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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성폭력 예방...“학생 존중이 출발점”
권력형 성폭력 예방...“학생 존중이 출발점”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4.16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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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 개최
▲지난 11일 열린 성폭력 방지 위한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김상곤 장관에게 학생 대표들이 정책 자료집을 전달하고 있다.

대학 내 성폭력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모이고 있다. 사후적 조치뿐 아니라 2차 피해와 향후 발생할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쟁점이다. 지난 11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에서는 대학 내 성폭력을 ‘권력형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승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 구슬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참석해 제도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이날 김상곤 장관은 “이번 간담회와 같은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노력이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며 “대학생, 대학원생 여러분이 법, 제도 개선사항을 건의해주시면 적극 검토해 의원들과 협력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주관한 노웅래 의원은 “권력형 성폭력은 만연한 교육 적폐라고 할 수 있다”며 “도제식 교육 제도나 침묵을 강요하는 위계구조, 성적·진로와 관련된 갑을 관계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참고 숨기고 가려져 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 뒤, 앞으로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성교육 요구 커지지만 내실화에는 의문

교수와 제자가 권력 관계에 놓이는 것은 비단 대학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대학의 미투 운동이 활발한 것은 대학이 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 이승준 의장(고려대 심리학과 3년)은 “(교수들은) 실제로 요즘 세대의 학생들과 진솔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며 “교수들이 스스로 학생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문제가 되는 말들을 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방안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교수들에 대한 인권 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성폭력 예방 교육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날로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장관 정현백, 이하 여가부)는 지난달 온라인 ‘위드유’ 캠페인을 실시하고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의견을 댓글로 받았다. 그 결과 성교육 실질화, 여성에 대한 인격체로서 존중 등이 포함된 ‘인식 개선’이 503건으로 가장 많이 요구됐다. 이에 부응해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여성가족부는 국민들의 염원과 구체적인 제안을 잘 반영하고, 성평등이 법과 제도 차원을 넘어 문화와 인식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수들이 출석만 체크하고 돌아가는 등 실속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교수 성교육 관련된 일을 담당했던 박제일 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장(용인대, 교육학과)은 성교육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성교육을) 여가부에서 하라고 하니 (대학들은) 실적을 채우려는 교육을 한다”며 “게다가 참여 하지 않는 사람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크게 효과가 있지는 않다고 본다”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표상으로도 성폭력 예방교육의 문제가 드러난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은혜 의원은 “‘2016년 전국 대학 성폭력 예방교육 실태’를 조사해보니, 교수 등 고위직 성폭력 예방교육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학교가 18곳, 예방교육 실적이 전무한 대학 8곳, ‘성폭력 예방 지침’조차 없는 대학이 33곳이었다”며 “대학이 학교 내 문제를 방치했는지를 보여주는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인권침해는 예견된 참사였다”고 일갈했다.

“주변에 비판하는 사람 없다면 돌아볼 필요 있어”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성교육 방안은 없을까. 최인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 폭력예방교육부장은 “조력자로서 교수와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폭로됐을 때 다수가 침묵하면 고발한 소수는 피해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 내에서 성폭력의 피해자는 ‘을’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업이나 지도교수를 변경하는 것이 어렵다. 동료 교수나 대학이 나서서 조력자가 된다면 과제나 사이버 강의 수강 등으로 피해자의 학습권을 보장해주고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학생들의 입장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들과 성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학생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최 부장은 “교수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성폭력은 누구에게나 자유로울 사람이 없다. 권력을 가졌는데도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면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평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례도 지적했다. 최 부장은 “교수들은 교육 주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의사 표현을 하기가 어렵다”며 “외모를 평가하거나 허락 없이 어깨에 손을 얹는 등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행동도 학생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간담회가 끝난 뒤 모여 제도 개선의 결의를 다졌다. 이 자리에는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도 참석했다.

맞춤형 소규모 교육으로 참여율 제고 노력 중

성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일선 대학들도 힘쓰고 있다. 안경옥 경희대 성평등상담실장(법학전문대학원)은 “교수, 학생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단과대학별 교수회의 시 교육을 진행하거나 소규모 토론식 교육, 필요에 따른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교원 참여율 제고 방안으로는 (성교육 참여를) 봉사업적 등에 반영하는 것과 보직교수의 예방교육 참여 활성화 등이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여가부, 교육부도 성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제도적 접근을 고려하고 있다. 박시형 여성가족부 사무관은 “예방교육은 의무 규정이긴 하지만 현재는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가 규정돼있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이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의 법령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4일부터 관련 정책 수립 등에 필요한 전문적 자문을 위해 여성·청소년·인권·법률 등 각 분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성희롱·성폭력 근절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미투 운동에서 자양분을 얻은 사회 인식 변화의 싹은 이제 막 움트는 단계다. 하지만 정작 지금까지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을 담당해왔던 실무자들은 대학 사회의 변화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성폭력상담센터의 한 관계자는 “성폭력이 문제라는 것을 교수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반문하고는 “아무리 교육해도 뻔한 소리라고 일축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과 같은 통상적인 접근이 효과적일지 의문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뷰 와중에도 밀려드는 상담 전화에 바쁜 그의 모습을 보며, 정부 각처에서 앞다퉈 내놓는 조치들이 현실과의 괴리로 자칫 땜질식 처방이나 공허한 구호로 남지 않을까하는 우려감도 느껴졌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소통 구조의 확립이 시급해 보인다. 

글·사진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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