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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겐 껍질의 고소한 맛에 피부노화 방지는 덤
콜라겐 껍질의 고소한 맛에 피부노화 방지는 덤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8.03.26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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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96. 임연수어

이 생선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로 회·튀김·조림·구이를 해서 먹는다. 곱게 손질 한 후 배를 갈라 소금 간을 해뒀다가 자글자글 달군 냄비에 기름을 잔뜩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군침이 도는구려! 생선비린내라면 딱 질색인 필자지만 임연수어는 먹을 만하다. 아닌 게 아니라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 번드르르 기름기 도는, 눌어붙은 듯 꼬들꼬들한 두꺼운 껍질을 벗겨 밥을 싸먹기도 하는데, 옛날에 어떤 부자가 임연수어껍질 맛에 빠져 재산을 탕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우리가 즐겨먹는 생선 임연수어는 쥐노래미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관북(함경도)지방의 林延壽라는 사람이 이 고기를 잘 낚았다하여 그의 이름을 빌려 林延壽魚라 불렸다고 한다. 그냥 임연수라고도 하고, 한자어로 음이 같은 臨淵水魚, 利面水魚라고 부르기도 하였다한다. 임연수어의 영어명인 ‘atka mackerel’은 유명한 임연수어어장인 알라스카남부의 애트카섬의 이름을 딴 것이란다.

임연수어(Pleurogrammus azonus)는 몸길이 50cm 안짝이고, 방추형에 가까우면서 옆으로 납작(側扁)하며, 머리는 작은 편이다. 등 쪽은 암갈색이고, 배 쪽은 황백색을 띠며, 옆구리에는 불분명한 검은색 세로띠가 있고, 하나의 옆줄(側線)을 가지는 일반 경골어류와는 달리 옆줄이 5줄이나 된다. 측선은 몸 양옆에 줄지어 늘어서있는 비늘들로 물살이나 수압을 느끼는 감각기관이다.

오호츠크해역에서부터 일본의 전 연안과 우리나라동해북부에 걸쳐서만 분포하는 한류성 터줏고기로, 주로 해심 100∼200m 밑 암초지대에 서식한다. 그리고 번식시기의 수컷혼인색이 코발트색인데, 婚姻色(nuptial coloration)이란 어류나 양서류가 번식시기에 상대방을 끌기 위해 보통 때와는 달리 나타나는 색과 무늬를 말한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고 했던가!?

산란기는 9월부터 이듬해 2월로 수심 20m 근방의 조류흐름이 좋은 연안의 암초지역에서 알을 낳는데  암컷이 산란하면 수컷은 둘레를 서성거리며 알이 깰 때까지 지킨다. 가시고기나 해마들이 그렇듯이 물고기의 부성애는 알아줘야 한다. 

임연수어는 육식성어류로 갑각류와 갯지렁이 등 바다 밑바닥에 사는 생물(底棲生物)을 주로 잡아먹고, 소형어류나 명태치어를 잡아먹어 어족보호에 해를 끼친다. 일반적으로 초식성어류는 비림이 심하지만 임연수어는 육식어류라 덜 비리다.  

그런데 생선껍질엔 질긴 듯 쫄깃한 ‘생선콜라겐(fish collagen)’이 들어있는데 다른 동물(육류)의 것에 비해서 입자가 작아서 흡수율이 아주 높다하고, 자글자글 주름지는 피부노화(skin aging)를 줄여준다 하여 껍질가루로 만든 알약이 시중에 팔리고 있는 판이다. 가끔 집에서 얻어먹는 까무스름한 북어껍질튀김(볶음)은 콜라겐덩어리라 바삭거리는 것이 고소하기 그지없다. 어째서 이런 것까지 요리해먹나 했더니만 그게 아니었네!?  

알다시피 푸짐한 생선회에는 몸에 좋은 不飽和脂肪酸(unsaturated fatty acid)이 풍부하다. 생선지방은 육류지방에 비해 산화가 빠르고, 또 그것이 일단 산화되면 불포화지방산(오메가-3-지방산)인 EPA(eicosapentaenoic acid)와 DHA(docosahexaenoic acid)들의 기능이 없어진다.  

그런데 생선회접시바닥에 쫑쫑 썬 무채가 듬뿍 깔려있다. 필자도 생선회가 많아 보이게 하려고 그런다고 여겼는데, 그런 점도 없진 않을 터이지만, 사실은 무채가 회의 산화(부패)를 막는다는 것이다. 덧보태면 무에 들어있는 비타민 C가 생선지방산화를 방지하는 항산화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비타민 C가 담뿍 든 레몬조각을 짜서 즙액을 뿌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게다가 생선이 분해하면서 내는, 생선비림의 원인 물질인 아민(amine)이 알칼리성이라 산성인 레몬즙에 중화돼 생선비린내가 사라지게 한다. 

좀 더 자세히 보도록 하자. 그런데 바다염분은 약 3% 농도이지만 물고기의 염기농도는  1%남짓이라 물고기는 바닷물과 농도(삼투압)를 같게(등장액) 하기 위해 세포에 아미노산이나 산화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 oxide, TMAO)같은 것을 축적한다.

임연수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사진 출처=구글 이미지
임연수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사진 출처=구글 이미지

그리고 갓 잡은 바다생선이나 곧장 뜬 회는 비린내가 나지 않으나 시장에서 사온 것이나 시간이 오래 지나면 시나브로 비려진다. 다시 말해 바닷물고기가 죽으면 세균이나 물고기세포 속 효소가 TMAO를 트리메틸아민(trimethylamine,TMA)으로 분해하니 이 TMA가 바로 비린내의 주범이다. 이것을 물에 씻거나 산성인 레몬이나 식초 같은 것을 뿌리면 TMA가 물과 결합하여 휘발성이 떨어지기에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민물고기의 세포농도는 되레 민물보다 짙어 TMAO 따위를 축적할 필요가 없어 상하더라도 비린내(fishy)는 덜하지만 흙내(muddy aroma)가 물씬 난다. 그것은 먹이로 먹은 남조류(blue-green algae)에서 생긴 지오스민(geosmin)과 메틸이소보르네올(methylisoborneol)이란 물질 때문이며 이들은 주로 살갗이나 근육에 많이 쌓인다. 그래서 역시 레몬이나 식초들을 뿌리면 이들 물질이 파괴돼 냄새가 덜 난다.

글을 쓰다 보니 배(임연수어이야기)보다 배꼽(생선콜라겐과 비림이야기)이 더 커져버리고 말았다. 말해서 제 몫보다 덧거리가 더 많아진 꼴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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