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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도덕성 회복으로 승화되길
미투 운동, 도덕성 회복으로 승화되길
  •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과
  • 승인 2018.04.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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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과

요즘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회적인 이슈가 ‘미투(Me too)’ 운동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조계에서 최근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는 이 운동이 연극, 영화, 문학 등 문화 예술계 전반으로 번지더니 더욱 거세게 확산돼 정치계와 종교계 및 교육계에서까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언론계에서도 폭로가 이뤄지니 사회의 어떤 분야로 확산될지 짐작하기 힘들다. 가해자로 지목된 어떤 영화배우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촉망받던 어떤 정치인은 정치 생명을 잃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받거나 구속되고 있다. 

최근 이 문제가 요원의 불길처럼 온 나라를 불태우고 있으나 예전에도 성폭력 피해 사실이 사회문제가 된 적이 많이 있었다. 거의 십년 전의 조두순 사건이나 장자연 자살 사건도 성폭력에서 비롯된 일이다.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이러한 굵직한 사건 이외에 미궁에 빠진 실종사건 및 살인사건도 많은 경우에 성폭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도에 따르면 재판에 회부되거나 재판에 회부되기 전에 합의하는 성폭력 사건이 수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성폭력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온 국민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다 보니 세 달도 남지 않은 지방의원 선거나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헌법 개정도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에도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 년의 미래를 결정하고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차대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미투 운동으로 밝혀지는 성폭력이 우리사회의 타락한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부 짐작은 하더라도 실제 모르고 있었고, 설령 알더라도 한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 일부 개인의 타락상이 드러나는 것, 그 자체도 작지 않은 문제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가 전반적으로 타락했다는 것, 그것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큰 문제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렇게 타락한 사회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일이 아니라 건전한 사회로 복원하는 일이다. 건전한 사회로의 복원을 위해 기본적으로 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법은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합의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이다. 결국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의 회복은 인간성 회복, 도덕성 회복이 중심일 수밖에 없고, 중심이 돼야 한다. 

인간성과 도덕성을 타락하기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는 주체는 개인이지만 그 주체를 이끄는 것은 교육과 종교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육계와 종교계마저도 미투 운동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여러 대학에서 많은 폭로가 있었고, 심지어는 중등학교에서도 폭로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 건전성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교육과 종교까지도 부패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교육자인양 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타락하고 부패한 것이지 전반적인 교육계와 종교계는 건전하다고 본다.

대학이나 중등학교에서의 피해자들은 불이익을 받을까봐 말을 못하고 지냈다고 하며 어떤 피해자는 졸업 후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교육자인양 하는 몰지각한 사람이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일은 신의와 사랑을 저버리는 일이다. 피해 학생이 입은 정신적 고통은 계량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 괴로움을 겪을 것이다. 
전에도 큰 사건이 일어나면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 흐지부지 되어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인간성 회복, 도덕성 회복의 전기가 꼭 마련돼 더 이상의 성폭력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를 희망한다.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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