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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모집단위 광역화정책, 현실에 白旗?
교육부 모집단위 광역화정책, 현실에 白旗?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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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개 대학 모집단위 세분화해

모집단위 광역화를 놓고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와 대학이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1998년 모집단위 광역화를 의무화한 이후 교육부가 재정지원과 행정지도를 통해 이를 고집해 왔지만, 벼랑 끝에 몰린 대학들은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교수신문이 2002년과 2003년 각 대학의 모집단위를 조사한 결과, 교육부 정책과 달리 모집단위를 세분화한 대학은 30여 곳에 달했다. 서울대가 BK21사업 지원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자연대와 공과대의 모집단위를 각각 5개와 7개로 쪼갰으며, 고려대도 하나였던 공과대학의 모집단위를 네 개로 나눴다.

대학들이 이처럼 모집단위를 세분화함으로써 교육부의 모집단위 광역화 정책은 대학에 상처만 남긴 채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모집단위 변경과 관련 대학들은 △전공지원 양극화 △학문간 서열화 조장 △기초학문 붕괴 △교육과정 부실 △학생 이탈 등으로 더 이상 광역화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학제를 운영할 수 있는데 교육부가 행·재정지원을 들먹이며, 획일적으로 광역화를 적용해 부작용이 커졌다”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

공개적인 건의서들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국·공립대 총장들이 학부제를 수정하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최근 전국 국·공립대 인문대 학장들은 “학부제를 폐지하고 학과제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모집단위 광역화정책과 관련, 교육부가 외국의 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고, 대학이 이에 맞춰 정책을 펴는 고등교육정책 집행방식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과)는 “학부제와 관련된 대학의 모습은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외국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라며, “비단 학부제에만 그치지 않고, 시장 논리를 맹종해 도입했던 ‘대학 설립준칙주의’, ‘대학 정원 자율화’, ‘각종 대학평가와 차등지원 정책’, ‘교수 계약제·연봉제’ 등도 비슷하다”라고 지적했다.

문성학 경북대 교수(윤리교육과)도 “참여정부에서 교육부가 새로운 정책을 펴기 전에 기존에 집행한 정책에 대해 객관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라며, 교육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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