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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로 가는 동해선 철도,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
유라시아로 가는 동해선 철도,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
  • 양도웅
  • 승인 2018.04.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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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경제협력위원회, 「한반도 新경제지도 실행을 위한 동해선 철도 복원」 토론회 개최

동해선 철도(부산~두만강) 복원은 새삼스러운 주제가 아니다. 멀게는 2002년 동해선 남북철도 연결 행사가 있었고, 가까이는 2016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업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지난해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뤄 나갈 것을 제안한다. 그 9개의 다리는 조선, 항만, 북극항로와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이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 송영길)가 구성됐고,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영길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주최로 「한반도 新경제지도 실행을 위한 동해선 철도 복원」 토론회가 열렸다. 

지금까지 동해선 철도 복원 사업이 속도가 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경색된 남북 관계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참여하고 남북 고위급 인사들의 대화가 이뤄지면서, 이 주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 것이다. 송영길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남북 대화 복원을 넘어 ‘북미 대화’라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 구상’ 핵심 중 하나인 ‘동해선 철도 복원’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돼 기쁜 마음이다”라고 밝힌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을 좌장으로 토론회가 진행 중인 모습.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을 좌장으로 토론회가 진행 중인 모습.

동해선 철도 복원이 가져다줄 파급효과

토론에 앞서 진행된 두 발표는 동해선 철도 복원이 가져다줄 파급효과에 대해 집중했다.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 복원 사업의 필요성」을 발표한 안수진 한국철도시설공단 유라시아물류철도TF 과장은 “강릉~제진 철도 복원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강릉~원산을 연계한 관광벨트 구축으로 남북한 공동번영 토대 구축, 남북간 최단 운송경로 확보 가능, 서유럽 수출 방법에서 TSR(시베리아 횡단열차)과 연결 운송 시 해운과 경쟁 가능, 강원 북부 접경지역 경제발전 유도 및 청년일자리 창출, 총 네 가지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동해북부선 철도 복원 방안」을 발표한 김재진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수진 과장의 설명을 구체화했다. “동해선 철도-북한철도-TSR 이용하면 부산-로테르담까지 기존 해상운송으로 소용되는 약 60일보다 크게 단축된 약 23일이 소요될 뿐이다. 부산-모스크바까지는 해상운송으로 소요되는 약 35일보다 단축된 약 21일이 소요될 뿐이다. 또한 동해선 철도 건설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생산유발효과만 10조 8천555억원, 고용유발효과만 8만 9천63명이다.”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었던 국가(러시아, 북한 등)들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막대한 이익이 있을 것으로 확실시 되는 이 사업은,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제일 큰 우려였던 남북 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됐음에도 말이다. 

우리의 북방정책, 러시아의 신극동정책, 중국의 일대일로정책으로 '유라시아'가 다시금 조망받고 있다. 그림출처=북방경제협력위원회 홈페이지
우리의 북방정책, 러시아의 신극동정책, 중국의 일대일로정책으로 '유라시아'가 다시금 조망받고 있다. 그림출처=북방경제협력위원회 홈페이지

김재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재정 관련된 법을 보면,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현재의 조사 기준을 적용하면, 동해선 철도 복원 사업은 통과될 확률이 높지 않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재진 연구위원의 주장은 예비타당성 면제 규정인 국가재정법 제38조 제2항에 근거한 것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계되거나 국가 간 협조·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에 당장의 경제성이 낮더라도 다른 이유를 고려해 추진될 수 있다는 말이다.

두 발표가 끝난 뒤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동해선 철도 복원과 함께 ‘북방항로 개척’이 논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최근 중국은 일대일로에 ‘일극’을 추가했다. 바로 북방항로를 말이다. 이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는 대륙 철도를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철도로만 봤는데, 중국은 북극권 개발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동해선-TSR을 횡축으로만 보지 말고 종축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지적은 여전히 우리가 세계를 협소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우리의 시선은 항상 남북 분단으로 남해, 동해, 황해로만 향해 있었지만 남북 화해와 북방정책으로 위를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희승 원장의 지적처럼, 우리는 그 목표를 횡축으로만 한정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종축으로 다른 목표를 염두에 둘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대식 與時齋 연구실장 또한 “일대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북극항로를 포함한 일도를 포함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뒤, “남한과 북한만 참여해서는 불안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때문에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도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우리가 기획해야 한다. 국내외의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다. 즉 모든 것을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동해선 철도 복원이 먼저 추진돼야 할 사업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동해선 철도만을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역으로, 경제협력이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토론 중간, 신혜성 통일부 남북경협과 과장은 “통일부의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동해선 연결이 과연 남북교류라고 할 수 있느냐, 라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혜성 과장의 발언으로 청중 속에서 토론을 듣고 있던 송영길 위원장은 “기획재정부라면 몰라도 통일부가 그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신혜성 과장의 문제제기는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던 ‘동해선 철도 복원=남북 공동 사업’이라는 전제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또한 신혜선 과장의 견해는 현재 동해선 철도 복원 사업이 예비타당성 검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동해선 복원으로 이익(효과)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남북 문제 혹은 동북아 질서가 지금처럼 계속 평화적·안정적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내외 문제로 언제든 다시 동해선 철도 복원 사업은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평화가 전제돼야만 경제협력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나희승 원장은 “구체적으로 투자·사업·이익 등의 모든 영역을 공유하는 다자 사업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대응했다. 송영길 위원장 또한 “현재 러시아 가스관 사업은 다자 사업으로 진행 중에 있는데, 남북 철도 사업에도 외국 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재진 연구위원은 보다 노골적으로 “동북아 6개국이 모두 참여해야 동북아에 폭탄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을 통해 오히려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참석자들의 이와 같은 주장은 과거 남한과 북한이 추진했던 개성공단 사업이 빈번하게 중단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바로 한반도의 평화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의 문제라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토론 말미에 ‘다자간 협력’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점을 뒤집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지난달 29일 남북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며칠 전에 있었던 북중 정삼회담의 결과를 전달받았다. 중국은 또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도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동북아 국가들이 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상대를 만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유라시아를 한때 호령했던 투르크제국의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다. “성을 쌓는 자 망할 것이나, 길을 닦는 자 흥하리라.” 이 말은 유라시아에서 분단으로 인해 섬나라나 다름없이 살아온 남한과 북한, 그리고 동북아의 모든 국가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유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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