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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호 새로 나온 책
916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8.04.0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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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인류 보편의 초월적 실재

신학자 벤첼 반 호이스텐이 언급했듯이, 인간이 종교적 상상력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행위는 틀림없이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인류가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과정에도 기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에 이르는 경로를 복원하는 작업에 상상력과 믿음, 종교활동 등이 전 세계 인류를 위해 수행했을,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역할을 중요한 일부로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종교와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종교가 인류에게 중요한 측면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인간의 경험을 이루는 거대한 요소를 간과하거나, 단순히 종교가 얼마나 깊고 넓게 확산돼 있는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특정 종교에 대해 개인이 갖는 느낌과 상관없이, 종교성이 세상 풍경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종교성과 관계를 맺고 이해해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종교와 종교 관습의 행위 때문에 생기는 상심은 종교성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사실은 소수 주요 종교들이 지배적 위치에 올라선 최근 1,000년 동안 특히 더 중요했다. 국가와 민족이 결부된 경제적 분쟁, 전쟁 등 여러 형태의 폭력들은 종종 열정적인 종교적 감정과 연계된다.

특정 종교를 믿거나 그 이상에 깊이 몸담고 일정한 방식으로 실천하는 사람들과 어떤 종교가 관습적으로 기능하고 작용하는 방식을 구별해 이해하는 것은 종종 생사를 가르는 문제였다.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거나 스스로 어떤 믿음이 없다고 여기는 것은 전혀 아무 문제가 없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간은 그렇게 존재했다. 수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떤 종교 성향이 있거나 한 종교에 속해 있을 때 도덕적으로 더 훌륭하거나 더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신봉하는 특정 세계관을 공유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인류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방법은 수없이 많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종으로서 많은 공통점을 지니긴 하지만 인간의 문화적 다양성은 수십만 년 동안 줄곧 존재했다. 문화적 다양성은 인류의 전형적인 특징이고, 곧 어디로 사라져 버릴 현상도 아니다. 모든 인간은 깊은 상징과 의미가 가득한 세상에 속해 있으며, 대부분은 적어도 가끔씩은 마치 초자연적 행위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것이 바로 다른 어느 종도 공유하지 못하는 인류 보편의 초월적 실재다.

아구스틴 푸엔테스, 『크리에이티브』(박혜원 옮김, 추수밭, 2018.3) 「4부 종교, 예술, 과학: 인류가 우주를 창조하다」 중에서

 

새로 나온 책

■고전강연(전8권) | 이승환, 박종현, 임철규, 백종현, 곽준혁, 윤상인, 문광훈, 홍정선 외 지음 | 민음사 | 각권 212~388쪽
이 전집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해 한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삶의 지표를 탐구하는 대형 강연 프로젝트 ‘문화의 안과 밖’의 두 번째 시리즈 ‘오늘을 성찰하는 고전 읽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전8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평생에 걸쳐 고전을 탐독하고 연구해 온 최고의 대가들과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고전 읽기를 선보인다. 플라톤, 공자 등 고대 사상부터 셰익스피어, 괴테 등 대문호의 문학 작품들, 스티븐 호킹에 이르는 현대과학까지 시대와 분야를 초월해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사랄ㅇ받는 고전 작품을 총망라했다.

 

■대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다 | 새대열 엮음 | 도서출판 살림터 | 292쪽
박정희 신화의 동굴로 불리는 대구에 살면서 활동하는 학계, 교육계, 문화계, 예술계, 법조계 27인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파면, 구속은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대통령으로 만든 대구 지역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런 사태에 직면해 새로운 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글들을 한 데 모았다. 저자들은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50여 년간 굴절된 tk의 정치, 경제, 문화를 두루 살피면서 허심탄회하게 개인사를 들려주기도 하고, 고향 대구에 대한 예리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는다. 부제인 ‘새로운 대구를 열기 위한 제언’인 셈이다.

 

 

■대한민국 국회제도의 형성과 변화 | 손병권, 가상준, 전진영, 조진만, 박경미, 유성진 지음 | (주)푸른길 | 320쪽
이 책은 한국 국회를 연구하는 여섯 명의 학자들이 2년에 걸쳐 한국의 국회제도를 통사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하나로 묶어 놓은 결과물이다. 특히 연구진이 주력한 것은 제헌국회가 국회법을 제정한 이후 역대 국회가 개정, 전문 개정 혹은 다시 제정한 국회법 존문을 통사적으로 비교해 가면서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국회법 법률조문 중심의 작업만으로는 국회제도의 변화과정을 온전히 포착할 수 없지만, 가장 일차적인 작업이 수행되지 않고서는 국회에 관한 어떤 분석도 공허하다는 명확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저자들은 제헌국회 제정국회법 등장 이전의 전승 요인과 변화, 원구성 방식과 변화, 교섭단체제도의 형성과 변화ㅏ 등 6개의 주제를 파고들었다.

 

■모던 타임스 | 자크 랑시에르 지음 | 양창렬 옮김 | 현실문화A(현실문화) 펴냄 | 256쪽
2003년 프랑스의 ‘비정규공연 예술인’이 벌인 투쟁과 파업은 바로 자신들의 비정규적 시간이 오늘날의 불안정한 노동 시간을 관통하는 일반적 형태임을 보이면서 이 불안정한 조건에 맞서는 새로운 투쟁 형태, 즉 시간의 나눔을 둘러싼 새로운 전쟁에서 어떻게 공통 시간을 구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틀을 제시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련의 붕괴 이후 우리의 현재를 기술하는 지배적 방식에서 작동해온 실증주의적 시간 개념, 즉 오늘날 전 지구적 시간의 역사적 흐름, 지배 형태, 우리 삶의 시간이 맺는 관계를 사고하는 데 쓰이는 지배 모델들을 문제 삼는 사유로 우리를 초대한다.

 

■문명장치로서의 이야기 | 김월회 외 9명 공저 | 소명출판 | 490쪽
이야기가 본성적으로 지니는 ‘형성적 힘’은 조직이나 지역, 국가는 물론 문명 차원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이야기가 ‘중국문명’의 창출과 갱신, 전승에 고갱이 노릇을 톡톡히 해왔음을 살펴볼 수 있다. 최초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신화가 그랬고, ‘신화의 시대’가 저물고 제정분리의 시대가 도래해 인문이 만개했던 시절에도 그랬듯이. 이 책의 저자들은 문명을 창출, 갱신, 전승하고 종교의 포교와 문명교류의 촉매제였던 문명장치로서의 이야기가 형성하는 힘을 이야기와 관념, 믿음 지식의 관계에서, 이야기와 삶터의 관계에서, 이야기와 다른 서사 간의 유기적 연동 양상에서 각기 다른 10편의 글을 통해 읽어낸다.

 

■손문의 혁명 | 이승휘 지음 | 한울엠플러스 | 904쪽
혁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지도자의 역할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혁명의 목표나 전략을 지도자가 전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 경우 중 하나가 손문인데, ‘손문의 혁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2차 혁명에 실패하고 중화혁명당을 조직한 뒤로는 그 역할이 더 두드러졌다. 저자는 중국혁명에 대한 기대가 문화대혁명으로 무너지자 좌우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대상으로 손문이 떠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손문 신화’라는 기존 연구의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손문은 국공합작을 왜, 어떻게 진행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신해혁명 이후의 토원전쟁, 호법, 소련과의 접근, 반직삼각동맹 등 손문혁명의 전 과정을 23장에 걸쳐 고찰한다.

 

■역사의 역습 | 김용운 지음 | 맥스미디어 | 616쪽
대국의 핵은 패권으로, 소국의 핵은 한풀이로 이용되는 카오스의 시대에 한국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분쟁과 갈등이 계속 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는 세상을 복잡계로 정의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재해석한다. 저자는 북한의 핵 위협, 대국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외교전을 치르려면 6자 회담 국가들의 원형을 밝혀야 하고, 이를 통해 세계사의 중심에서 우리가 선택 대안들을 따져본다. 이 책은 구조주의적 역사관인 원형사관을 중심으로 역사와 풍토론, 사회구조, 정치, 외교 문제 등을 통찰한 새로운 인문서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 | 이선복 지음 | (주)사회평론아카데미 | 226쪽
고인류학 분야의 최신성과를 담아낸 이 책의 초판은 2017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바 있다. 불과 1년 만에 재판이 아닌 제2판으로 출간된 이유는 지난해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과 아시아 지역 확산 시기, 호모 날레디의 연대 등 주목할 만한 발표들이 있었기 때문. 저자는 지난 30년 간의 자료 발굴과 연구, 유전자 분석을 통해 제시된 세계적인 학자들의 복잡한 주장과 이론, 가설을 총체적으로 소개한다. 약 800만 년 전 고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해 오늘날의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고, 새롭게 부각된 학계의 논쟁점들을 제시한다. 

 

■정본 발해고 | 유득공 지음 | 김종복 옮김 | 책과함께 | 420쪽
발해사의 귀속 문제는 여전히 동아시아의 뜨거운 화두다. 한, 중, 일, 러 등 각국의 서로 다른 해석은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발해고』는 한민족의 역사 무대를 발해의 영역이었던 만주 일대로 확장한 최초의 저서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유득공은 발해를 다룬 역사서가 남아 있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겨, 여러 나라의 역사서들에 수록된 발해에 관한 사실들을 모아 1784년에 『발해고』를 편찬했다. 발해사 전공자인 저자는 4권본 『발해고』 중 유득공이 직접 가필한 『영재서종 단 발해고』를 대본으로 삼아, 초고본과 7종의 필사본을 모두 대조, 교감했다. 증보·삭제된 부분, 표현과 위치가 바뀐 부분 등을 각주에 명시했고, 초고본을 집필했던 때와 비교해 저자의 역사인식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나타냈다.

 

■제국신도의 형성 | 아오노 마사아키 지음 | 배귀득, 심희찬 옮김 | 소명출판 | 507쪽
19세기 중반 근대국민국가로의 전환을 꾀하던 일본은 서구의 기독교에 대응해 새롭게 창출한 ‘국민’의 정신적 통합을 위해 신도를 ‘발명’했다. 공동체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졌던 샤머니즘, 혹은 신체적 실천의 양식은 교리를 중심으로 한 신앙체계로의 전환을 강요받았고, 여기에 발맞춰 서구식 정교분리의 이념도 수입됐다. 이 책은 일본의 정신과 내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신도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도의 정의를 일본 외부에서 찾는데, 그 외부란 바로 ‘식민지 조선’을 기리킨다. 일본만을 들여다봐서는 신도에 대해 알 수 없으며, 식민 조선을 포함한 ‘제국사’의 관점을 가져와야만 그 전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 게르하르트 L. 와인버그 지음 | 박수민 옮김 | 교유서가 | 212쪽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전쟁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한 상황에서 어떻게 불과 21년 만에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진 것일까? 독일이 승리할 것처럼 보인 전쟁에서 연합군은 어떻게 최후의 승자가 됐을까? 저자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상세히 설명한 다음, 유럽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전략적 상황 전개, 주요 사건, 주요 기술 발달을 다룬다. 소소한 에피소드나 인물평, 무기체계에 대한 이야기는 최소화 하는 대신 파리강화회의, 히틀러의 부상, 서부전선, 동부전선으로의 전쟁 확대로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은 평생 나치 독일의 외교정책과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및 경과에 대해 연구한 군사 역사학자의 압축적 통사다. 

 

■크리스퍼가 온다 | 제니퍼 다우드나, 새뮤얼 스턴버그 지음 | 김보은 옮김 | 프시케의숲 | 372쪽
2012년 6월 <사이언스>에 실린 한 논문은 과학계를 발칵 뒤집었다.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다룬 이 논문은 비용, 오류발생 확률, 편집 시간의 측면에서 이전 1, 2세대 기술의 성취를 혁명적으로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른바 ‘유전자가위 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생물화학자다. 저자는 무분별한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유전자가위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논의를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이 책은 이중나선의 발견에서부터 DNA, RNA 규명, 인간게놈프로젝트, 1~3세대 유전자가위의 발명까지 생명공학 50년의 주용한 대목들을 흥미롭게 짚어간다.

 

■율곡이 묻고 퇴계가 답하다 | 김형찬 지음 | 바다출판사 | 294쪽
율곡은 퇴계에게 학문의 목표와 실천적 행위, 성인들의 권위에 대해 직설적으로 물었고, 퇴계는 편파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며 율곡을 격려했다. 두 사람은 상대의 이해 수준과 처한 상황에 따라 진리를 향해 나아가도록 방향을 조정해주는 유학의 가르침을 13년 동안 질문과 답변을 통해 재정립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노학자와 청년학도로 만나 스승과 제자의 연을 이어가다가, 학문적·정치적으로 대립되는 관계로 평가되기까지 퇴계와 율곡의 삶과 생각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이 같은 이상을 가졌으면서도 다른 길을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이들이 시대의 과제에 각기 어떻게 대처했는지 철학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GMO, 우리는 날마다 논란을 먹는다 | 존 T. 랭 지음 | 황성원 옮김 | 전방욱 감수 | 풀빛 | 220쪽
우리의 식탁의 한 자리를 이미 차지한 GMO, 즉 유전자 변형 식품. 유전자 변형식품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누구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 환경운동가, 과학자, 기업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지루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고 대중은 유전자 변형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지표인 GMO는 과학의 진보인가, 왜곡된 과학인가. 사회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유전자 변형 식품을 둘러싼 과학과 신화, 논란의 역사를 탐색한다. 그는 GMO를 둘러싼 논란이 사회, 정치권력 간 꾸준한 긴장을 반영하고 있으며, 식품에 종교, 사회, 문화, 윤리적 의미가 얼마나 깊이 내포돼 있는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증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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