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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대학 담장 허문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대학 담장 허문다 
  • 이해나
  • 승인 2018.04.0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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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 운영 4년차…멈출 줄 모르는 상승세

오는 1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우체국에서는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대상 ‘2018년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이하 K-MOOC) 사업 설명회’가 열린다. 기존에는 대학 단위로 신규 강좌를 공모했지만, 늘어나는 평생교육 수요에 대응해 올해부터 강좌 단위 공모 방식으로 바뀌며 대학 이외 다양한 주체의 강좌 개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5년 27개 강좌를 처음 선보인 K-MOOC는 지난해 말 기준 324강좌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교육부는 올해 강좌 수를 50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K-MOOC는 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머리글자를 딴 명명으로, 고등교육기관의 우수 강좌를 온라인을 통해 무료 수강할 수 있는 서비스다. 최인철 서울대 교수(심리학과)의 ‘행복심리학’,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의 ‘경제학 들어가기’ 강좌의 인기가 특히 높다. 인터넷 사이트(www.kmooc.kr)에서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K-MOOC의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 2015년 3만5천명에서 지난해 22만8천명으로 약 7배 증가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2월 25일 구축․운영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K-MOOC의 첫 삽을 떴고, ‘2015년 무크 선도대학’ 10개교를 선정하며 대학을 중심으로 콘텐츠 신규 개발에 나섰다. 27개 강좌가 담긴 시범 서비스는 같은 해 10월 14일 출범했다. 2016년과 2017년에도 각 10개교가 무크 선도대학으로 선정됐으며, 선도대학을 중심으로 강좌 신규개발이 활발히 이뤄졌다. 강좌수가 출범 2년만에 12배가 됐다. 올해 K-MOOC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78억4천만원으로, 강좌당 평균 개발운영비 5천만원을 지원한다. 

서수지 교육부 미래교육기획과 사무관은 “상호작용이 활발한 것이 K-MOOC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대학 중심으로 강좌가 개발돼, 교수자의 연구실에 소속된 석·박사과정 조교들이 질문 해결이나 과제 채점에 나서는 등 전문성을 가지고 학습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활발한 상호작용은 높은 이수율로 이어진다. 하버드대의 온라인 공개강좌 HarvardX와 MIT의 온라인 공개강좌 MITx의 이수율은 5.5%(2017년 2월 기준)에 그친 반면 지난해 12월 기준 K-MOOC의 이수율은 10.9%에 달했다.

대학도 K-MOOC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인하대는 교내 교수학습개발센터에 인하MOOC센터를 개설했다. 센터에서는 동일 MOOC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을 모아 정기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인하케이무크학습그룹’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준영 인하MOOC센터 연구원은 “학점 걱정 없이 관심이 가는 타 전공을 다양하게 수강할 수 있어 MOOC를 선호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학습그룹 참여생 가운데는 정치외교학 전공생이지만 스타트업 강좌를 수강하고 실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CEO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등 적극적으로 MOOC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정부 장려로 성장하는 K-MOOC, 이면에는 "대학 죽이기?"

해외에서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MOOC 개발이 활발히 이뤄졌다. 3대 MOOC로 꼽히는 미국의 유다시티(Udacity), 코세라(Coursera), 에덱스(edX)가 유명하다. 특히 앤드루 응·다프네 콜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설립한 코세라는 MOOC의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구글도 코세라에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역시 비슷한 시기 속속 MOOC를 선보였다. 2011년 시작된 독일의 아이버시티(Iversity)가 앞장을 섰고, 스페인(MiriadaX), 영국(Futurelearn) 프랑스(FUN MOOC)가 뒤따랐다. 일본과 중국 역시 2013년 각각 J-MOOC와 쉐탕X(XuetangX)를 시작했다.

교육부는 올해 해외 MOOC와 연계를 확대할 방침이다. K-MOOC와 프랑스의 FUN MOOC는 MOU를 체결하고 각 MOOC의 언어‧문화 강좌를 상호 교차 탑재해 교류를 활성화한다. 고려대와 제주대는 태국 대학과 강좌를 공동 개발해 타이 무크(Thai MOOC)와 K-MOOC에서 공동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고려대는 데이터과학 분야에서 태국의 쭐랄롱꼰(Chulalongkorn)대와 협업하며, 제주대는 두짓타니(Dusit Thani)대·매파루앙(Mae Fah Luang)대와 관광 분야 강좌를 공동 개발한다.

K-MOOC가 추진된 배경으로 교육부는 △평생교육 수요증가 대응 △새로운 교수-학습 방식 확산 △온라인 교육 활성화 세 가지를 꼽은 바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강좌 개발 주체가 대학을 넘어 출연연, 기업으로까지 확대된다. MOOC로 인한 대학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영석 경상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는 “MOOC는 대학 교육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등록금이 비싼 미국에서 대학 교육의 대안적인 형태로 시작된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MOOC를 정부가 장려해 대학 주도로 키워나가는 건 제도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대학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징조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법의 전면적 변화를 가져올 기술이 대학가에 상륙했다. 한국어는 학술어로서 위상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강의 중심 대학의 타격은 해외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학이 어떻게 학생을 확보하고, 교수는 어떻게 학생을 만나야 하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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