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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창고 네트워크를 개방한 진짜 이유
‘아마존’이 창고 네트워크를 개방한 진짜 이유
  • 김재호
  • 승인 2018.04.16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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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콘텐츠의 미래』(바라트 아난드, 리더스북, 2017.11.)

2001년, 집단지성의 대명사가 된 ‘위키피디아’가 탄생한다. 그런데 위키피디아가 나오기 전에 벌써 7번의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특히 위키피디아가 세상에 나올 때 쯤 인터피디아라는 경쟁자가 등장했다. 똑같이 협업해서 백과사전을 만드는 것인데 방식은 달랐다. 인터피디아는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 한 사람이 한 콘텐츠를 생성해서 만들도록 했다. 결국 인터피디아가 끌어들인 기여자는 500명, 생산한 글은 50개도 되지 않는다.  

왜 위키피디아는 성공하고 인터피디아는 실패했을까? 위키피디아는 모든 주제를 다루지 않았다. 중요한 주제만 다루고 혼자만 하는 독자적 연구를 금지했다. 또한 모든 소스의 출처를 밝히도록 했다. ‘Everything2’라는 웹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 역시 집단지성의 힘을 믿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룬다는 게 너무 애매했다. 결국 ‘Everything2’도 실패했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지나가다가 쉽게 편집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특히 편집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고 훼손을 방지하며, 부적절한 글을 삭제토록 했다. 

지난 해 11월 국내에 번역 소개된 『콘텐츠의 미래』(리더스북)의 저자 바라트 아난드는 위키피디아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알고리즘인 클루봇의 모욕적 단어 필터링 ▶ 편집 전쟁 중인 내용을 자동적 혹은 반복적으로 바꾸면 경고 및 퇴출 ▶ 검증 받은 내용은 수정 불가능 ▶ 적극적 참여 편집자가 표시한 글은 수정 시 즉각 통보. 

『콘텐츠의 미래』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기업 전략 담당 교수가 20년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아난드 교수는 “대중을 콘텐츠 생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이 역시 콘텐츠 함정에 빠지는 길이다”면서 “대중의 참여를 콘텐츠 생산을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올바른 방안을 확립하지 않으면 똑같은 함정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키피디아의 성공과 인터피디아의 실패

가히 콘텐츠 폭발의 시대다.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미디어의 확장과 위기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책은 1988년 미국의 옐로스톤 공원에서 발생한 대화재로부터 시작한다. 그 당시 불길이 번지는 가운데서도, 공원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불길이 타도록 내버려두었다. 상식과 전혀 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다. 공원을 수십 년간 관리해온 담당자들은 오랜 기간이 흐르면서 관점이 바뀌었다. 

불길은 자연히 꺼질 수 있고 비가 오면 진압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황폐화된 대초원을 복구하거나 골칫거리인 엘크 무리를 해결하기 위해 불을 내버려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공원의 화재를 진압하지 않고 내버려 둔 결과 땅에 더 많은 영양분을 공급했고, 공원의 모든 생물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제공하게 되었다.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았다. 아난드 교수는 이 화재 사건을 디지털 대화재, 즉 콘텐츠의 확산과 비교한다. 콘텐츠가 무수히 많이 생성되고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들이 결국 콘텐츠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난드 교수는 “성공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콘텐츠나 제품을 소유하지 않고도, 단순히 연결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함으로써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대화재인 콘텐츠 확산을 활용하기

그렇다고 무턱대고 콘텐츠를 연결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 연결의 세밀한 메커니즘을 예측하고 실행하며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아난드 교수의 교훈은 비단 미디어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기술과 교육, 더 나아가 제조사에까지 적용된다. 우선 콘텐츠의 삼각 구조를 살펴보자. 첫째, 사용자 연결 관계다. 여기선 사건의 도화선보다 확산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 그 예로 애플의 매킨토시는 제품 자체의 편이성과 안정성이 아니라 친구나 동료들과 파일을 나눌 수 있게 하는데 주목하지 못해서 점유율이 낮았다. 

둘째, 제품 연결 관계다. 위협은 오히려 기회가 된다. 불법 복제를 인정(합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하고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보완재에 승부를 건다. 커피와 와이파이, 해변과 주차장은 보완재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보완재를 대체재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다운로드 가능한 MP3 음원이나 유튜브 무료 음악 공개가 음악산업을 죽일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결국 콘서트 등 다른 채널들을 통해 음악산업의 수익에 도움이 됐다. 셋째, 기능적 연결 관계다. 다르다는 것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하다. 콘텐츠가 쌓인다고 저절로 뭔가 좋은 비즈니스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바라트 아난다 교수 하버드경영대학원 전략 담당 교수는 콘텐츠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선 사용자, 제품, 기능적 연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난다 교수는 『콘텐츠의 미래』에서 보완재에 주목하라고 당부한다.  

아마존, MS, 애플, 텐센트, 노르웨이의 십스테드 등 성공한 미디어 기업들은 상식과는 반대되는 전략들을 많이 펼쳤다. 2002년 아마존은 5년을 투자하여 결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고객 주문 처리 과정과 창고 네트워크를 온오프라인에서 구축한다.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성공을 함께 쓰고 싶어 하는 제3의 소매업자에게 개방한 것이다. 아마존은 자사의 제품만을 파는 시장이 아니라 간접 네트워크 효과까지 노린 것이다. 소위 누구나 참여 가능한 마켓플레이스, 플랫폼, 커넥트, 앱스토어 등은 디지털 대화재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전략이었다. 

노르웨이의 미디어그룹인 십스테드는 종이 신문의 위기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 바로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데 주목한 것이다. 작은 신문사였던 십스테드는 독자들이 사진이나 글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야기하는 장을 제공했다. 이로써 사람들의 휴대전화 번호도 알아내어 인터뷰를 하는 등 차별화 했다. 아난드 교수는 이에 대해 “규모의 수익은 고정비에서 나오지만 네트워크의 수익은 의사소통에서 나온다”고 적었다. 

아난드 교수는 종이 신문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로 비교했다. 그런데 신문사들이 함정에 빠진 부분은 더 좋은 뉴스를 값싸게 더 신속히 온라인으로 제공하지 못한 거라고 판단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아난드 교수는 “신문사의 진짜 잘못은 안내 광고에서 들어오는 수익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고, 수익의 온라인 이동(구직사이트 즉 일명 잡사이트, 온라인 벼룩시장, 중고 거래사이트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라며 “안내 광고 전쟁에서는 양성 피드백 고리의 힘을 받은 선도자가 점점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다가 결국엔 전체 시장을 차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내 광고 전쟁은 선도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상황으로 번져 나간다. 

<뉴욕타임스>는 한 차례 실패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 바로 종이 신문 구독자들을 위한 온라인 뉴스 제공과 유료화이다. <뉴욕타임스>의 ‘페이월’ 전략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과 맛집 뉴스를 선호하는 독자들과의 연결 관계에도 주목해 성공한다. 소위 묶음판매 전략을 취한 것이다. 여러 선호도를 일일이 고려하기 보단 시청자 전체에 대해 가격을 균등하게 그리고 연결 관계를 신중히 고려해 올바른 가격 정책을 책정한 것이다. 그래서 신문사와 독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선택했다. 아난드 교수는 연결에 불러오는 네트워크 기본 지침으로 ▷ 제품의 품질로 이기려 할 필요가 없다 ▷ 네트워크는 실수에서 당신을 보호해준다 ▷ 네트워크는 더 많은 가치와 연결을 창출할 수 있다 ▷ 네트워크 효과의 수익과 규모의 수익은 다르다는 점을 제시한다. 

콘텐츠 폭발의 문제는 비단 디지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엔진, 온도계, 전구, 냉장고, 자동차 등으로 확장된다. 이는 ‘시스템의 시스템’으로 불린다. BMW는 자사의 기술을 다른 자동차 회사가 쓸 수 있도록 허가해주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만들고, 구글이 자율 주행차, 우버가 자동차 공유 서비스로 전환해 주목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하드웨어의 강점이 사라진다는 위기에서 그 기술을 오픈해 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불러오려는 전략이다.  

아난드 교수는 “경쟁이 상품에서 포트폴리오로 이동하면서, 이제 자신이 누구의 보완재인지가 중요해졌다. 자신이 진정 어떤 비즈니스에 속하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학기술이 기폭제가 된 것은 맞지만 궁극적으로 연결 관계의 뿌리는 아이디어에 있다”며 “연결 관계를 창출하라, 지키기 위해 확장시켜라, 남들을 따라 하지 않을 용기를 가져라”고 당부했다. 연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콘텐츠를 다각도에서 연결하지 못하면 이젠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콘텐츠의 미래』는 전 분야에 경종을 울린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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