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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학과부터 치매전공까지...신설 학과로 알아보는 대학의 미래  
드론학과부터 치매전공까지...신설 학과로 알아보는 대학의 미래  
  • 문광호
  • 승인 2018.03.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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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8 대학별 신설 학과 들여다보니

서양의 대학은 학문적 성격이 강한 학자들의 동업 조합에서 출발했다. 종교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대학에는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기술 발달로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는 현 시대에 대학에 또 다시 새로운 역할이 요구될까.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하는 대학들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 신설된 학과들에 주목해봤다. 전공 신설에는 많은 물적, 인적 자원이 소요되는 만큼 어떤 전공이 신설됐느냐는 현재 대학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8년 학교별 학부/과(전공) 리스트’(집계일 2018.03.07.)를 분석해 본 결과 지난 1년 간 전공 신설의 트렌드를 크게 △4차 산업혁명 △복지, 의료서비스 △융합으로 나눠볼 수 있었다.

대학도 거스를 수 없는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은 다가올 미래의 거대한 물결로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다. 대학 역시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공을 신설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핵심 기술들은 고스란히 신설 전공들의 이름에 담겼다. 전남대 IoT인공지능융합전공, 동국대 ICT·빅데이터학부, 동명대 자율제어전공 등은 4차 산업혁명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에서 신설한 전공 319개 중 108개(33.8%)가 공학 계열인 것 역시 산업과 학문의 연계에 대한 대학의 관심을 짐작할 만한 지표다.

광운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수업 현장           사진 제공=광운대 홍보팀

4차 산업혁명 대비에 가장 적극적인 대학 중 하나는 광운대(총장 유지상)다. 광운대는 지난해 3월 데이터사어언스 전공 등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출범했다. 게다가 전공에 상관없이 모든 신입생이 소프트웨어 소양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혁준 광운대 소프트웨어융학대학장은 “창학 이래 80여 년간 이어온 하드웨어 중심의 ICT 특성화 대학으로서 광운대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융합기술 선도대학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배재대(총장 김영호)는 올해 드론·로봇공학과를 신설했다. 배재대는 드론이 TV 프로그램 촬영부터 무인 농약 살포에 이르기까지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창훈 드론·로봇공학과 학과장은 “국가 정책에도 맞고 세계적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인재와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우리 학과가 생겨났다”며 “드론 관련된 기업이 많이 없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기술들과 달리 인문·사회 계열에서도 많이 쓰인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것은 변화하는 사회상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대학의 자구적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김상곤) 정책과의 연관도 무시할 수는 없다. 교육부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사업의 하나로, 올해부터 신규로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지정 및 운영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사업을 통해 총 10개교를 선정하고 교당 10억 원 내외를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부와 함께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의 한 관계자는 사업 취지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방법,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적합한 인재를 선도적으로 양성하고 이 사업을 대학 전반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전했다.

고령화 따라 의료·복지 전공 중요도 높아져 

고령화에 따른 인적 구조의 변화 역시 전공 신설의 방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 서비스나 노인성 질환 재활 등 보건 복지 분야에 관련된 전공들이 눈에 띄었다. 

가톨릭관동대(총장 천명훈)는 지난해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언어재활상담전공, 치매전문재활전공을 포함하는 휴먼재활서비스학부를 개설했다. 치매전문재활전공은 노인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정책에 발맞춰 국내 최초로 치매전문가를 양성하는 학문이다. 치매전문재활전공은 치매예방과 조기발견 그리고 치매가족과 환자의 사회통합을 학문적 가치로 두고 있다. 고재욱 휴먼재활서비스학부장은 “가톨릭관동대는 치매국가책임제라는 슬로건이 나오기 이전부터 치매전문재활전공을 준비해왔다”며 “현장에서 필요한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휴먼재활서비스학부의 교수진은 교과개발 및 임상 훈련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림대(총장 김중수)는 30여 년 넘게 고령화 관련 교육, 연구를 발전시켜왔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고령친화서비스 산업의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친화융복합전공을 개설했다. 현재 234명의 학생이 해당 전공을 이수하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부)는 “고령친화융복합전공은 고령사회에 나타나는 노인복지, 금융재무, 언어병리, 청각, 사회적 문제 및 니즈에 대응해 나갈 창의적인 문제해결 역량과 글로컬 역량을 갖춘 고령친화서비스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림대는 앞으로도 고령친화 전문인재양성의 중심 대학으로서 계속 특성화해 나갈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개별 학문 한계 극복하는 융합 전공도 인기

융합전공은 대학가 전공 신설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전국 4년제 대학이 지난해 이후 신설한 전공 319개 중 45개 전공이 ‘융합’을 표방하고 있다. 융합 전공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지난해 5월 마련된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 덕분이다.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대학이 학사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을 추진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는 후속조치로 융합전공제 도입, 전공선택제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 학과나 학부는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전공의 설치·운영이 가능해졌다. 융합 전공 신설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다.

게다가 융합 전공은 기존 개별 학과가 가진 기술적, 지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개설된 홍익대(총장 김영환) 스마트도시·데이터사이언스 융합 전공은 도시공학,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등 3개 학과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도시공학 쪽에서 융합 전공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이재경 홍익대 교수(건설도시공학부)는 “스마트 시티를 계획할 때 첨단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도시공학만으로는 한계가 많이 있었다”며 “컴퓨터, 산업공학에서 선도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을 접목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하는 입장에서 더욱 좋다”고 말했다. 

대학의 전공 신설은 대학의 미래를 그리기 위한 장기적 계획의 일부다. 그러나 산학 협력, 정부 지원 등으로 특정 학문만을 중시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은 “대학이 그때그때의 이익에만 신경쓰다보면 이익이 되지 않는 기초 학문이 위축될 수도 있다”며 “정부나 산업의 필요에만 부응하다 보면 지식 산출 기반으로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대학들의 노력에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전공을 신설하는 것만큼 기존 학문의 깊이를 더하는 것 역시 중요함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결국 전공 신설은 각 대학들이 ‘대학의 본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놓는 답이 되지 않을까.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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