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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과 유목민들의 生命水
신이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과 유목민들의 生命水
  • 연호택 가톨릭관동대·영어학
  • 승인 2018.04.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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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음식-음식의 문화사_ 17) 신의 선물, 젖

인간이 먹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인간은 먹는 것에 집착할까? 온건하게 말해, 왜 인간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생존 목적이 아니어도 인간은 먹고 마시는 걸 즐긴다. 왜? 옹호하는 입장에서 인간의 식욕 이상의 욕구를 해명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이 먹고 마시는 일에 몰두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지 않았으면, 오늘날 이렇다 할 음식문화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화는 향유될 때 발전하는 것이다”라고.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생활

▲니콜라스 뿌쌩의 <홍해 건너기>(1633~1634년) 사진출처=https://en.wikipedia.org/wiki/The_Crossing_of_the_Red_Sea_(Poussin)

성경에 의하면, 모세는 파라오에 의해 고통 받는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이집트)으로부터 탈출시킨다. 그의 메시지는 간략히 말해 ‘젖과 꿀’이다. 자유롭지 못하고 압제와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노예상태의 유대인들에게 절실했던 것은 신체를 부지할 수 있는 음식이었을 것이다. 기왕에 피지배 민족으로서의 삶을 살아오면서 자유는 하늘나라의 여호와 하느님께 저당 잡힌 것으로 생각하고 체념의 삶을 살고 있던 유대인들은 목숨이 붙어 있는 이상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기를 소원했을 것이다. 신학적인 해석이 아니라면, ‘젖과 꿀이 흐르는 땅(a land flowing with milk and honey)’ 가나안(Canaan)은 먹을 것이 풍부한 곳이어야 했다. 실제로 그랬을 것이거나, 모세가 그렇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로 구성된 타나크(Tanakh, 舊約)의 율법서 『토라』(Torah)의 4번 째 부분인 「民數記」(The Book of Numbers)> 13장 27절은 이렇게 말한다:

“모세에게 보고하여 가로되 당신이 우리를 보낸 땅에 가본즉, 과연 젖과 꿀이 그 땅에 흐르고 이것은 그 땅의 실과입니다.”

*민수기는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나이산을 떠나 모압평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었던 광야 즉 사막에서의 일을 담고 있으며, 민수기라는 명칭은 내용 중에 잠시 등장하는 두 차례의 인구조사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민수기의 히브리어 명칭은 버미드바르(B?mi?bar)로 그 의미는 “사막에서(In the desert (of)”다. 모세기(Book of Moses)라고도 불린다.

가데스(Kadesh)라는 곳에서 모세가 보낸 12명의 정탐꾼들이 포도, 석류, 무화과 및 그 해의 산물들을 가져 와서 보고하는 장면이다. 과연 그들이 말한 대로 젖과 꿀이 땅에 흐르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에 대해 성경학자이자 랍비로 모세 다비드 카수토(Moshe David Cassuto)라고도 알려진 움베르토 카수토(1883-1951)의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그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광야에 살던 유목민들이 가나안 땅을 가리켜 처음 사용했던 표현으로, 목축을 통해서는 젖을 그리고 농업과 채집 활동을 통해서는 각종 과일나무에서 벌꿀처럼 많은 실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런데 모세가 인도한 하느님의 백성 히브리인들은 요단강 이 편에서 저 편의 가나안 땅을 바라만 볼 뿐 강을 건너 약속의 땅에 선뜻 들어가지 못한다. 눈앞에 전개된 현실은 모세의 약속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유대인들은 지치고 화가 났다. 「민수기」 16장 13-14절에 당시의 정황이 기록되어 있다: 

“네가 우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이끌어 내어 광야에서 죽이려 함이 어찌 작은 일이기에 오히려 스스로 우리 위에 왕이 되려 하느냐? 이뿐 아니라 네가 우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도 아니하고 밭과 포도원도 우리에게 기업으로 주지 아니하니 네가 이 사람들의 눈을 빼려느냐? 우리는 올라가지 아니하겠노라.”

안타깝게도 가나안을 지척에 두고 모세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다. 성경은 그때 그의 나이를 120세라고 기록한다. 형 아론은 여전히 살아있었다(123세에 사망). 사막이라는 자연환경을 고려할 때 모세와 아론 형제는 평균 수명 따위는 관심 밖의 장수유전자를 지닌 집안 출신이었거나, 당시의 1년이 지금의 1년과는 달랐을 것이다.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백성을 이끈 이는 여호수아였다. 사막은 낮의 열기와 밤의 한기로 생명체를 괴롭힌다. 식량이 여유롭거나 양질의 것일 리도 없다. 아무리 고난에 길들여진 이들이라 해도 배고픔 앞에 인간의 존엄은 쉽사리 무너진다.

인간에게 음식은 생존의 필수품이다. 살기 위해서라면 치사하더라도, 구걸을 해서라도 먹어야만 한다. 치사라는 감정은 살아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 굶주림으로 목숨이 다하면 그런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게 인간 존재의 현실이요 한계다. 구차하게 살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만큼 음식이 인간 삶의 절대 조건임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인간은 일주일 이상 굶을 수 없다. 시체라도 뜯어먹지 않으면 결국 사람은 죽는다. 빗물이라도 받아 마시지 않으면 인간은 삶을 등지게 마련이다. 그것도 극심한 고통 속에서. 그런데 신들도 먹어야 했을까? 죽음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되는 신들도 영양분 섭취가 필요했을까? 

神들의 음식

신들도 음식을 섭취했다. 우리네 인간과 별 다를 바 없이 그들도 먹고 마시는 걸 즐겨한 것으로 보인다. 하느님이 뭘 먹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구체적인 식단이 떠오르지 않겠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 da Vinci, 빈치 마을 출신의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처럼 우르비노 출신임을 알 수 있는 화가 니콜라(Nicola da Urbino)는 「올림포스 산에 사는 신들의 음식」이라는 題下의 그림을 접시에 그렸다.

흥미로운 점은 신들의 사회에서도 성적 차별이 존재함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화가의 편향된 상상력의 소산이기는 해도 접시 오른편에 서 있는 여신의 역할은 영락없이 술시중을 드는 웨이트리스의 모습이며 바람결에 날리는 듯한 치마와 코믹하게 드러난 둔부가 그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올림포스 산 위에 사는 신들의 음식(1530). 우르비노 출신 니콜라(Nicola da Urbino)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마욜리카 도자기(majolica, 이탈리아산 칠보 도자기) 접시에 그려진 작품. 사진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mbrosia
▲ <올림포스 산 위에 사는 신들의 음식(1530)>. 우르비노 출신 니콜라(Nicola da Urbino)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마욜리카 도자기(majolica, 이탈리아산 칠보 도자기) 접시에 그려진 작품. 사진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mbrosia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은 ‘암브로시아(Ambrosia)’와 ‘넥타르(Nectar)’를 먹고 마셨다고 한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여신 이둔(Idun)은 늙지 않는 황금사과를 신들에게 주어 그들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신들의 음식 중 하나인 암브로시아는 ‘불멸(immortality)’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넥타르는 ‘죽음(necro)’을 ‘물리치다(tar)’라는 뜻이다. 둘 다 불사의 음식이다. 호머는 『일리아드』에서 신들은 암브로시아를 먹고 넥타르를 마시기 때문에 몸 안에 神血이 흐른다고 했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암브로시아 덕분에 불사의 몸이 됐다. 그의 어머니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 아버지는 인간인 펠레우스였다. 이런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킬레우스는 半神半人이기 때문에 죽어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 아들 아킬레우스가 태어나자 어머니 테티스는 그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밤마다 아킬레우스를 불속에 집어넣어 인간적 면모를 태워 없애고 그의 피부에 암브로시아를 발라주었다. 그리고 상처를 입지 않는 몸을 만들기 위해 저승에 흐르는 스틱스 강물에 어린 아들의 몸을 담갔다. 그러나 불사신이 된 줄 알았던 아킬레우스는 테티스가 잡고 있던 발 부분이 물에 잠기지 않아서 발꿈치가 그의 유일한 약점이 되었고 결국은 파리스의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아 죽었다.

페르세포네가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상자를 여는 바람에 죽음의 잠에 빠진 프시케 곁에 에로스가 나타난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프시케의 몸에서 잠을 끌어 모아 상자에 가두고는 사랑의 화살로 프시케의 몸을 살짝 찔러 그녀를 잠에서 깨운다. 그리고 프시케를 데리고 올림포스 산으로 올라가 제우스신에게 둘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 

에로스의 어머니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자신에게 바쳐져야 할 인간들의 찬양과 숭배가 죽을 운명의 인간인 프시케에게 쏠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머리타래를 흔들며 부르짖었다.

“나의 명예가 보잘것없는 한 인간의 딸 때문에 빛을 잃어야 하는가? 제우스까지도 신임했던 양치기 왕(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의 판정은 엉터리였단 말인가? 양치기 왕은 나의 경쟁자인 아테나와 헤라보다 내가 훨씬 아름답다고 판정을 내렸건만 이제 그 영예도 쓸모없게 되었다. 두고 보자. 내 명예에 도전한 저 하찮은 인간 계집으로 하여금 자기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분수에 넘치는 것이었는가를 반드시 후회하도록 하리라.” 

프시케는 인간이기 때문에 아프로디테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그러자 제우스가 올림포스에 프시케를 초대해 암브로시아를 하사했다. 그것을 마신 프시케는 불사의 몸이 됐고 에로스와의 결혼을 허락받았다. 

아프로디테에게 앙심을 품은 연인 아레스가 멧돼지로 변해 미소년 아도니스를 물어뜯어 죽인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와의 추억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그의 주검에 ‘신의 음료’인 넥타르를 뿌려 아네모네 꽃을 피게 했다고 전한다. 

신이 선물한 생명의 음료, 젖

유목민에게 짐승의 젖은 생명의 음료다. 풀과 물을 찾아 이동하는 양과 말을 보살피며 초원을 오가며 생활하는 이들에게 목축 짐승의 젖은 물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생존에 긴요한 영양 공급원이 된다. 그런데 다 마시지 못하고 남은 젖이 문제였다. 소중한 젖을 함부로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식품의 냉장보관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돌궐유목민들은 ‘쿠미스(Qumis)’라는 발효 음료를 만들어 마시는 지혜를 발휘했다. 쿠미스는 시큼털털한 마유주로 우리네 막걸리와 흡사한 맛이 난다. 몽골인들은 이런 발효주를 아이락(airag)이라고 부른다. 또 장기 보관이 어려운 야크나 말, 양, 심지어 낙타의 젖으로 비아슬락(byaslag)이라는 이름의 딱딱한 硬치즈도 만들어 먹는다. 민족이나 종족마다 카식(Kashk: 이란어), 후룻(qurut: 쿠르드어), 초르탄(chortan: 터키어), 아룰(aaruul: 몽골어) 등 부르는 이름은 저마다 달라도 유목민은 제 각각 軟치즈를 만들어 먹는다. 

▲비아슬락(byaslag)이라는 이름의 치즈 사진 출처=https://www.mongolfood.info/en/recipes/byaslag.html
▲비아슬락(byaslag)이라는 이름의 치즈   
사진출처=http://www.mongolfood.info/en/recipes/byaslag.html

‘검은(kara) 모자(kalpak)’라는 뜻을 지닌 카라칼팍 유목민은 사촌 또는 팔촌지간인 투르크멘, 카자흐, 우즈베크 유목민들과 마찬가지로 ‘슈밧(shubat)’ 또는 ‘찰(chal)’이라고 부르는 발효시킨 타락(駝酪: 낙타 젖) 즉 낙타의 유즙을 즐겨 마신다. 앞에서 본 ‘쿠무스(kumys)’는 암말의 젖이고, 소의 젖은 ‘아이란(ayran)’으로 구별한다. 농경문화와는 다른 유즙문화를 엿볼 수 있는 어휘들이다. 농경사회와 달리 유목민에게 젖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불가결한 식품이다.

초원유목민의 이동수단은 말이다. 동토인 툰드라지대에 사는 삼림유목민은 순록을 이용한다. 미국인들에게 말은 마차, 카우보이, 건빵, 소나 양몰이를 연상시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말의 이미지는 산길이나 강가를 달리는 파발마의 모습이다. 혹한의 겨울을 견뎌야 하는 초원 유목민에게 말은 드넓은 풀밭을 질주하는 낭만적이고 자태 늠름한 천리마의 모습만은 아니다. 그들에게 말 그리고 양들은 생활에 필요한 고기와 젖의 원천으로 기능한다. 


연호택 가톨릭관동대·영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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