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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역거점대학, 어떻게 살릴 것인가?
위기의 지역거점대학, 어떻게 살릴 것인가?
  • 김동원 전북대·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 승인 2018.04.16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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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공대의 A교수는 수년 전부터 연구재단에 과제신청을 하지 못한다. 과제 신청서 작성과 보고서 작성을 함께 할 한국인 대학원생이 없어서다. 연구 수행의 손발이 돼줄 대학원생이나 박사 후 연구원을 구해 활용할 수 없는 다른 교수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실 해당 학과에는 수년 전부터 전일제 한국인 대학원생이 거의 진학하지 않고 있다. 2000년 이후 대학원 지원사업인 BK21사업을 수행하면서부터 수도권 대학으로 대학원생 유출이 심화되더니, 이제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개혁사업에 따른 학생 정원감축 등으로 지역 대학에 전일제 한국인 대학원생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외국인 학생 충원으로 연구실을 겨우 꾸려가고 있으나, 국내 학생 수의 감소는 지역산업의 발전과 지역 대학의 생존에 커다란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이후 실시한 대학구조개혁과 대학특성화(CK) 사업을 통해, 지난 5년간 약 56천명의 대학입학 정원을 줄였다. 이러한 정원감축은 대부분 지역 대학에서 이뤄진 것이며, 수도권 대학들은 입학 정원을 1천874명 줄이는 대신, 오히려 1천533명의 정원외 모집인원을 늘렸다. 결국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사업은 지역 대학들에게 재정적 부담뿐만 아니라, 우수학생들을 수도권으로 내보내는 이중의 고통을 안겨줬다. 필자가 속한 대학만 하더라도, 그간의 정원감축에 따라 2018년 한해 약 85억원의 등록금 재정 감소를 겪고 있다. 거기에다 지난 8년간 정부정책에 따라 등록금 동결로 재정부족 현상은 계속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오래가지 않아 지역의 중소대학뿐만 아니라 거점대학까지도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역 거점대학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거점국립대 통합네트워크사업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거점국립대 통합과 공영형 사립대 운영에는 5조 이상의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학생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중소대학도 회생방안과 재정지원을 국가에 요구하고 있어서 거점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사업은 당분간 수면 아래서 맴돌 것 같다. 그렇다면 위기의 지역 거점대학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한 가지 대안은 아시아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의 활성화에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동남아시아가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20년까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연평균 성장률은 5~6%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는 2025년까지 25% 수준으로 늘어나,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따라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로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발맞춰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의 진출과 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한류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한국이 지렛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아울러 북방의 러시아도 일본과 중국의 확장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한국을 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가장 중요한 배경에는 우수한 외국인 과학자, 즉 인도, 중국,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전문 인력의 유입과 그들의 성공적인 정착이 있다. 따라서 지역의 거점국립대학도 우수한 외국인 학생과 교수를 유치해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1987년부터 에라스무스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수만 명에 달하는 대학생과 교원들의 국가 간 이동성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전문 인력의 역량강화와 더불어 유럽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 인력을 조달하기 위함이다. 이제 아시아 지역도 ‘아시아대학 교육연합체’(가칭)를 구성해 학생과 교수들의 정기적인 상호 교류를 크게 늘려야 한다. 한·중·일만의 부분적인 학생 교류로는 앞으로의 수요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수한 두뇌를 이용한 신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창출이 이뤄지면, 신산업이 살아나고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도 당연히 몰려든다. 

필자는 5년 전부터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주요 대학들과 국제학생 설계캠프를 매년 2회씩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우수한 학생 및 교수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 학생의 도전정신과 성취감을 고양시키며 많은 학생들의 성공사례를 담아내고 있다. 지역거점 대학에 우수한 외국인 학생과 교수가 몰려오면, 우수한 국내 학생들의 지역대학 입학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물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등록금 확보를 위한 차원에서 접근하면 곤란하다. 우수한 대학의 우수한 학생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한류의 열풍으로 한국어 능력이 5급 이상인 아시아 지역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아울러 우리의 수많은 학생을 유학생의 모교 대학으로 보내 학문적, 문화적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활발한 학생교류와 국제적인 연합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국제공동연구 등의 확대는 지역대학의 위상을 단숨에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지역 거점대학이 살아나면 주변의 중소 대학에도 연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른바,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립대학과 커뮤니티 칼리지와 같은 교육 연계 체계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산업 클러스터는 해당 지역의 대학발전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지역의 대학이 경쟁력을 잃으면, 지역 혁신과 지역 산업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지역이 몰락하면,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동반 몰락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우수한 외국인 학생과 교수들을 효과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시설 및 정보화 인프라 구축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 조달 방안에 앞장서야 한다. 굳이 OECD 가입국의 교육예산 비율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정부예산 대비 교육예산의 비율(23%->16%)을 조금만 늘려도 가능한 일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이미 신남방정책을 선언한 바 있으며,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의 주요한 수단으로서 거점 국립대학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김동원 전북대·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일본 훗카이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공대학장과 산학협력단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CAD/CAM/PLM, 지능생산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일정계획, 기술경영 및 연구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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