책... ‘규제’에서 ‘육성’으로 선회하나
  • 양도웅
  • 승인 2018.04.23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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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블록체인 육성 정책」 토론회 개최

사건·사고 속에서도 블록체인은 예정된 미래일까? “궁극적으로 기술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KAIST 주최 블록체인 육성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대답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은 정부 당국에서부터 학계와 산업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그들이 쏟아낸 발언들 또한 이채로웠다. 하지만 참석자 모두가 동의한 주장이 있었는데,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의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은 물리적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기술이다였다.

현재(4월 기준)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가운데 기축통화의 위치에 있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800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2000만원을 상회하던 시기를 반추하면, 비트코인을 위시로 한 가상화폐의 열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 가상화폐가 화폐로서의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거래소 해킹과 같은 기술적인 결함, 정부 당국의 제재 조치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학계와 산업계 등은 지난해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나온 전망, ‘2025년 전 세계 GDP의 약 10%가 블록체인 기반기술에서 발생할 것이다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 모두 블록체인이 물리적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기술’이라는 데 동의했다. 사진 제공=KAIST 홍보실
토론회 참석자 모두 블록체인이 물리적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기술’이라는 데 동의했다. 사진 제공=KAIST 홍보실

급성장 중인 블대륙

토론에 앞서 블록체인 산업생태계 구축을 발표한 오세현 SKT 블록체인사업개발 Unit 전무는 최초에는 블록체인을 말할 때 플랫폼과 관련한 얘기가 많았고, 그 뒤에는 금융과 관련한 얘기가 많았다하지만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금융과 관련한 얘기는 약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전무는 이어 해외 블록체인 관련 행사에 가 보면, 참석자 중 IT전문가는 1/3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 뒤, “기자와 변호사 등 다양한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블록체인 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와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블록체인을 특정 영역에만 유효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 여러 영역에 유효한 범용한 기술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호 KAIST 연구처장을 좌장으로 한 토론회에서 서영일 KT블록체인센터장은 블록체인이 새로운 인터넷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신념하에 일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로 AI와 스마트시티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면서도 사람들은 이 AI와 스마트시티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유통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점에는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들의 기초이자 기본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이 정보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과학계 일각의 주장을 고려했을 때, 블록체인의 효용을 알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어서 블록체인 기술로 운영되는 네트워크의 세계를 블대륙이라고 총칭한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위원장은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이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라고 설명한 뒤, “현재 블대륙은 이미 300조의 시가 총액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2025년 전 세계 GDP의 약 10%가 블록체인 기술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 미국이 차지하는 GDP가 약 25%라며 블대륙의 경제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정도로 커질 것인지 제대로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 위원장이 말하는 블대륙의 경제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추가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술적으로 여전히 부족한 블록체인

하지만 정부와 시민들이 블록체인과 그에 기초한 가상화폐에 여전히 못미더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가, 산업계 일각의 주장처럼 블록체인에 대한 무지나 오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홍민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 과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의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금융위원회 입장에서는 금융시장 안전과 함께 투자자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빈번하게 들려오는 거래소 해킹뉴스와 ‘ICO(가상화폐 공개투자 방식) 사기뉴스 속에서 정부가 마냥 블록체인 기술을 수용하고 장려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이 혁신적인 만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주 과장은 이어 블록체인의 응용기술로 가상화폐가 이미 존재하지만, 가상화폐보다 성공한 응용기술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킴으로써 그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제언한 셈이다. 서 센터장 또한 기술자의 입장에서 동일한 입장을 내비쳤다. “현재 비트코인에서는 블록 하나를 만드는 데 10여분이 소요된다이 속도로는 현재의 인터넷 기반의 금융·유통 시스템보다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우선 안정성과 속도에서 기존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블록체인 기반 거래구조는 분산원장 기술에 근거하고 있다. 주요한 특성으로 탈중앙화(중간자의 역할 변화 혹은 영향력 축소)에 따른 거래 비용 감소, 거래 시간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거래 간의 신뢰를 보증하던 기관이 중앙기관에서 네트워크 전체로 변화하기 때문에, 얼마나 신뢰성 있는 참여자를 확보하느냐 혹은 참여자들 간의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고안된 것이 시스템 내에서 보상의 기능을 하는 '화폐(ex.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다. 자료 출처=오세현 SKT 블록체인사업개발 Unit 전무 발표자료집

4차 산업혁명의 주무 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재형 융합신산업과 과장은 매개자의 역할을 축소 혹은 조정함으로써 얻게 되는 비용절감 효과 안전하고 편리한 정보 공유 체제 금융과 물류 등 산업 분야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 등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정리한 뒤, “시스템이 현재 존재하지 않아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분야, 다수의 참여자 간의 의사소통이 항시 필요한 분야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과장은 모든 분야에 블록체인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중앙집중형 방식이 장점이 있는 분야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 전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곧 시작될 국제적 규제와 육성, 우리는?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및중앙은행장 회의의 주요 안건 또한 이번 토론회와 같은 블록체인이었다. 회의의 결과는 지금까지 제기된 다양한 우려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암호자산 이면에 깔린 기술은 금융 혁신을 촉진할 잠재력을 보여줬다였고 국제적 암호 화폐 규제에 대한 실행권고안을 오는 7월까지 마련한다였다. 국제사회의 블록체인에 대한 입장이 규제에서 육성 및 개발 쪽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회의 결과였다.

우리 또한 G20의 회원국인 이상, 국제적인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그런데 현재 우리의 준비 상태는 어떨까. 서 센터장은 최근 자사에서 진행한 면접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최근 블록체인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 129명을 인터뷰했는데, 블록체인 전문가는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전문가가 아예 없다시피 하다. 지원자들은 블록체인 개발을 하고 싶다고만 말한다.” 블록체인 산업계는 이미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어떨까? 4차 산업혁명 전체 예산 11756억원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 개발 예산은 142억원으로, 비중은 약 1%에 불과하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 새로운 산업에 대한 준비 상황을 점검할 때 항상 듣던 말이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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