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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호 새로 나온 책
915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8.04.0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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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승자 없는 평균의 게임 

오늘날 전문대학들과 대학교들이 자신들의 소명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즉 그 믿는 것이 문제 해결력과 비판적 사고력의 고취든 학생들의 관점 환기시키기든, 아니면 그 밖의 훌륭한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해서든 간에) 알아둘 것이 있다. 우리의 현존 고등교육 시스템은 1세기 전에 설계된 것으로서 표준화된 커리큘럼에서의 수행력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등급 매겨 분류시키려는 것이 그 명시적인 목적이었다. 현 교육 시스템에서는 최상위권 등급과 시험 성적을 받은 고등학교 학생들은 최고의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그 이후에도 최상위권 등급을 받은 대학생들은 최고의 전문 대학원에 입학할 뿐만 아니라 최고의 일자리를 얻기도 한다. 현 교육 시스템은 한 마디로 교육판 ‘노르마’ 닮은 꼴 찾기 대회에 해당한다. 일차원적 등급 매기기에 가학적일 정도로 초점을 맞추면서 모든 학생이 평균적 학생과 똑같이 하도록,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교육 시스템은 심지어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획일성을 강요한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으면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똑같은 시험을 치르고 똑같은 과외활동을 하되 다른 학생들보다 더 잘하도록 강요당한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같은 전공을 택한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강의를 똑같은 시간 동안 들으면서 평균에 대비해 점수가 매겨지고 4년의 학업을 마치면 별다를 것 없이 획일적인 학위를 받아야 한다. 그것도 학생들 자신과 부모들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 말이다. (토드 로즈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평균의 종말』(21세기 북스, 정미나 옮김, 2018.3) 제8장 「교육을 바꿔라」 중에서) 

 

새로 나온 책

경제위기의 역사 | 베르너 플룸베, 에바 두비슈 지음 | 홍태희 옮김 | 한울엠플러스 | 226쪽
2018년을 강타한 비트코인(암호화폐)는 한국 법무부가 거래소 폐지를 고려한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수많은 투자자들의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정부는 한 발짝 물러났지만 이를 통해 비트코인 규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블록체인, 채굴원리라는 생소한 개념으로 소통이 난망한 상황. 이 책은 비트코인 광풍을 ‘경제위기의 역사’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광풍 다음에는 경제위기가 예정돼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위기라면 20세기 대공황, IMF 경제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 정도만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이 책은 17세기 튤립광풍, 18세기 사우스시 투기광풍, 1857년 뱅크런 사태, 1893년 미 증권시장 붕괴까지 세계 경제위기의 다양한 역사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권력과 교회 | 김진호 지음 | 강남순, 박노자, 한홍구, 김응교 대담 | 창비 | 247쪽
오늘날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의 적폐가 축약된 장소로 여겨질 정도다. 국내 ‘신자 수 1위’(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임에도 ‘신뢰도 꼴찌’(2017 기독교윤리실천운동)를 기록한 종교가 바로 개신교. 그럼에도 교회는 정재계 지배권력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다. 이 책은 ‘적폐의 성역’이라 불리는 한국 교회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왜 성조기를 드는가? 목사 세습이 가능하고, 종교인 과세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대형교회는 어떻게 특권층의 안식처가 됐나? 사랑을 이야기하는 교회는 왜 혐오를 부추기나? 4명의 저자들은 개신교의 핵심 쟁점을 파고들며 교회개혁이 과연 가능할지, 개신교 집단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는 영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타진한다. 

 

나무의 수사학 | 우찬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424쪽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무는 인간과 밀접하게 교감해온 생명체였다. 깊게 뿌리 내린 몸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자연적이고 신화적인 존재였다. 이 책은 한국 현대문학에서 인간과 자연, 사회적 징후로서 그려진 나무의 이미지를 조망하고 그 특서을 온전히 해석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계절에 따른 문학적 상상력의 변화를 감안해 나무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사계로 구분해 심도 있게 통찰하고 있다. 저자는 나무가 수만은 문학 작품 속에서 인간의 의식을 포착할 수 있는 통로로 묘사돼 왔음을 지적한다. 또한 인간이 나무에 사상적인 접목을 시도함으로써 창의적인 에술의 세계로 진입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해낸다. 1987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저자가 5년 여간 집필해 온 원고를 묶어 냈으며, 한국 문학이 그려온 인간과 나무의 상호작용, 문학적 징후와 창작의 근간을 밝히고자 한다.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민주시민교육 | 심성보, 이동기, 장은주, 케르스틴 폴 지음 | 북멘토 | 208쪽
테오도어 에셴부르크는 “성숙한 시민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누구도 독재자로 태어나지 않듯이 처음부터 민주주의자로 태어나는 사람도 없다. 민주주의자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배워야만 하는 것.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 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 제도를 지식으로 학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하는 교육을 활성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정치중립성이라는 언명에 갇혀 교사들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한 교육을 회피하고 있다. 독일 역시 ‘정치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두고 한동안 극심한 이념 갈등과 대립을 겪었다. 독일은 1976년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학자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시민교육 기반을 마련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라 불리는 이 규범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 책이다.

 

4차 산업혁명, 일과 경영을 바꾸다 | 4차 산업혁명과 HR의 미래 연구회(신동엽, 최강식, 양동훈, 한준, 박우성, 노용진, 박지순)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384쪽
위기가 아닌 기회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려면? 인류의 삶을 바꿀 새로운 혁명, 그것이 ‘4차 산업혁명’이든, ‘디지털 변혁’이든지, 인류가 또다시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은 조직이론가, 인적자원관리학자, 노사관계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 법학자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자들과 경제연구소에서 오랜 시간 인사와 조직에 관해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지난 9개월 간 시대적 인식을 공유하고 고민을 함께 나눈 결과물이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 조직은 어떻게 변하는가? 일자리는 과연 소멸할 것인가?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 기업은 어떤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변화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과 실천적 지침을 확보할 수 있다.

 

 

위대한 봄을 만났다 | 이이화 지음 | 교유서가 | 500쪽
“나는 지난 촛불문화제를 바라보면서 그것을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소용돌이라고 느끼며 감격했다. 늙은 역사학자는 이 현장을 보고서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아하, 저게 민중의 저력이요 민중혁명의 동력이구나 하고 거듭 되뇌었다.” 촛불 시위 현장의 한복판에 서서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는 거리의 풍경을 원로 역사학자 이이화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근현대사 속의 광화문 시위를 살펴보면서, 촛불시위의 근원을, 19세기 말 러시아에 이권을 팔아먹은 비자주적 외교에 성난 시민들이 모여 서울역과 남대문을 지나 황제가 있는 경운궁 대한문으로 몰려가 장작불을 피워놓고 밤새 시위를 벌였던 만민공동회에서 찾는다. 이 책의 제목인 ‘위대한 봄을 만났다’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시작해 대통령 탄핵으로 마무리된 2017년 봄이 이뤄진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를 저자가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야기 종교학 | 이길용 지음 | 종문화사 | 320쪽
태동한지 한 세기가 지난 종교학이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주류학문분야에 속한다. 한국의 종교인구수가 전체 인구수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 유수의 나라와는 달리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무교 등 다양한 종교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종교학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종교학 전문가인 저자는 종교라는 문화현상과 그 안에서 다양하게 갈라지는 신앙을 두고 편견을 버릴 것을 먼저 주문한다.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종교인들이 종종 걷잡을 수 없는 ‘진리 논쟁’에 빠지고 서로에 대해 날선 비난을 가하는 일차적 이유가 이해부족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다양한 문화의 소통을 위한 ‘통역가’, ‘통로’로서의 종교학의 역할을 역설한다.

 

인구전쟁 2045 |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지음 | 크리에이터
대한민국이 마주한 ‘인구 변화’라는 거대한 쓰나미.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이었다. 2015년 일본은 이미 고령인구가 20%를 넘어 고령화 문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는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라고 발표했다. 현 출산율 기준, 2413년 부산에서 아기의 마지막 울음소리가 들리고, 2505년 서울에서 마지막 시민이 태어나고, 2750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내 최초의 미래학 연구, 교육기관으로 미래학과 미래 전략, 정책의 연구, 교육을 통해 인류의 발전과 행복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2013년 설립된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은 이 책에서 미래 인구 변화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와 선진국의 인구정책 연구를 통해 한국의 인구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조르바를 위하여 | 김욱동 지음 | 민음사 | 192쪽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쓰인 글귀다. 197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작품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비롯해, 선집 혹은 대규모 전집의 형태로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외국 작가의 전 작품이 이토록 빠르게, 또 대대적으로 출간된 예는 드물 정도로 이례적이며, 대표작인 『그리스인 조르바』만 두고 봐도 긴 세월에 걸쳐 거의 모든 세대로부터 사랑받은 작품은 예외적이다. 그럼에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생애와 대표작을 한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마땅한 해설서가 부재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우리말로 옮긴 저자는 지금껏 잘못 읽혀 온 오류를 바로 잡고, 작품의 명성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조명해낸다.

 

 

푸드 에콜로지 | 김원중 지음 | 지오북 | 320쪽
2016 조류독감, 2017 계란 파동, 그 이전의 구제역, 광우병,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사건까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가? 역사상 음식과 섭생의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을까.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음식을 먹어야 산다. 그렇다고 음식이 우리가 살아갈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단순한 연료만은 아니다. 음식은 자연의 세계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통로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다른 존재의 몸. ‘진짜’ 음식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이 책은 이토록 중요한 음식과 섭생의 문제를 동서양 7명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분석해내고 있다. 저자들은 음식의 역사성과 공동체성뿐만 아니라 음식으로 비롯된 인간 존재의 폭력성, 성적 억압까지 치열하게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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