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5-23 00:49 (목)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교육부 소통 이끌어낼까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교육부 소통 이끌어낼까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4.02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부 정책 프로세스 혁신안 발표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김상곤)가 지난달 29일 중요 교육 정책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는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이하 정책숙려제)를 도입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수능 개편, 대학재정지원 등 국민적 관심이 큰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교육부는 지난해 ‘유치원 및 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추진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보류하는 것으로 번복한 바 있다.

김상곤 장관은 “그간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해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책 결정 과정에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정책 결정 프로세스 혁신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의 핵심 성공 요인인 만큼,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참여 확대는 큰 진전

크게 3단계 프로세스(△의제선정 △국민의견분석 혹은 권고안도출 △정책결정)로 진행되는 정책숙려제는 정책 형성부터 결정까지의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 가능성을 대폭 늘린다. 기존에 이슈가 발생하면 정책을 입안했던 방식과는 달리 정책형성 과정부터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반값등록금 국민본부 집행위원장은 “자사고, 특목고 축소 등 첨예한 대립이 있거나 찬반 의견 있는 경우에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토의하는 공론장을 만드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숙려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많이 참조했다. 선정된 안건은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 △이해관계 조정 필요성 △정책의 파급성 △국민의 관심도 등을 기준으로 3가지 유형(1.‘국민 의견 분석’ 권고, 2.‘권고안 도출’ 권고, 3.‘국민참여 정책숙려제 미적용’ 권고)으로 나뉘는데 이중 1유형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의 약식 형태에 가깝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 패널, 여론, 메일링 조사를 거치고 필요시 공론조사를 진행한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과)는 “시민참여나 공론화에 대해서 흔하게 제기되는 공격은 전문가주의다”며 “공론화와 관련해서는 일반 시민들이 전문가보다 전문성 떨어지더라도 공론조사처럼 숙려를 거치면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학습하게 되고 일상의 경험에 기반한 경험적 지식과 학습 통한 관련 지식이 결합되면서 시민적 통찰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정책숙려제의 도입에 의미를 부여했다.

교육부 책임 회피 수단돼서는 안돼

정책숙려제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육부가 국민의 이름을 빌려 정책에 대한 책임을지지 않으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문기구라고 소개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책 형성과정에서 의제 심의와 선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정책숙려제 선정위원회(이하 선정위) 등이 논란이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주성수 한양대 교수(시민사회학과)는 “행정학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일들이 주요 이슈”라며 “(선정위의) 권한과 역할이 많다고 교육부에서 선정위에 행정책임을 넘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반값등록금 국민본부 집행위원장 역시 “정책숙려제가 명백한 국민적 지지 받고 있거나 국민적 합의가 높은 정책을 지연시키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도 “장단점이 다 있지만 국민들 여론을 반영할 때 (관련 정보가) 충분히 숙지되지 않는다면 교육 발전보다는 현상 유지로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형식적 계획 아닌 진정성 보여야

관료적 한계로 정책숙려제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추천으로 선정위원회 외부위원이 된 나명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주권자인 국민의 의견을 묻겠다는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교육정책은 모두가 이해당사자인 만큼 토론이 더 많이 필요하고 의견을 수합하는 것도 좀 더 신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교수 역시 “관료사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며 “자기 권력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스스로 내줄 수 있는 사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참여정부 때 대통령령으로 각 부처마다 갈등관리위원회 만들었다”며 “당시 위원으로 임명됐지만 회의는 한 번도 없었다. 예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단지 국정철학 기조에 맞춰 관료적으로 내놓는 페이퍼 플랜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진정성 느껴질 수 있도록 내용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세간의 소통 부족이라는 비판에 교육부는 정책숙려제라는 답을 내놓았다. 공론화위원회로 숙의 민주주의의 효과를 체감한 지금 시점에는 정책숙려제는 적절한 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민 사회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과거의 탁상행정과 책임회피로 잃은 신뢰를 회복하고 정책숙려제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일은 앞으로 교육부의 운영에 달렸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