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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한 분들을 기록하고 선양하는 데 소홀하지 않겠다”
“헌신한 분들을 기록하고 선양하는 데 소홀하지 않겠다”
  • 양도웅
  • 승인 2018.04.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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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3 70주년을 맞아, 제주4·3평화재단 ‘특별공로상’ 시상식 개최

1948년 4월 3일 군·경·서북청년단을 상대로 발발한 무장봉기 사건의 공식 명칭은 여전히 확정돼 있지 않다. 지난 3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로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또한 추념사에서 “4·3”이라고 불렀다. 많은 언론에서는 “제주 4·3 사건”으로 부르고 있다. 확정된 공식 명칭이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이 사건의 진실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일,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모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청와대
지난 3일,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모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청와대

4·3은 그러나 1948년 4월 3일만의 사건이 아니다. 1947년 3월 1일 28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응원경찰의 발포로 주민 6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으면서 이 비극은 시작됐다. 그로부터 약 7년간 무자비한 국가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 약 3만명이 희생됐다. “구덩이를 파니까 냄새도 세상에…. 그때 옷으로 짐작해서 한 30명 죽었나? 가서 밧을 파서 보면 아기 안앙 죽은 사람. 엎어져 죽은 사람. 남자 여자 막 그냥 엎어지고 갈라지고. 그냥 죽을 때 갈라지면 갈라진 양. 엎어지면 엎어진 양 덮어 버리니까.” 4·3을 경험한 1925년생 김순아 여사의 증언이다.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제주4·3특별법’을 만들었고, 4·3의 진실을 담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가 지난 2003년 10월 15일 정식 ‘정부 보고서’로 채택됐다. 2006년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위령제에 참석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 3일, 70주년을 맞이해 열린 4·3 추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희생자 가족과 국민에게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가해자인 국가가 오랫동안 책임을 회피하고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꾸준히 4·3을 알리고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난 2008년 10월에 설립된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 이하 재단)이다. 지난 4일 재단은 이번 4·3 70주년을 기념해 ‘4·3특별공로상’ 시상식을 제주KAL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했다. 

위쪽 1990년 4·3연구소의 4·3유적지 순례와 2003년 도쿄에서 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아래 왼쪽부터 양동윤, 김명식, 고이삼, 문경수 수상자. 사진 출처=제주4·3평화재단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학술연구부문 제주4·3연구소 △문화예술부문 놀이패 한라산 △시민운동부문 양동윤(4·3도민연대 공동대표) △국내활동부문 김명식(전 4·3 50주년 범국민위 공동대표) △국외활동부문 고이삼(新幹社 대표), 문경수(일본 리츠메이칸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언론출판부문 수상자로,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과 각종 송사 대응으로 혁혁한 업적을 남긴 김종민 위원이 선정됐으나 “4·3 문제가 아직 미해결된 상황에서 상을 받는 것은 어렵다”며 고사했다.

양조훈 이사장은 시상식에서 “오늘 수상자 외에도 4·3의 진실규명을 위해 희생과 헌신한 많은 분들의 공적을 기록하고 선양하는데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설 「순이삼춘」을 쓴 현기영 작가는 공로상 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석해 “이번 시상식은 암울한 금기의 역사였던 4·3의 진상규명을 위해 4·3 특별법 제정 이전부터 지속해서 4·3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힘든 길을 걸어온 인사와 단체를 수상자로 선정했다”면서 “4·3 진상규명의 고난의 장도를 걸어오신 이분들께 경의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4·3특별공로상’은 10년마다 제정할 예정이다. 10년 뒤 시상식에는 수상자로 선정된 모든 이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하길 기대해본다.

한편 정부는 지난 5일 국립정신건강센터 내에 국가트라우마센터(센터장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 겸임)를 개소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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