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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심 R&D...지방대학들은 말라 죽는다
수도권 중심 R&D...지방대학들은 말라 죽는다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4.0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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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산학연, R&D 지방분권 정책에 관한 토론회 개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학 사회도 앞으로 전개될 지방분권 시대 대비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부산지역 산학연 관계자들은 「2018 지방선거 시민의제 포럼-R&D 지방분권 정책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공동 주최기관 부산글로벌포럼의 공동대표인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지역의 대학·산업체·공공기관 등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지역 R&D를 통해 인재 양성, 지역 현안에 관한 과학기술 축적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지역산업체 발전, 지역 산업체 중심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지역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지역 스스로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방분권 R&D는 지방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부산대는 지방분권 정책 토론회를 열고 향후 지방분권 시대 대비에 나섰다  사진 제공=부산대 홍보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국가 예산의 민주화도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 R&D 예산의 부익부 빈익빈이 아닌, 경제 민주화와 연구 민주화의 취약지인 지방에 국가 재정 예산이 투입되도록 정치권의 적극적인 의정활동과 더불어 지역공동체의 공동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집중된 R&D 예산도 지방분권 필요

통계청이 공시한 ‘2015년 연구개발비의 연구개발주체별·지역별 분포 통계’에 따르면 공공연구기관, 대학, 기업에 투자되는 연구개발비 총 65조 9천억원 중 수도권(서울+경기)에 투자된 비용은 41조 8천억원(63.4%)에 달한다. 대학으로 한정하면 5조 9천억원의 연구개발비 중 3조원(50.7%)이 수도권 대학들에 투자되고 있다. 이는 전국 225개 국공립 및 사립대 중 수도권 대학이 86개 대학(38%)에 불과하다는 점(2016년 고등교육 재정지원 정보시스템 기준)을 감안하면 불공평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토론회에서는 수도권 중심 R&D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컸다. 발제를 맡은 홍봉희 부산대 교수(전기컴퓨터공학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하고 갈수록 지방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며 “대학 입장에서 원인이 무엇인가 살펴보니 예산 중 중앙 정부의 R&D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 인구는 50% 정도 되는데 국가 예산은 60% 넘게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학의 역할이 기술 개발, 인력 양성인데 결국은 R&D 지원을 받지 못하면 기술 개발도 할 수 없고 교육도 못 한다”고 역설했다.

인재 양성 측면에서 지방대학 R&D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만용 동서대 교수(디자인학부)는 “현재와 같이 지방대학의 R&D가 갈수록 고사되면 지방대학은 연구개발을 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인력양성을 하지 않으면 부산, 울산, 경남에 있는 수많은 제조업체에 인력이 공급되지 않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게다가 부울경에 있는 제조업체에 수도권 대학출신들은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 주도 NO, 예산 편성 지역대학 자율 맡겨야

대학 구조의 지방분권의 핵심은 결국 고등교육 재정 지원이 얼마나 적절히 분배되느냐에 달렸다. 지금까지는 교육부 등 소관 부처의 입김이 지역 대학 육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부처마다 다른 정책 추진으로 대학과 교수들이 경쟁에 내몰리기도 했다는 아쉬움도 터져 나왔다. 토론에서 이정수 동서대 교수(일본어학과) 교수는 “지방분권 R&D 정책이 중앙부처의 R&D 예산 집행의 칸막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중앙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진행하는 단기 공모사업의 양산을 막아 불필요한 대학 간 경쟁을 막고, 지역대학 교수들의 연구 역량 낭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찬 부산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역시 “지방분권이 헌법1조로 명시된다고 해서 국가 R&D 예산의 지방 배분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정부조직법에 의해서 모든 국가 재정 예산을 중앙부처가 집행하게 돼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수정 헌법1조에 명시된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내용은 국가 R&D 예산을 중앙부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방에 지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지방분권R&D육성법의 제정을 수월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지속가능발전 위해 지방 살려야 한다”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 이외에도 지역 대학 교수들은 지방분권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국GM 철수 위기대응 정책발굴 워크숍」에서 군산 경제 정책 제안을 맡았던 김현철 군산대 교수(통계컴퓨터과학과)는 “장학금 지원제도 시스템 아래서는 모두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지역 인재들이 무조건 수도권으로 가려고만 한다”며 “지역대학에 지역 학생들에게 학비를 전액 면제해주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지역을 떠날까말까 고민하던 학생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고 대학도 지역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교수들을 지방에 잡아둘 유인책도 요구된다. 강경숙 원광대 교수(중등특수교육과)는 “지방분권시대에 대학이 제대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연구를 이끌 교수가 필요하다”며 “우수한 교수가 지방대학에 남을 수 있도록 대학교수의 연구비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대안으로 지역거점 국립대, 공영형 사립대 도입 등을 언급했다.

정부와 언론이 수도권 중심의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홍봉희 교수는 “지진, 원전, 적조 문제 등 최근 이슈는 모두 지역에서 일어났는데 이는 1,2년 연구로 끝나는 것 아니고 현장이랑 관계있다. 현장 지향성이 떨어지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지방이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대학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기조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전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빛 좋은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방대학과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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